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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경영신문/187호

나는 중국에서 자본주의를 만났다 - 16

간판이 중요해
 외국기업이 아파트에서 시작하는 것을 권할 수는 없지만 너무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 고정비용을 많이 쓰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언제, 어떤 상황이 닥쳐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가늘고 길게’ 가는 것이 중요하다. 길게 버티면 그만큼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보통 중국 업체는 5년 이상을 버티는데, 한국 업체는 3년쯤 한계를 느낀다. 3년을 버티다가 포기하고 나면 그제야 비로소 시장이 열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문제는 고정비


 주재원의 주요 역할이 한국 본사 손님의 수행이란 말이 공공연하니, 얼마나 현지화되지 못한 비효율적인 조직인지 알 수 있다. 일은 못해도 본사 임원 수행을 잘하면 임기를 길게 이어갈 수 있다. 어느 대기업 주재원은 본사 사장님이 오셨을 때 수행을 잘못했다는 이유로 얼마 안 되어 본사 발령이 난 경우도 있다. 현지화되지 못한 글로벌 담당 임원, 현지화할 시간이 없는 주재원, 이러한 기업이 중국에서 성공할 확률은 극히 낮다. 상품과 브랜드가 기본적으로 훌륭한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이건 현지화의 이슈이기도 하지만 처음 얘기했듯이 중국 내 조직의 고정비 문제가 더 크다. 중국인 위주로 구성된, 현지화된 조직이야말로 기업의 고정비를 크게 덜어줄 수 있다. 꼭 중국인이 아니어도 중국 현지에는 실력 있고 한국인력들 또한 많이 있다.
 
 

 

만만디? 콰이콰이!


 한국인들은 중국인에 대해 몇 가지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그중에 하나가 ‘만만디(慢慢的)’라는 별명이다. ‘느릿느릿하다’는 의미인데, 실상 중국인 자체가 느린 민족은 아니다. 느리게 일처리를 하는 이유는 자신의 이해관계가 없을 경우다.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중국인들은 이해관계에 따라 행동이 달라진다. 자신의 이해가 결부된 일은 누구보다 급하고 빠르지만 자신의 이해관계가 없는 일은 서두를 이유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섣불리 남의 일에 개입했다가 낭패를 보는 것을 염려한다.
 거꾸로 생각하면 중국인에게 이해관계를 만들어주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인센티브 제도나 성과급 제도가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문화다. 중국인은 이해관계로 움직인다. 중국인에게 적당한 동기부여를 한다면 그들은 매우 빠르게 움직여줄 것이다. ‘만만디’가 아니라 ‘콰이콰이(빨리빨리)’로.
 
 

 

히든카드는 가슴속에 묻어라
 
자신이 비즈니스를 할 때 내가 내 패를 펼치고 있는지, 아니면 상대방의 패를 읽고 있는지 확인하는 자가 진단법이 있다. 한 시간 동안의 대화에서 내가 말한 시간의 점유율과 상재방이 말한 시간의 점유율을 비교하면 된다. 축궤서는 점유율이 높을수록 우세한 경기를 했따고 평가하지만 비즈니스에서는 점유율이 높을수록 내 패를 많이 보여준 것이다. 처음 만나 나를 어필하고 내 회사를 소개하는 자리가 아니라 서로를 아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이러한 점유율 계산법이 도움이 될 것이다. 상대방이 나에 대해 궁금해하고 다가오게 만들었을 때 비로소 나에게 유리한 계약이 가능해진다. 상대의 속마음을 먼저 간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