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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경영신문/187호

환경산업의 마케팅전략 - 24

‘2라운드’를 준비하는 프로스펙스
 
 
하위 브랜드 전략으로 프로스펙스 부활 도모

30도 깎인 발뒤꿈치, 설포없는 스포츠 워킹화 대박
 
 
 
 
토종 브랜드 ‘프로스펙스’를 개발한 국제상사(현 LS네트웍스)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 운동화 시장 1위 업계였으나 1998년 외환위기로 모기업인 한일그룹이 무너지면서 8년 동안 법정관리를 받는 위기를 겪었다. 재기를 위한 발판은 2007년 1월 LS그룹 계열사에 인수되면서 마련됐다. 그리고 이 때 ‘스포츠 워킹화’라는 신시장을 겨냥한 ‘프로스펙스 W’는 프로스펙스의 재기에 큰 힘을 보태주었다.
 
 
하위 브랜드 전략으로 프로스펙스 부활 도모

 LS네트웍스가 한일그룹을 인수하고 조직을 개편하면서 당면한 과제는 쇠락한 프로스펙스 브랜드를 어떻게 부활시키느냐 였다. 하지만 LS네트웍스는 1등 업체 나이키와 정면 대결하겠다거나 프로스펙스를 단번에 부활시키겠다는 현실성이 없는 욕심을 버리고, 브랜드 유산을 이어가면서도 참신성을 줄 수 있는 브랜드 전략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 결과 ‘실용 운동구간에서의 기능성과 전문성’을 추구하는 프로스펙스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만들었다. 전문 스포츠 선수용 제품을 내놓기보다는 일반인 누구나 생활체육의 연장선상에서 즐겨 찾는 신발을 만들되, 기능성과 전문성을 함께 추구하겠다는 것이었다. 또한 여기에 하위 브랜드 전략을 사용, 점진적으로 모 브랜드 이미지까지 업그레이드 시킨다는 방향을 세웠다. 한꺼번에 프로스펙스 전체 브랜드를 젊게 하는 것은 힘들기 때문에, 한정된 시장영역에서부터 먼저 브랜드 재활성화를 시도한다는 전략이었다.

 목표가 세워지자 제품 정리기준이 명확해졌다. 복싱화, 레슬링화, 고산용 등반화 등 전문 스포츠와 관련된 신발들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앞으로 집중해야할 제품을 선별했다. 생활체육과 관련된 신발영역은 러닝화와 조깅화 정도이나 이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로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뭔가 새롭고 차별화된 제품이 절실했다. 이 때 발견한 게 바로 ‘스포츠 워킹화’다.

 생활체육분야 대표제품으로 키울 신발을 찾기 위해 자체 시장조사를 수행한 결과, LS네트웍스는 20세 이상 성인 인구들이 정기적으로 하는 운동으로 ‘걷기’를 꼽는 비율이 전체의 35%에 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이 35%의 인구가 신는 신발의 70%가 러닝화였고 나머지 30%는 캐주얼화나 스니커스, 혹은 MBT마사이 신발 같은 걸음 교정용 신발을 신고 걷고 있었다. 상당수 소비자가 운동을 위해 ‘걷고’있는데도, 업체들은 계속해서 ‘러닝화’만 찍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고객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잠재욕구를 간파한 LS네트웍스는 러닝화 고객들을 워킹화로 갈아 신게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30도 깎인 발뒤꿈치, 설포없는 스포츠 워킹화 대박

 전략적 목표를 설정한 후 LS네트웍스는 시장조사에 기반을 두어 신제품 개발 프로세스를 시도하였다. 과거엔 프로스펙스 사업본부 산하 상품기획팀에서 디자인 해 일방적으로 마케팅과 영업팀에 전달하는 식이었지만 소비자 니즈에 맞는 워킹화 개발을 위해 마케팅전략본부 브랜드 전략팀이 프로스펙스 사업본부 상품기획팀과 제품 기획 단계부터 함께 개발에 들어갔다.

 일단 걷기와 뛰기의 운동 역학적 차이부터 분석하기 시작했다. 러닝화를 신고 걷는 소비자들에게 가장 많이 나오는 불만이 “오래 걸으면 발이 아프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운동역학 상 뛸 때는 발뒤꿈치 전체로 착지하지만, 걸을 때는 발뒤꿈치 모서리가 가장 먼저 땅에 닿는다. 발을 땅에 디디는 시간도 걷기가 뛰기보다 세 배 이상 길다. 그러므로 “워킹화의 핵심은 오래 걸어도 발이 아프지 않게 발뒤꿈치 충격을 줄여주면서 발목이 잘 굴려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었고 이를 위해 LS네트웍스는 신발 뒤꿈치 부분을 30도 각도로 깎았다. 육안으로만 바도 확연히 차이가 나는 워킹전문신발의 탄생이었다.

 또한 마케팅 사업본부는 한 가지 혁신적인 제안을 했다. 바로 설포(신발끈을 묶는 바로 밑에 발등을 덮는 부분)가 없는 워킹화를 만들자는 아이디어였다. 보통 신발은 설포 부분이 발등 중앙에 따로 분리되어 있는데 이 때문에 힘차게 걷다 보면 미세하지만 발목이 전후좌우로 흔들리게 된다. 만약 설포를 분리시키지 않고, 신발 양쪽 측포(신발 측면 부분) 부위를 겹쳐서 발등을 감쌀 수 있도록 디자인하면, 마치 발싸개처럼 발을 꽉 감싸주기 때문에 전후좌우로 흔들림 없이 힘차게 걸을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 제안한 것이다. 이에 대해 영업팀의 반대는 심했다. 모양도 이상하고, 신고 벗기도 힘들지 않겠느냐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마케팅 팀에서는 걸을 때 불편함을 호소하는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설득에 나서 일단 시제품으로 한정 수량을 제작해 판매해보자고 제안했다.

 2009년 4월, 발뒤꿈치가 30도 깎이고, 설포도 없는 스포츠 워킹화 ‘베스트 기어’ 2,000켤레가 전국 프로스펙스 매장 400곳에서 시험판매 되었고, 일주일 만에 전 제품이 완판되는 성공을 거두었다. 워킹화 시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에 확신을 얻은 LS네트웍스는 정식 제품 출시를 위해 양산에 박차를 가했다. 새롭게 출시할 브랜드 명은 걷기를 뜻하는 영어 단어의 첫 글자를 따서 ‘프로스펙스 W’로 정했다. 모 브랜드인 프로스펙스와의 연속성을 추구하면서, 참신한 이미지를 덧입히기 위한 이름이었다.

 2009년 9월 1일, 드디어 스포츠 워킹화 브랜드인 ‘프로스펙스 W’의 판매가 시작되었다. LS네트웍스는 이때 44가지에 달하는 W제품을 한꺼번에 출시하는 또 다른 시도를 감행했다. 강도 높게 걷기 원하는 워킹 마니아용 신발 ‘W파워’, 가볍고 편안하게 걷는 데 적합한 ‘W컴포트’, 올레길처럼 비포장 야외 도로에 걷는 데 안성맞춤인 ‘W트레일’, 허약한 초보 워커들도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W케어’, 일상생활 속 출·퇴근길에 신기에도 무리 없는 ‘W케주얼’ 등 걷기 목적에 따라 플랫폼 라인을 총 5개로 나눈 후 라인마다 성별, 색상, 소재 등에 따라 6~10여 가지 디자인의 제품을 선보였다. 세부 라인별로 다양한 디자인의 신발을 매트릭스 형태로 내놓은 이유는 소비자들에게 스포츠 워킹화가 매우 정교한 기술력과 과학이 필요한 영역임을 강조함과 동시에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스포츠 워킹 시장을 알리기 위한 의도에서였다.

 제품 출시와 함께 마케팅 캠페인을 위해서도 총력을 기울였다. ‘당신에게 워킹은 완벽한 스포츠입니다’라는 광고카피를 가지고 걷는 운동을 하는 소비자들을 공략했다. 시장반응은 뜨거웠다. 주문량이 밀려 발주 후 입고까지 한 달 넘게 걸리면서 고객들에게서 항의가 들어오는 일이 생겼다. 또한 판매가격 단가가 11만~13만원에 이르는 고가 신발로 정찰판매를 고수했음에도 출시 후 약 석 달 만에 W 판매량은 40만 켤레에 육박했다. 10만 원대 정찰표를 붙여놓고 곧바로 20~30% 할인해 7~8만 원 대에 내놓아도 거들떠보지 않던 일반 프로스펙스 운동화와는 현저하게 다른 반응이었다.

 프로스펙스 W의 성공은 LS네트웍스의 성장을 견인할 정도로 해마다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미 포화가 되었다고 여겨지는 시장에서 니치마켓을 찾고 발상의 전환을 함으로써 화려하게 부활한 프로스펙스의 사례가 시사하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