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호] 2012년 1월 13일 금요일 발행
2012 임진년 사자성어는
-心無體用(심무체용)-
발행인 칼럼 | 언제부터인가 신년이 되면 여기저기서 사자성어를 설정하여 가훈처럼 가슴에 담기 시작했다. 전국의 교수들은 자기 잘못은 생각지 않고 남의 비난이나 비판을 듣기 싫어 귀를 막지만 소용없다는 의미의 掩耳盜鐘(엄이도종)을 선정했다. 또 다른 집단은 “어려운 시기에 신중하고, 치밀하게, 지혜를 모아서 큰일을 성사시킨다.”라는 뜻의 臨事而懼(임사이구)로 선정하기도 했다. 충청북도는 임진년 사자성어로 생명의 기운이 넘치고 태양이 빛난다는 ‘생창양휘(生昌陽輝)’를 구미시(시장 남유진)는 달리는 말은 말발굽을 멈추지 않는다는 뜻의 ‘마부정제(馬不停蹄)’를 선정했다. 그럼 기업들은 어떤 사자성어를 설정했을까. 편안한 가운데서도 늘 위험을 잊지 않는다는 ‘안불망위(安不忘危)’를 삼성이, 현대ㆍ기아차는 새해 경영 화두로 추운 겨울에도 소나무는 잎이 지지 않는다는 ‘세한송백(歲寒松柏)’으로, LG그룹은 한 번 실패한 사람이 재기에 성공할 수 있다는 ‘동산재기(東山再起)’를, 척박한 자갈밭을 갈고 있는 우직한 소라는 ‘석전경우(石田耕牛)’라는 사자성어로 SK는 다짐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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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약력: 시인/수필가, 환경ISI소장, 한국작가회회원, 한국문인협회회원, 국제펜클럽회원, 환경부중앙환경자문위원, 소비자시민의모임 운영의원, (사)한국수도산업발전회 부회장, (사)한국환경계획 조성협회 자문위원 저서 : 시집 「날고있는 것은 새들만이 아니다」 칼럼집「우째물꼬를 틀꼬」 논문 「황금시장 물산업의 경쟁력」 |
올 임진년은 그 어느 때보다 안팎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임진년은 유달리 전쟁이란 피폐함과 굴욕적인 역사적 사실에 접근하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임진년을 맞는 자세가 그 어느 해보다 긴장이 풀리지 않는다.
임진년에 맞은 사건들을 나열하면 800년 전인 1232년에는 몽골이 쳐들어와 우리의 임금이 강화도로 천도해야 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고, 500년 전인 1592년에는 일본이 대마도를 건너 대한민국을 휩쓸고 간 임진왜란이 발생하였다.
그리고 60년 전 우리나라 정부는 6·25전쟁으로 인해 부산으로 또다시 수도 서울을 천도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야말로 국지적이거나 지엽적인 사건이 아닌 국가적인 대란이 발생했었다.
흑룡의 해라 인물도 많이 난다지만 임진년 태생의 인물들을 나열하면 그리 뾰족한 인물들이 떠오르지 않는다.
1352년에는 용의 눈물 권근이, 1412년에는 사육신의 한 분인 하위지가 태어났으며 세종의 큰딸 정소공주가 태어나기도 했다. 1532년에는 명종의 왕비인 인순왕후가, 1712년에는 루소가, 1832년에는 서양에서는 화가 마네가,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태극기를 창안한 이응준이 태어난 해이다. 1892년에는 친일파로 몰린 소설가 춘원 이광수와 홍릉수목원에 심어진 소나무과의 나무 반송이 태어난 해이기도 하다.
그럼 가장 최근 60년 전의 1952년에는 어떤 인물이 있을까. 탤런트 이덕화, 가수 이수만, 러시아 푸틴, 그리고 명계남, 문재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큰 딸 박근혜가 태어난 해이다.
이렇게 인물들을 나열해보지만, 왠지 큰 인물이라기보다는 역사적으로 슬픈 체취가 스며든다. 정치권이 요동치고 세계 경제가 불안하고 우리나라 청소년 교육도 비상시국이다. 물론 물가안정과 일자리 창출도 정부의 핵심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세계의 인물들 중에는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미국의 실업가이며 자선사업가인 앤드류 카네기가 그렇고 영국의 영화배우 찰리 채플린, 소설가 찰스 디킨스, 미국의 발명가 토마스 에디슨과 작가 마크 트웨인, 소련의 소설가 막심 고르키, 이들은 모두 중·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세기의 인물들이다.
올해는 현시대의 난국을 수용하면서 미래를 짊어질 청소년과 후세들에 대한 올바른 인성교육과 지표를 설정하여 중·장기 국가적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난세를 헤쳐나가는 묘약이며 차라리 타산지석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누에는 자기 몸길이보다 12,000배나 더 긴 실을 짜냄으로써 우리에게 비단을 선사한다. 조개가 진주 한 알을 만들려 해도 5년에서 10년의 긴 세월을 보내야 한다. 아픈 상처가 결국 아름다운 진주를 만들어 내듯 우리의 고뇌가 깊은 만큼 슬기와 지혜가 빛을 발해야 할 것이다.
조선 중기 학자 이황(李滉)이 마음에는 체용이 없다는 이구(李球)의 학설을 논박한 논문인 《퇴계집》 권41 <잡저>에는, 마음을 주체와 작용의 이원으로 나누어보는 입장에서 마음에 체(體)와 용(用)이 있지만, 그 근본에는 체용이 없다. 동과 정은 참된 이치이고 체용은 빈말이니, 동정(動靜)이 바로 체용이다. 체는 구체적 존재에 쓰는 말이며, 용은 물체의 움직임에 쓰는 말이나 움직임 전에 작용이 없고, 존재 이전에 주체는 없다고 한 心無體用(심무체용)을 올해의 사자성어로 접어보면서 올 한해에는 마음을 다스리는 해로 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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