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호] 2012년 2월 23일 목요일 발행
무창포에는 바람만 산다
발행인 칼럼 | 영하 10도의 살추위가 전국을 사르는 신년 초 백내장 수술 후 눈을 달래려 대천으로 향했다. 50년 이상을 혹사했던 뒤끝인지 바라보는 세상에서 더는 아름다움을 찾을 수 없다는 절망감 때문이어서인지 사물이 어리어리하게 보이고 피로도가 급상승한다. 하도 어지러운 세상이어서 어리어리하게 보이는 것이 정상이라지만 이윽고 현기증마저 난다. 연간 70만 명이 밀려온다는 대천 앞바다의 겨울녘 모래사장. 사람 서넛이 잠시 서성이다 돌아간 짧은 발자국만 홀로 지는 햇살을 배웅한다. 젊은 연인들도 보이지 않으니 요즘 젊은 사랑은 노친들 보다 정열적이고 뜨겁지 못한것일까. 내 젊은 날, 냉해로 가득한 바람통로가 갈기갈기 찢겨오는 골방에서도 추운 줄 몰랐었는데 요즘의 젊은 사랑은 온실 안에서만 꽃을 피우는가 보다. 해안가 모래사장을 거닐며 바짝 누워 있는 불가사리와 만난다. 최근 생태과학자가 불가사리를 이용하여 수질오염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였다는 연구보고서를 읽어서인지 해양오염의 지표이기도 한 불가사리가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 |
| ||
김동환 약력: 시인/수필가, 환경ISI소장, 한국작가회회원, 한국문인협회회원, 국제펜클럽회원, 환경부중앙환경자문위원, 소비자시민의모임 운영의원, (사)한국수도산업발전회 부회장, (사)한국환경계획 조성협회 자문위원 저서 : 시집 「날고있는 것은 새들만이 아니다」 칼럼집「우째물꼬를 틀꼬」 논문 「황금시장 물산업의 경쟁력」 |
아무 쓸모 없을 것 같던 갯벌이 생태계의 중심축으로 떠오르고, 대천 해수욕장과 무창포가 있는 보령시에서는 갯벌을 활용한 머드화장품을 개발하였으니 자연의 산물은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인간의 수치로 측정하기 어려운 것 같다.
대천 해안가를 끝에서 끝으로 걸어가니 왕복 1시간이다. 불광동에서 응암동을 지나 한강으로 흘러가는 홍제천이 11㎞, 응암동에서 한강까지는 5㎞, 대천 해변은 3.5㎞이다.
무창포 포구 앞에는 3~40대로 보이는 사내들이 갓 잡은 돼지고기를 구워 소주를 마시고 있다. 숯불에 달궈지는 고기냄새가 해변을 감칠나게 맴돌아 나그네도 다가가 한 점을 얻어먹는다.
소주 한두 잔 오가자 볼멘소리가 들린다. “무창포에는 아가씨가 없어요. 보세요. 모두 총각들만 살아요. 이리 시집오면 편하고 살갑게 사랑받을 텐데.”
“외국계 여인들도 오지 않나요?” 뜬금없이 한마디 묻자,
“농촌으로는 시집을 오려 하지만 어부에게는 시집오려고 하지 않아요. 어촌이 농촌보다 편한데 궂은 일이 많다고 생각하나 봐요. 수협이나 농협이나 이 같은 공통적인 현실 문제를 다루고 국회의원들이나 정치인들이 조금만 신경 써도 이토록 기울지 않을 텐데 말이죠.”
갑자기 순한 소주에서 쓴맛이 돈다. 무창포 청년회에서 가끔 이렇게 고기를 잡아 고향에 찾아오는 옛 친구들을 불러 보지만 점점 고향 마을을 찾아오는 젊은이들도 사라지고 있단다.
보령시도 말만 시이지 점차 인구가 줄어 시에서 다시 군으로 내려앉을 판인데도 이곳 시의원들은 고작 11명인데 시의회청사가 시청만큼 화려하고 크다고 한마디 쏜다. 이곳도 지자체의 폐해가 매운바람처럼 차다.
-구름 걷히고 나니 햇볕이 두텁게 내리 쬐인다.
-배를 띄워라, 배를 띄워라.-
천지가 온통 얼음으로 덮혀 생기를 잃었으되 바다는 옛과 다름이 없다.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끝없이 아득한 물결이 비단을 펼쳐 놓은 듯하다.
-배를 띄워라, 배를 띄워라.-
천지가 온통 얼음으로 덮혀 생기를 잃었으되 바다는 옛과 다름이 없다.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끝없이 아득한 물결이 비단을 펼쳐 놓은 듯하다.
-물이 얕은 갯가의 고기들이 먼 소로 몰려갔으니
-돛을 달아라, 돛을 달아라.-
잠깐 동안 날씨가 좋을 때에 어장에 나가 보자.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돛을 달아라, 돛을 달아라.-
잠깐 동안 날씨가 좋을 때에 어장에 나가 보자.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낚싯밥이 좋으면 큰 고기가 물린다하는 유배지에서 65세에 쓴 고산 윤선도의 어부사시사 겨울 중 한 부분이다.
이렇게 신년 초 눈 좀 씻으러 달려온 무창포 앞바다에서는 아이들 목소리는 아예 들을 수 없었고 처녀들의 살냄새도 맡을 길 없었다. 그저 매운바람과 늙은 총각들의 터벅거리는 냄새만 풍덕지게 만났을 뿐이다. 무창포에서는.
이렇게 신년 초 눈 좀 씻으러 달려온 무창포 앞바다에서는 아이들 목소리는 아예 들을 수 없었고 처녀들의 살냄새도 맡을 길 없었다. 그저 매운바람과 늙은 총각들의 터벅거리는 냄새만 풍덕지게 만났을 뿐이다. 무창포에서는.
ⓒ 환경노정신문 & elnew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 & 이슈 >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146호] 청첩장 (0) | 2012.04.25 |
---|---|
[145호] 수도관망산업이 대기업 산업인가_국가 정책과는 역행 (0) | 2012.04.25 |
[143호] 역사의 수레바퀴_상하수도협회 10년의 티끌 (0) | 2012.04.25 |
[142호] 루왁커피와 정치인의 배설물 (0) | 2012.04.25 |
[141호] 2012 임진년 사자성어는 -心無體用(심무체용)- (0) | 2012.04.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