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호] 2012년 3월 23일 금요일 발행
청첩장
발행인 칼럼 | 요즘은 이상기후라서인지 계절의 변절도 감지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봄, 가을에 찾아오는 청첩장이 우편물의 상당수를 차지한다. 준 조세성은 아니라지만 어쩌면 세금고지서보다 심산을 더 후벼 파 오랫동안 잠 못 이루게 하는 것이 청첩장인가보다.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부터 얼마를 해야 하나 장소가 호텔인가, 성당인가, 아님 웨딩홀인가. 이리저리 짜 맞춰야 한다. 청첩자와는 먼 사인가 가까운 사인가, 신세를 졌나 안 졌나. 영업성이 있나 없나 부터 죽은 권력인가 산 권력인가 필요성이 있나 없나 등 그 청첩장에 얽힌 상념들을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 외국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던 사람들도 한국에 돌아와서 겪는 가장 번거로운 고민 중 하나가 청첩장이란 말도 이해가 간다. 청첩장(請牒狀)이란 결혼식 등의 경사스러운 자리에 남을 초청하는 내용을 적어 보내는 글이다. 농경사회인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사용되었는지 출현 배경이 명확치 않다. 어린 날 시골에서의 결혼은 동네 잔치였다. 그 당시의 청첩장은 구두로 전달되곤 하였다. | |
| ||
김동환 약력: 시인/수필가, 환경ISI소장, 한국작가회회원, 한국문인협회회원, 국제펜클럽회원, 환경부중앙환경자문위원, 소비자시민의모임 운영의원, (사)한국수도산업발전회 부회장, (사)한국환경계획 조성협회 자문위원 저서 : 시집 「날고있는 것은 새들만이 아니다」 칼럼집「우째물꼬를 틀꼬」 논문 「황금시장 물산업의 경쟁력」 |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쏠쏠하게 뱉어내 인기가 높으며 공직사회에서 조언자로 추앙받는 한 퇴직 공무원은 자식 혼사 때 몇 가지 청첩의 원칙을 세웠다고 한다.
- 원거리 사람에게는 보내지 않는다.
- 70이 넘은 어른들은 초대하지 않는다.
- 최근 연락이 두절된 사람은 애써 찾지 않는다.
- 친구지만 만남이 오랫동안 이뤄지지 않는 사람에게는 보내지 않는다.
- 각 테이블마다 아는 얼굴들로 앉게 하여, 겸사겸사 즐거운 날이 되게 한다.
- 신부 댁 하객 인원 수와 대동소이하게 맞춰 초대한다.
서울서 치러지는 결혼식에 제주도 등 먼 지역까지 부른다는 것은 상대에게 시간적, 금전적으로 너무 많은 부담을 주게 되며, 일정한 수익이 없는 노인들에게는 너무 큰 부담을 준다. 결혼식에 참석했지만, 주변에 아는 사람이 없어 홀로 식사를 하다 돌아가 손님 접대를 그르치게 하는 실례를 피하기 위함이며 상대 손님은 별반 찾아오지 않는데 한쪽만 손님들로 북적거려 신혼부부에게 상처를 주지 말아야겠다는 나름대로의 원칙이다.
일본에서는 청첩장을 띄우면서 상대방에게 참석할지를 확인하고 초청인이 대화할 수 있는 가까운 지인들과 함께 합석시켜 담소를 나누게 하려고 테이블에 이름을 적어 놓는다.
호사스러운 고급 호텔에서 치러지면 식사비보다 적은 축하금을 주기가 겸연쩍어 바쁘지도 않으면서 얼굴만 내밀고 돌아서는 인사들도 상당수 있다. 돌아 나오면서 5천 원짜리 김치찌개를 시켜 먹을지언정 밉상스러운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배려에서다.
서울시 부시장을 지낸 한 인사는 가까운 지인들에게만 초청장을 보내 일체의 축의금을 받지 않고 식사대접을 하였다. 교회나 성당, 동네 웨딩홀이나 마을회관에서 열리는 결혼식은 부담감이 적고, 별반 특이성도 없는데 예식비용은 엄청나게 차이 나는 고급호텔에서 열리는 잔치는 여러 가지로 주눅이 든다.
옛 성종 시절에는 음양의 화합은 나라의 평안과 안녕을 가져온다며 가난한 양반집 자녀에게는 혼인비용을 대주기도 하였다.
정갈한 물 한 그릇 떠놓고 서로 맞절하며 혼례를 치르기도 하지만 워낙 체통을 중시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있어서 결혼식은 자신의 걸어온 족족을 널리 알리고 싶은 허례가 더해져 찾아오는 손님을 불편하게 하는지도 모른다.
현대의 결혼식은 우리의 전통 혼례식도 아닌 이상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혼례식이 이뤄졌으면 한다.
권력의 소행이던 부의 축적이던 있는 자들이 굳이 화려함으로 체통을 지키겠다면 축의금 사절로 축하만 받고, 식사 보시 좀 하면 품위까지 존경스러울 것이다.
결혼식장에 하객을 맞는 양가가 어느 한 쪽은 줄지어 늘어섰고, 사돈댁은 썰렁하면 자식들 놓고 기선제압이라도 하겠다는 건지.
요즘의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려 하지 않아 국가적 위기를 맞고 있지만,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감사히 전달되는 청첩장도 행복시대의 시작이 아닐까.
일본에서는 청첩장을 띄우면서 상대방에게 참석할지를 확인하고 초청인이 대화할 수 있는 가까운 지인들과 함께 합석시켜 담소를 나누게 하려고 테이블에 이름을 적어 놓는다.
호사스러운 고급 호텔에서 치러지면 식사비보다 적은 축하금을 주기가 겸연쩍어 바쁘지도 않으면서 얼굴만 내밀고 돌아서는 인사들도 상당수 있다. 돌아 나오면서 5천 원짜리 김치찌개를 시켜 먹을지언정 밉상스러운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배려에서다.
서울시 부시장을 지낸 한 인사는 가까운 지인들에게만 초청장을 보내 일체의 축의금을 받지 않고 식사대접을 하였다. 교회나 성당, 동네 웨딩홀이나 마을회관에서 열리는 결혼식은 부담감이 적고, 별반 특이성도 없는데 예식비용은 엄청나게 차이 나는 고급호텔에서 열리는 잔치는 여러 가지로 주눅이 든다.
옛 성종 시절에는 음양의 화합은 나라의 평안과 안녕을 가져온다며 가난한 양반집 자녀에게는 혼인비용을 대주기도 하였다.
정갈한 물 한 그릇 떠놓고 서로 맞절하며 혼례를 치르기도 하지만 워낙 체통을 중시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있어서 결혼식은 자신의 걸어온 족족을 널리 알리고 싶은 허례가 더해져 찾아오는 손님을 불편하게 하는지도 모른다.
현대의 결혼식은 우리의 전통 혼례식도 아닌 이상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혼례식이 이뤄졌으면 한다.
권력의 소행이던 부의 축적이던 있는 자들이 굳이 화려함으로 체통을 지키겠다면 축의금 사절로 축하만 받고, 식사 보시 좀 하면 품위까지 존경스러울 것이다.
결혼식장에 하객을 맞는 양가가 어느 한 쪽은 줄지어 늘어섰고, 사돈댁은 썰렁하면 자식들 놓고 기선제압이라도 하겠다는 건지.
요즘의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려 하지 않아 국가적 위기를 맞고 있지만,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감사히 전달되는 청첩장도 행복시대의 시작이 아닐까.
ⓒ 환경노정신문 & elnew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 & 이슈 >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월호가 던진 대한민국의 오늘 (0) | 2014.04.24 |
---|---|
[147호] 억새풀과 청계천 (0) | 2012.04.25 |
[145호] 수도관망산업이 대기업 산업인가_국가 정책과는 역행 (0) | 2012.04.25 |
[144호] 무창포에는 바람만 산다 (0) | 2012.04.25 |
[143호] 역사의 수레바퀴_상하수도협회 10년의 티끌 (0) | 2012.04.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