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호] 2011년 10월 21일 금요일 발행
예술과 정치
발행인 칼럼
김동환 약력: 시인/수필가, 환경ISI소장, 한국작가회회원, 한국문인협회회원, 국제펜클럽회원, 환경부중앙환경자문위원, 소비자시민의모임 운영의원, (사)한국수도산업발전회 부회장, (사)한국환경계획 조성협회 자문위원 저서 : 시집 「날고있는 것은 새들만이 아니다」 칼럼집「우째물꼬를 틀꼬」 논문 「황금시장 물산업의 경쟁력」 |
전국이 온통 서울시장 선거판이다. 선거공약이 아무리 그럴싸해도 서민들의 삶은 여전히 추운겨울 한복판으로 가고 있다. 차라리 방관자로 이 꼴 저 꼴 안 보고 싶은 시민이 더 많을 것 같다. 그러나 없는 처지에서도 가진 유일한 선택권이 투표권이기에 마냥 냉소적일수도 없다. 그 선거판을 뒤로 하고 올해로 7회 째인 인천여성비엔날레를 관람하기 위해서 인천을 다녀 왔다. 첫 해의 주제는 「좌절과 기쁨」, 한 해 건너 ’06년의 주제는 「여성미술의 새로운 조명」으로 시작된 세계 여성비엔날레는 점차 성별의 한계를 벗어나 세계인의 공통주제로 과제를 풀어가듯 그 틀을 넓혀가기 시작한다.
’07년은 「문을 두드리다」, ’09년에는 「가까이 그리고 멀리」, 지난해에는 「말과 행동」, 그리고 올해의 주제는 「미지의 대지」로 세계적 유명 화가 20개국 179명과 국내 화가 등 총 694명의 작품들이 인천 하늘 아래에서 형형색색의 이야기를 수놓고 있다. 이미 고인이 된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조각가 문신의 아내이며 화가인 최성숙 씨의 작품도 감상할 수 있으며 비틀즈의 멤버로 세계적 평화주의 운동가로 널리 알려진 존 레논의 아내 요코 오노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
전시 공간에 배치된 사닥다리 위로 올라간 존 레논은 요코오노가 던진 화두 YES라는 문구하나에 음악을 집어던지고 7년 연상의 여인 요코 오노의 영원한 남편이 된다.
그 요코 오노가 이번 전시회에 평화를 꿈꾸자며 「하늘을 여는 유리열쇠」 제목의 작품으로 중단 없는 그녀의 평화운동과 멈추지 않는 열정을 인천 땅에서 펼쳐놓았다.
69년 요코는 존 레논과 함께 반전캠페인 「베드인」과 「전쟁은 끝났다, 당신이 원한다면」을 선보여 세계적 화두를 던지기도 했다.
우주복을 입고 서 있는 수십 개의 로봇 인형들, 「우주로의 대이동」이란 주제의 팔레스타인작가 라리사 산소어의 작품은 달에 팔레스타인 깃발을 꽂을 수 밖에 없는 현실, 언제 이들 팔레스타인들에게 이동과 탐험의 진정한 자유가 주어졌는가. 이들이 조국을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은 있는가. 달 착륙만큼이나 먼, 그러나 언젠가는 이뤄질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분단과 분쟁의 소용돌이 속에 세계를 향해 내뱉는 그의 작품은 희화적인 절규를 엿볼 수 있었다.
환경전문인으로 가슴을 턱 치게 하는 작품으로 이재림의 「무한매장 프로젝트」는 발길을 쉽게 떼게 하지 않는다.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매장문화에서 화장문화로 그리고 수목장 등을 통해 생명의 끝을 자연으로 돌려주자는 운동도 펼쳐졌지만 그녀는 작품에서 지극히 과학적이면서도 생태학적 논리로 작품을 절묘하게 승화시켜주고 있다.
죽음과 부패의 상관관계에서 버섯포자를 통해 단순한 부패에서 자연으로의 회귀 과정을 작품으로 승화한 흥미로운 작품을 선사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의 총감독은 뉴욕 퀸즈미술관을 거쳐 MIT대학 리스트 비주얼아트센터 관장과 기획자로 부산비엔날레와 광주비엔날레에서 활약한 인물인 제인파버.
그는 이번 전시작품의 일련성은 미지의 것을 선택하여 다루고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지역사회에서 세계적인 작가들과 교감을 갖게 한 여성비엔날레에 대해 오광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세계 180여 비엔날레 중 최초의 여성비엔날레로 명성을 높여가고 있다고 말한다. 또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인천여성비엔날레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크나큰 자산이다, 라고 말하고 있다.
세계의 평화와 미지의 세계 간의 공통분모를 향한 인간의 한계와 경계선을 벗어난 인천여성비엔날레가 내년에도 다시 열릴 수 있을지 암담하다.
과거 여당이 이끌던 시절의 비엔날레라서 현재의 시장체제에서는 맞지 않는다는 한국식 공무원 발상은 제발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
다 만들어 놓은 밥상에 진수성찬을 차려놓았으면 맛있게 먹으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인데, 전관시절 만든 아궁이에 불을 지폈다고 해서 그 솥 밥은 밥이 아닌가. 가마솥까지 부셔버리면 또 언제 밥을 짓고 밥상은 또 누가 차릴 것인지? 입맛 떨어진 손님들은 또 다시 그 집에 가려하지 않는다.
문화의 맛은 세월 속에서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기에 현관은 그 밥상을 엎어버릴 일이 아니고, 인천을 물과 세계기후가 소통되는 통로를 지속적으로 확장시켜 명실상부한 범세계적 잔치가 되도록 격려하는 것이 인천을 위한 진정성일 것이다.
달에 가서야 자국 국기를 꽂을 수 밖에 없는 팔레스타인 작가 라리사 산소어의 작품을 떠올리며 인천 땅을 벗어났다.'뉴스 & 이슈 >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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