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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이슈/칼럼

길샘 김동환칼럼-현대판 서유견문기

현대판 서유견문기

-해외에서는 누구나 외교관이다-

 

대한항공에 적립한 마일리지 2만마일이 20191월부로 난데없이 사라졌다.

대한항공의 소비자를 무시한 일방적인 마일리지 소멸시효 규정이 발효되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사유로 해외여행을 자주 하는데 전문언론인으로 가장 대우를 잘 받는 곳은 다녀 본 곳중에는 역시 선진국인 일본,미국,유럽등이다.

일본은 상,하수도전시 및 물산업 관련 기업들을 탐색하기 위해 해마다 출장을 가는 편인데 확연히 변화되는 모습은 그들이 우리를 대하는 관심도였다.

80년대 후반부터 95년경까지는 일본의 지자체와 정부가 우리 일행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매우 적극적이었고 소상했으며 친절했다.

그러나 2000년대 와서는 현장의 책임자보다 우리 공무원 직급으로 말하면 주사보정도가 대응하거나 요즘에는 공직에서 퇴직한 시니어그룹이 우리를 안내하는 정도로 그 격도 낮아지고 있다.

언제가 일본의 대도시를 찾았는데 담당자가 뼈저린 질타성 한마디를 한다.

왜 한국은 동일한 부서에서 자주 방문하느냐. 서로 자료 교환이 안 되느냐. 질문도 비슷한 질문들만 해서 아예 자주하는 질문과 답변을 이렇게 한국어로 번역하여 인쇄했다.’ ‘수 없이 많이 방문하는데 대충보고 간다. 왜 오는지 모르겠다. 사진이나 홍보물을 보면 되지 않는가.’ 짜증스런 어투로 한마디 하는 것이 세월이 지나도 가시지 않는다.

네덜란드 환경국장을 인터뷰 했을 때이다.

전문성 있는 질문을 쏟아내자 환경국장은한국의 전문기자와 인터뷰한 것은 처음이다. 매우 진중하고 전문성있고 무게 있는 질문에 놀랍다.’라며 책상위에 한국인들의 명함을 40여장 펼쳐 놓는다.

방송,유명언론사,정치인,공무원들의 한국 이름이 선명하다.

그동안 한국의 저명 인사들이 많이 찾아 왔지만 질문의 농도가 낮고 시간 약속도 잘 지키지 않아 불편했으며 어느 인사는 왜 이곳을 방문했는지 모를 정도이다.’라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호텔을 나서는데 경찰이 출동하는 모습을 보았다.

버스에서 바라보는 호텔 풍경은 우리나라 사람 두명이 경찰에 끌려가는 모습이다. 일정을 마치고 호텔에 와서야 안 사실이지만 모 지방 시의원들이 호텔방을 어지럽히고 담배를 피웠고 종업원에게 고함 지르며 욕을 해서 경찰이 붙들어 갔지만 가이드가 이래저래 설득하여 풀려 났다는 씁쓸한 뒷이야기다.

그 가이드는 이같은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는데 교양 없는 추태로 현지인들에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많아 애를 먹는다고 하소연한다.

어느 단체는 (고위층이 많은) 행실이 더 안 좋고 가이드에게 애를 먹이면서 사슴뿔이나 값비싼 물건들만 너무 많이 구매하는 것을 보고 얄미워 관세청에 제보를 하기도 했다고 어름짱을 놓았다.(그들 일행은 입국시 일렬로 별도의 줄을 서고 세관 검사를 받았다고 한다.)

 

요즘에도 여전히 연수라는 명분속에 해외로 떠난 인사들중에는 이같은 나라망신살이 여전하다. 경북 예천군의원 가이드폭행, 국회의원의 스트립쇼 출입,복사본 허위 연수보고서 작성한 구미시의의원, 술판으로 난장부린 안동시의원, 막연한 해외연수라는 미명아래 목적지를 설정하고도 막상 목적지에서는 기념사진이나 한 장 찍고(자료에 기록해야 하니까) 주변 관광지와 밤 문화만을 즐기려는 불나비같은 우리나라의 유명정치인들, 영사 업무는 뒷전이고 한국에서 온 국회의원이나 고위직 인사의 쾌락성 즐거운 꺼리를 만들어 주는데 시간을 소비하는 해외 대사관 직원들....

 

1969년경 법무부 출입국 관리사무소를 통해 한해 5회이상 출국한 한국인은 고작 8명이었다. 70년경에는 해외여행 심의위원회를 거쳐 해외출국을 허락했는데 당시 3분의 2가 심사에서 탈락하기도 했다. 해외여행 자유화가 된 89년 이후 해외여행은 급증하여 17년도에는 2,649만명을 넘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해외여행을 다녀 온 샘으로 2004(882만명)부터 17년까지 매년 평균 11.5%씩 증가하고 있다. 관광통계로만 보면 해외여행객이 국내에 입국하여 지출한 금액보다 우리가 해외여행으로 지출한 금액이 더 많다.

 

한국인 최초 서양견문기로는 유길준의 서유견문이 있다. 이보다 1년 전에는 지금의 외교부 공무원급의 해외 출장 보고서인 박정양의 미속습유가 있는데 188811개월 동안 미국현지에서 보고 느낀 내용을 정리한 글이다.

박정양은 미속습유에

음식은 달고 짠 것을 좋아하는데, 쌀은 거의 먹지 않고 오로지 밀가루빵과 생선, 고기, 과일, 채소를 좋아한다.

신문은 정부로부터 그 자유권을 허락받아서 비록 전·현직 대통령의 좋은 말이나 나쁜 행동일지라도 구애받지 않고 싣는다.라며 그들의 생활상과 사회전반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개화파 유길준은 서유견문에서 놀고먹는 사람이 많은 나라는 자기 나라에 물산이 아무리 많아도 그 재주와 지력이 부족하여 다른 나라의 가공품을 사 들여와야 한다.

우리가 상세히 연구할 것은 유럽과 아메리카 두 주에 있는 여러 나라가 아시아주 여러 나라에 비하여 백 배나 부강하다는 사실이다.

정부가 해야 할 가장 큰 조목은 국민들로 하여금 저마다 힘과 재주를 다하여 자기들의 옷, 음식, 거처와 같은 모든 생계를 마련케 하고, 조금이라도 동요하지 않게 하며, 자연스러운 즐거움이 있게 해 주는 것뿐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국회,,,군의원들이 전국적으로 해마다 해외시찰을 다녀온다.

그러나 이들 보고서에 과연 지역경제에 걸맞는 관련분야에 얼마나 충실히 관찰하고 채감하고 왔는지는 알 수 없다. 물론 열심히 탐색하고 잠시 주변 관광지와 그들의 생활풍경을 가슴에 담고 오는 것도 훌륭한 체험이다. 타향에서 맞는 잠못 이루는 밤을 잠시 밤문화로 즐긴다고 비아냥 거릴수는 없다.(이것도 여행의 즐거움이요 체험이니까)

식량,경제,에너지,물관리,도시재생,사회적 협동조합,빅데이터등 관련 분야마다 시대적 상황에 맞게 그들의 정책과 제도 및 사회현상등을 살펴보고 국정이나 시정에 반영하기 위해 해외연수를 가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말귀를 잘 알아듣지 못하면(외국어에 약해) 유심히 살펴보고 관찰력이라도 꼼꼼해야 한다.

국민 하나하나 외국에 가면 다 애국자가 된다. 매국노가 돼서는 안된다.

돌아와 귀국 보고서에 한 줄도 남기지 않은 엉터리 보고서의 주인공은 국민의 땀으로 비행기를 타서는 안된다.

정부는 국가의 주요인사들이 해외 나들이 시 70년대처럼 검증을 하는 제도를 제도입 해야 할 듯 싶다.

다만 소양교육,일반상식교육과 목적에 부합하는 사전 교육등을 강화 하므로서 좀더 질 좋은 해외연수가 되리라 본다. 돌아와서는 개별적 소견이 담긴 연수보고서가 온라인으로 의무적으로 공개되어 사회전반에 공유하는 매개체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유길준은 사람이 학업을 닦지 않으면 사람으로서 사람다운 직업과 직책을 다할 수 없다고 말했으며 한 사람이라도 놀고 먹는 자에게 재물을 주는 것은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고 미워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라고 말했다. 서유견문은 130년전인 1889년 탈고했다.

2019년판 서유견문의 덧붙이는 글에 우리나라 대사관은 영사 업무는 제대로 하지 못하고 귀빈(권력가) 접대에 정신없이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라고 남기고 싶다. (환경국제전략연구소장/김동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