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고마운 연구
-실용연구를 찬미하며
DJ정부시절 연극인 손숙씨가 장관으로 1개월 재임한 이후 숙대교수이던 김명자장관이 취임했다.
여성장관으로서는 황산성변호사 이후 3번째 입각한 인물이다.
김명자전장관은 3년8개월동안 환경부를 관할하면서 여러 갈래의 평이 나돌지만 분명한 족적은 국립생물자원관을 탄생시킨 인물임은 분명하다.
비교적 청와대와 밀접한 연계를 가지고 있는 김전장관의 힘이 공허한 메아리는 아니라는 판단아래 어느 회의 말미에서 넌지시 한마디 던졌다.
-우리가 외국 여행을 가면 반드시 거쳐가는 곳이 박물관과 자연사박물관이 있다.그러나 우리나라는 북한에도 있는 국립 생물자원관이 단 한곳도 없다.참으로 민망한 일이다.우리도 매립지 주변에 생물관하나 건립하는 것이 어떤가요-라는 될지 안될지 가늠안가는 숙제를 던졌다.
김전장관은 -북한에도 있어요-라며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김전장관은 잊지 않았다.
재임시절인 02년 생물관건립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다음해 실시설계를 시행했다.
그리고 김전장관은 실시설계를 하던 03년 2월 장관직을 한명숙장관에게 넘기고 떠났다.
이렇게 해서 생물자원관은 국내에서 최초로 04년 착공하고 07년 3월 준공(이치범장관시절)하여 올해로 8년을 맞는다.
그 열 돐도 되지 않은 여린 싹 같은 국립생물자원관이 올들어 연달아 안타를 치고 있다.
안타성 타구는 목말라하는 국민적 갈증과 기업인들의 간절한 소망들을 가문땅에 내리는 이슬비처럼 촉촉이 적셔주고 있기 때문이다.
토종미생물 균주를 발견하여 수차례에 실험을 통해 동일한 맛을 내게 하는 막걸리 효소의 개발은 평생 우리가 즐겨 마시던 서민들의 술인 막걸리의 종균이 일본이 개발한 종균이었다는 사실도 알게 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가을쯤이면 막걸리 주조업체들이 함께 설립한 회사들이 토종 미생물로 발효시킨 토종 막걸 리가 시중에 판매될 전망이다.
또 하나는 유용자원활용과에서 연구한 국내 침입한 외래식물을 이용한 미용과 질환예방을 위한 약품 개발이다.
박정희시절 황폐한 산야를 가꾸기위하여 도입한 아까시나무로부터 입술이 트는등 흔하게 발병하는 허피스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항균력을 발견했다.
약국에서 흔하게 구입하는 항생제 테트라사이클린과 동일한 항균력을 단풍잎돼지풀,미국자리공등에서 찾아낸 것이다.
또 뽕나무와 화살나무에서 추출한 치약은 충치예방에 효과적인 사실도 밝혀냈다.
이 모든 연구들은 국민의 건강에 직결되고 이를 생산하는 약품회사와 주조회사등은 자신이 연구개발비에 투자하지 않아도 국가로부터 고마운 선물을 받게 되었다.
조선초기 세종시대에 설립된 동서활인원과 의과고시가 시행되고 선조시대에는 허준의 동의보감이 집필되면서 한국의 의약연구는 고종시대 광혜원(제종원)이 혜민서로 명칭이 바뀌면서 끝내 우리의 한의학은 서양의학에 밀려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허준선생이 선조의 신임속에 임금을 비롯하여 광해군,고관대작들의 치료를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부여된 정3품 통훈대부 내의원정,정2품등으로 승급되지만 그때마다 많은 신하들은 의원이 행하는 치료는 당연한 임무라며 벼슬을 주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동의보감을 마무리하던 시점에서는 정 1품 양평부원군으로 승격되자 이를 적극적으로 만류하던것도 신하들이었다.
결국 모진 반대로 이같은 벼슬은 백지화되었지만 광해군 2년인 1610년 임상의학 백과사전인 동의보감이 마침내 15년 연구 끝에 출간되었다.
유배에서 풀려나 내의원에 복직된 이후 1615년 77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난 허준의 최종 벼슬 명칭은 정1품 보국승록대부 양평부원군으로 추증한다.
우리나라의 국보급 의학서인 동의보감은 그나마 우리나라 의학발전사에 중심 키워드 역할을 하는 저서이다.
하지만 허준선생의 일대기도 오늘날의 세태처럼 공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하찮은 존재로 취급되었다.지자체나 중앙공직계에서 보건이나 생태,환경등 공업직렬등이 국장급 이상 1급 실장등을 역임하기에 어려운 점도 그 맥락은 비슷하다.
이번 생물자원관이 탄생시킨 실용연구는 평범한 하급직 연구사들에 의해 개발되었고 발견되었다.
그동안 농촌연구원,식품연구원,한의학연구원등 다양한 연구기관들도 존재하지만 이제 8년차의 어린 생물자원관 연구사들은 국민과 기업이 모두 감사할 수밖에 없는 연구들을 펼쳐 주었다.
추정컨대 짜여진 틀에서 지시하는 연구만을 위해 동분서주했다면 이같은 연구들은 꽃 피우지 못했으리라 본다.
자유로움 속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연구를 지속하게끔 여유와 기다림의 미학을 펼친 연구원장을 비롯한 관련 부서장들의 공도 한 몫한다.
우리나라 관련 연구원들은 상급기관의 하자보수나 끼워넣기 식 연구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그럴싸한 주제로 폼나는 과제를 선택하여 연구를 추진한다.
이번 외래종을 통한 항생제 개발도 발상의 전환이 이룩한 실적이다.
아마 외래종을 통한 연구를 한다고 제안하면 공무원식 발상에서는 제안초기부터 묵살될 수 있는 염려가 높다.
연구비도 2억원이 안되는 작은 금액이다.
생물자원관이 펼친 일련의 성공한 연구들이 지속적으로 기지개를 펼수 있게 끔 연구문화의 대대적인 쇄신과 이에 따르는 인사승진등 다양한 인센티브도 이쯤에서는 한번 시도할만한 일이다.
'뉴스 & 이슈 >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싱가포르 NEWater가 던진 숙제 (0) | 2015.11.08 |
---|---|
서울시 상수도의 새로운 출발-뚝도정수장 고도처리 완공- (0) | 2015.09.04 |
현대판 괴질 메르스 공기 살균력으로 조기차단 (0) | 2015.06.07 |
건강한 물,맛있는 물 (0) | 2015.05.03 |
노후관의 정의조차 마련 못한 한국의 상수도 (0) | 2015.05.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