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호] 2012년 1월 27일 금요일 발행
루왁커피와 정치인의 배설물
발행인 칼럼 | 오늘은 백내장 수술하러 병원을 가는 날이다. 오십을 넘기면서 이빨을 뽑고 왼쪽, 오른쪽 위아래 본래 이빨이 인공치아로 교체되더니 이제는 눈까지 칼을 대야 한다. 이빨은 술과 담배에 울컥하는 성질로 온전하지 못하리라 짐작했다. 그래도 눈만큼은 안경을 쓰지 않고 살아왔는데 눈도 수술대에 올려야 하니 자신이 몸을 얼마나 학대하며 살아 왔는지 후회막급이다.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컴퓨터와 마주앉아 노닥거리면서 눈마저 홀대하며 살아내야 하는 전자문화의 폐해를 다시금 실감하게 한다. 속조차 온전치 못한 새벽, 무역하는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은 인도네시아 루왁커피 한 스푼을 여과지에 담아 물을 내린다. 루왁(Luwak)은 인도네시아에서 무상(Musang)이라고도 하는데 긴꼬리 사향고양이를 뜻한다. 커피매니아에게는 황홀할 정도로 감미롭다지만 워낙 다방 커피(일회용 인스턴트 커피)로 수십 년간 절어 온 내게 루왁의 향은 확 댕기는 맛이 없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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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약력: 시인/수필가, 환경ISI소장, 한국작가회회원, 한국문인협회회원, 국제펜클럽회원, 환경부중앙환경자문위원, 소비자시민의모임 운영의원, (사)한국수도산업발전회 부회장, (사)한국환경계획 조성협회 자문위원 저서 : 시집 「날고있는 것은 새들만이 아니다」 칼럼집「우째물꼬를 틀꼬」 논문 「황금시장 물산업의 경쟁력」 |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슬라웨시, 자바에서 주로 생산된다고 하는데 선물 받은 루왁은 인도네시아 단둥대학에서 키우는 사향고양이 배설물로써 상업성보다 연구개발적 진실성이 높은 농도가 짙은 커피이다.
사실 루왁이 유명한 것은 긴꼬리 사향고양이가 커피열매를 먹고 침과 위액과 섞여 배속을 휘젓고 나온 배설물이다. 특이한 향과 맛으로 인해 1파운드당 미화 300불 이상에 판매되고 있는 최고급커피도 결국 동물의 똥일 뿐이다.
그 커피를 마시기 위해 커피메이커를 사러 백화점에 들렀다. 될 수 있는 한 국산을 사고자 했으나 뜨거운 물로 채워지는 물통이 플라스틱이라 한번 사용하고 다시 반품하고 말았다.
커피를 추출하는 드립방식의 백색의 여과지도 표백제가 의심스러워 영 께름칙하다. 그래서 여과지도 누런 것으로 교체했다.
루왁커피 한잔 마시려 커피메이커를 샀다가 반품하고 여과지 하나에도 신경이 곤두서니 긴꼬리 사향고양이 똥 한번 먹기가 어지간히 힘들다.
새벽공기에 젖어드는 커피향기 속에 지난해 쏟아져 나온 국회의원들의 배설물인 출간 책들을 훑어본다.
제목부터 평화라는 단어가 많이 나오는 것을 보니 얼마나 전쟁을 하길래 그럴까 씁쓸하다.
부산의 김정훈 의원은 민족주의와 영토주의로 한 치도 내다보기 어려운 긴장과 갈등이 세계의 평화를 위협한다며 「미래 평화」로, 전남 여수의 3선의원인 김성곤 의원은 종교 간 평화 없이는 세계평화도 없다며 4년 전 출간한 「도의정치」 이후 「평화」라는 제호의 책을 출간했다.
김 의원은 초선 시 환노위 활동에서 만남이 있었는데 주로 종교와 근접한 활동을 하고 사학과 철학을 공부한 것이 근간이라 본다.
그래서 그는 국회의 부끄러움이 멈추지 않는 것은 민주정치의 미성숙과 삼권분립이 안 되는 권력구조, 개인보다는 당론위주의 투표, 의원 상호 간의 신뢰결핍과 상대 당에 대한 배려부족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을 무섭게 알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참회의 삼천 배를 하고 있다.
요르단 방문 시 사해에서 우윤근, 김창수 의원 셋이서 금기사항인 수영을 하여 친숙해져 사해방이라 명명하며 당을 초월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김정훈 의원은 평화는 인류 최고의 보편적 가치며 전쟁 속에서도 피어나는 희망이며 평화가 곧 경쟁력이라고 선언한다.
그래서 국회의원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일해야 한다며 부산에 유엔 평화문화특구를 조성하게 된 과정을 그려간다.
긴꼬리 사향고양이 똥의 향기에 가슴을 열듯이 이들 국회의원의 4년간의 배설물들이 진정으로 향기로운 세상을 만들고 평화로운 옥토를 만드는 거름이 되길 다가오는 총선에 기대본다.
내일은 언제나 희망이며 향기롭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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