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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이슈/칼럼

싱가포르 NEWater가 던진 숙제

2015-11 칼럼

 

싱가포르 NEWater가 던진 숙제

 

 

 

조그마한 섬나라.작지만 작다고 말하지 않는 나라.아직도 형벌중에 태형이 존재하는 나라.

우리나라 물을 다루는 전문가부터 공무원,기업인들이 숨가쁘게 찾는 싱가포르.

최근에도 환경부 황석태수도정책과장을 비롯하여 대구 물클러스트 담당자등 10여명이

NEWater를 찾았다.

나 자신도 2천년대 초반부터 네 차례 이상 다녀간 곳이기도 하다.

과거 우리는 상,하수도 분야에 대해 선진 시찰은 일본이 단골이었다.

일부 대표적인 정수장이나 하수처리장은 한달새 한국인들이 2-3곳에서 방문하기도 했다.

90년대 말까지도 고위직이 안내하고 상담에 응했지만 갈수록 대우등급이 낮아지고 후에는 아예 한국판으로 번역된 기술설명자료를 배포하고 그닥지 달갑지 않은 상담을 하는 등 품격이 낮아졌다.

당시 일본인들은 정중하지만 경멸찬 목소리로 왜 한국은 같은 부처에서 방문하는데 똑같은 질문만 반복하냐. 서로 정보 교환이 되지 않느냐-라는 뼈저린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NEWater가 관심권으로 진입한 현실에서 한국의 많은 인사들이 이곳을 찾다보니 지금쯤 싱가포르 수자원당국도 한국을 대하는 태도가 관광객정도의 수준으로 격하되어 상투적인 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모두 우리가 자초한 결과물이라 비판하기에도 멋쩍다.

서울과 비슷한 면적에 약 460만명이 사는 도시국가 싱가포르. 연간 강수량이 2400에 이르지만 국토가 작고 하천이 발달하지 못한 섬나라는 70년대만 해도 이웃 국가인 말레이시아에서 물을 전량 수입했다.

그리고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 속에 최근 '세계 물 산업 허브'로 발돋움했다. 세계 유수 물 기업들이 앞다퉈 아시아태평양 총괄본부를 설치했다.

싱가포르 전체 하수 중 절반을 정수해 음용수 이상으로 깨끗한 물인 '신생수(NEWater)'로 바꾸는 과정을 보여주고 첨단 분리막(membrane) 기술을 적용 8년간 22억 싱가포르달러(19000억원)가 투입된 이 공장 건설에는 GE와 지멘스 등 29개 글로벌 기업과 300여 개 협력업체가 참여한 과정을 설명해 준다.

모두가 15년정도의 짧은 기간중에 일궈낸 결실이다.

이 시기라면 우리나라에서도 수처리사업단이 설치되고 서울시 영등포정수장에 막공정시설이.그보다 훨씬 전인 90년대 초반 대구시와 부산시가 고도정수처리를 도입하여 사실상 싱가포르보다 고도정수처리공정은 더욱 빨리 시작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핵심기술,시스템,설계,제조공정시설등 모든 면에서 제자리 걸음에 머물고 있다.

반면 싱가포르의 물산업은 세계적인 회사로 발돋움했다.

장기적인 물 공급 전략인 '4대 국가 수자원공급계획(Four National Taps)'을 추진하고 있는데 집수시설 건설, 고급 재생수, 담수화 설비, 하수처리 등이 포함된다.

정책적인 방향에서는 우리와 진배없다.

최근에도 세계적인 6개의 물기업이 각자 주어진 영역안에서 새로운 기술을 시험하고 있다.

물론 그중에는 자국의 기업중에 하나인 하이플럭스사도 동참하고 있다.

세계 물 시장에서 분리막 기술 선두기업으로 꼽히는 하이플럭스사는 1989년 설립된 26년의 짧은연륜을 지닌 고아출신의 여성기업인 올리비아 럼(Olivia Lum)이 자본금 약 2만 달러와 종업원 3명으로 창업해 20012011년 매출 25, 시가총액 6배가 증가하는 성과를 올려 글로벌 멤브레인 수처리 기업 중 6, 해수담수화 기업 중 8위 수준으로 세계 물 시장에서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어떻게 작은 소기업이 물산업 기업으로 20여년만에 세계적인 물기업으로 성장했을까.

우리나라에도 이와 유사한 기업이 존재한다.

국가 연구개발사업인 수처리사업단에서 건진 막기술제조회사인 에치투엘이다.

이 기업은 싱가포르 하이플럭스사보다 초기 자본이 튼실했고 과거 수처리 실적도 있는 전문기업이다.

그러나 개발에 성공하고도 이 제품은 실험시설인 서울시 영등포 정수장 25천톤이 전부이며그 이상 국내 실적이 없다.

싱가포르는 이와는 달리 초창기 빈약한 기술력을 채우기 위해 해외 우수기술들을 총 집합시켰고 그 공정중에 영세한 하이플럭스사를 동반자로 성장시켰다.

지금도 싱가포르의 물산업 공정에는 6개의 해외 기업들의 실험장을 마련해 놓고 있다.

물론 하이플럭스사 기술도 동참하고 있는데 이들에게 어떠한 인센티브도 주어지지 않는다.

다만 그들의 기술력은 중국등 동남아 시장을 겨냥할 충분한 기초자료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국가나 기업이 모두 승산있는 게임을 한다.

해외시장진출면에서는 국내보다 싱가포르가 유리하다.

우리의 많은 환경기술과 제품들이 해외 시장을 겨냥해 문을 두드리지만 첫 관문인 국내 실적조차 미약하여 좌절하고 만다.

국산제품이 국내에서조차 버림받으면서 어떻게 해외 시장을 열수 있는가이다.

상하수도를 포함한 물산업 전반은 제도적 산업으로 적절한 제도와 합리적 규제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

또한 연구,개발,시장진입,마케팅,해외진출로 이어지는 종합적이고 지속적인 관리와 합리적 제도마련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의 육성정책은 개발로 끝나고 시장개척은 기업 스스로 하라고 냉정하게 절교한다.

이십여년의 세월동안 싱가포르는 국가가 물전문 기업을 육성하는데 성공했고 우리는 부모잃은 고아만 배출시켰다.

이것이 싱가포르 하이플럭스사의 숨겨진 성장이야기를 체득하면서 배워야 할 해외선진 탐사의 숨겨진 진실이다.                                                                                                      -환경경영신문/환경칼럼리스트-길샘 김동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