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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이슈/칼럼

[145호] 수도관망산업이 대기업 산업인가_국가 정책과는 역행

[145호] 2012년 3월 12일 월요일 발행

 

수도관망산업이 대기업 산업인가

국가 정책과는 역행

 

발행인 칼럼

상수도 유지·관리 시대로 전환되고 있는 수도산업은 전문성보다 거품이 큰 대형 엔지니어링사들을 끌어들이고 있어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짙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 현상문제에 대해서는 경제발전의 과도기적 성장통 정도로만 여기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해외 유명 컨설팅사의 한 간부는 우리나라의 급속한 경쟁성장 속에서 놓친 것 중 하나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기술협력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시장은 점차 불확실해지고 복잡성이 증대되는 현실에서 대기업이 과거에 집착, 혁신적인 중소기업과의 기술협력 메커니즘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기업의 미래는 불투명하다고 단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협력관계가 아니라 저인망으로 물고기를 싹쓸이하듯 괜찮다 싶은 중소기업은 아예 통째로 삼키는 게 상식화되어 있다.

요즘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 삼천리가 물산업에 진출한다고 대양바이오테크라는 하수처리 운영관리 전문회사를 사들였고, 코오롱은 한국환경공단의 자회사인 시설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시설관리공사를 사들였다. 정수기사업을 하는 웅진그룹은 막모듈을 개발하는 소재산업 회사인 세한을 사들여 웅진케미칼로 새로 출발하고 있다.

 

김동환
약력: 시인/수필가, 환경ISI소장, 한국작가회회원, 한국문인협회회원, 국제펜클럽회원, 환경부중앙환경자문위원, 소비자시민의모임 운영의원, (사)한국수도산업발전회 부회장, (사)한국환경계획 조성협회 자문위원
저서 : 시집 「날고있는 것은 새들만이 아니다」 칼럼집「우째물꼬를 틀꼬」 논문 「황금시장 물산업의 경쟁력」

이들 기업은 웅진을 제외하고 환경산업에 뒤늦게 참여한 기업들이다. 고달픈 국내 현실에서 중소기업의 10년은 대기업의 100년 수명과 엇비슷하다. 그 역경을 벗어나기 위해 매각 금액만 어느 정도 맞는다면 홀가분하게 팔아넘기고 사업에서 손을 털어버리는 경우가 우리나라 중소기업 중 잘 나가던 기업들의 대체적인 종말이다.

그런데 이 같은 현실에서 환경부가 미적거리는 와중에 상하수도사업을 대행하는 한국환경공단은 오히려 전문기업을 배제하고 대형 엔지니어링사를 끌어들여 유지관리사업을 하게끔 멍석을 깔아주고 있어 또 한 번 한국판 전략을 탄생시키고 있다.

20여 년간 관망유지관리, 블록관리, 유수율 재고사업 등 세부적인 차별화된 사업을 자생적으로 발전시켜 전국의 유수율을 향상한 공이 큰 이들 전문기업은 참여할 수도 없는 계약조건을 만들고 대형 엔지니어링사의 하청업체로 되돌려 놓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빈약한 소기업은 자본력이 취약하여 사업수행을 독자적으로 성실히 할 수 없다는 것이 환경공단의 논리다. 그러나 한일, 한국빅텍, 서용엔지니어링, 서창 등 이들 기업은 20여 년간 지자체 사업을 수행하면서 미완성으로 끝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부도위기를 맞은 적도 없다. 매년 15% 이상 성장을 지속해오고 있는 기업들이다.

그런데도 이들 전문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자격조건을 만들어주지 못한 틈에 환경공단은 입찰금액과 구태의연한 PQ 심사를 통한 발주로 전문성도 없는 대형 엔지니어링사들에게 일감을 몰아주는 뒤틀려진 전략을 세우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시행 초기인 지난해 강원도지역 사업에서 이들 전문기업은 대형엔지니어링사의 하청업체로 전락하여 터무니없이 낮은 금액으로 사업을 진행, 효율성과 진실성마저 의심받게 하고 말았다.
오죽하면 하청업체의 한계점을 염려하여 서울시가 하도급 대금은 금융기관과 제휴하여 원도급 대금과 하도급 대금을 분리 지급하여 부정적 지급을 방지하겠다는 시 정책이 사회적 이슈가 되었을까. 

이 같은 문제를 염려하여 환경부의 한 고위직 간부는 유수율 사업만큼은 전문기업이 독자적으로 사업을 수행하게끔 제도를 마련해 보려 했으나 매듭도 짓지 못하고 그 자리를 떠나고 말았다.

미래시장을 내다보며 자생적으로 발전시켜온 이들 전문기업이 살아남아야 기술 가치와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현행 체제로 지속된다면 이들 전문기업은 손을 들 수 밖에 없다.

대형 엔지니어링사들이 기술사 자격과 석·박사자격을 지닌 고급인력들이라면 이들 전문기업은 눈과 발, 귀로 땅속을 살펴가는 기능성이 강한 전문기능공들의 양산소이다. 공단이나 정부는 고급인력의 인맥을 통한 원활한 소통이 솔깃할지 몰라도 다양한 인력의 수용과 전문적인 집단을 형성시킴으로써 나오는 일자리 창출과 고용의 확대에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기업들이 자생적으로 전문성을 키워 온 200여 명의 전문기술인력을 소외시키거나 경영악화로 이 땅에서 몰아낸다면 환경부, 환경공단 등과 침묵하고 있는 상하수도협회나 관련 학계도 그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덧붙여 유지관리 전문업체도 지엽적인 논쟁에서 벗어나 큰 그림을 그려 가는데 적극적인 동참과 협력이 절실한 임진년의 봄이다.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

2년 전 세상을 떠나신 고 김수환 추기경 님의 마지막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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