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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이슈/칼럼

<135호>[칼럼]황금 땅덩이에 녹색 홍보관

[135호] 2011년 10월 11일 화요일 발행
 

황금 땅덩이에 녹색 홍보관

 

 

발행인 칼럼

김동환

약력: 시인/수필가, 환경ISI소장, 한국작가회회원, 한국문인협회회원, 국제펜클럽회원, 환경부중앙환경자문위원, 소비자시민의모임 운영의원, (사)한국수도산업발전회 부회장, (사)한국환경계획 조성협회 자문위원

저서 : 시집 「날고있는 것은 새들만이 아니다」 칼럼집「우째물꼬를 틀꼬」 논문 「황금시장 물산업의 경쟁력」
 
18대 국회가 마무리 되어 가는 가을 언덕의 마지막 국감은 예측한 대로 맥도 빠지고 김도 날아갔다. 내년 선거를 의식해서일까.

국감장에서 어느 국회의원은 이런 답답한 심정을 ‘선거가 다가와 마음껏 이야기 할 수도 없고 하여간….’ 내뱉는 단어에서 짙어가는 그 고뇌가 오히려 아름답기까지 하다.

그런데 여야를 막론하고 아주 작지만 우리의 전시행정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단면을 느끼게 하는 질의가 관심을 모은다. 국감장에 미운 오리새끼처럼 등장한 것은 교보문고 옆 광화문 KT빌딩 1층에 전용면적 964㎡를 임대해 2009년부터 운영 중인 「녹색성장 체험관」주요기능은 녹색정책·기술·제품을 전시하여 경제·환경위기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녹색성장의 필요성을 소개하고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 관련 대국민 홍보와 이해 확산에 기여 한다는 것이 환경부의 소개 내용이다.

 

체험관은 7개의 전시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7개의 전시관중 1개 관은 4대강 전시관으로 사용되고 있고, 추가로 가상 4대강 사진관이 배치되어 2010년 예산 심의시 4대강 홍보비 논란이 되어 예산 삭감까지 논의된 바 있다.
녹색체험관 예산은 2010년 기준 총 30억원으로 이중 절반에 가까운 14억 원을 임대료와 관리비로 사용하고 있다. 쉽게 말해 월세 1억 원의 비싼 임대료를 내면서 전시관으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상시 전시관을 통틀어 이토록 비싼 전시관을 사용하는 곳은 아마도 없을 듯하다. 물론 서대문4거리에 있는 농협박물관, 서초동에 있는 한전홍보관, 광화문 동아일보 미술관, 동아일보 건너편의 은행기념관, 서울역의 철도박물관등도 매우 비싼 땅덩이에 있는 전시관들이다.

하지만 녹색성장체험관을 제외한 이들 전시장들은 모두 자체 건물(사적가치가 있는 근대건축물)을 리모델링하여 역사성과 기록물을 일반인에게 관람해주는 공간이란 점에서 매우 좋은 평가를 받는다.

값으로 치면 어마어마한 금싸라기 땅이지만 국민에게 기꺼이 문화공간으로 돌려준다는 점에서 이들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을 엿보게 한다.
그런데 녹색성장체험관은 우리나라 근현대 1백년을 통한 홍보전시 중에 매우 고비용 저효율전략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집과 같은 땅에서 비싼 임대료를 지불한 만큼의 알맹이 없는 전시관으로 활용한다는 점이 놀라울 정도이다. 전시장을 수 차례 둘러보아도 감명받거나 충격을 주거나 살아 숨쉬는 역동적 전시물도 없다.
주로 어린이들과 단체학생들이 관람하지만 20~30명만 모여도 전시통로가 비좁아 여유로운 관전이 어렵다.
아마 서울시장이 이런 장소에 전시관을 조성하겠다고 하거나 환경부장관이 창안을 했다 해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을 것이다.
 우선 관련부서 자체 감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을 테고 감사원 감사에서도 지적을 받아 징계위원회에 회부될 수 있는 무모한 도전이다. 물론 이런 곳에다 막대한 돈을 투자한다면 지경부에서도 예산을 주지 않았으리라는 것은 명백하다.

왜 그래야만 했을까. 그렇게 해서 얻어지는 결과물이 무엇일까.  차라리 청계천에 천막을 치고 연중무휴로 전시장을 조성했다면 말이 될지도 모른다.

녹색성장체험관은 30억 원을 들여 연간 13만 명의 방문객을 유치하고 있고, 연 4천2백만 명이 방문하는 국립공원은 연간 10억 원의 기업 후원을 받고 기업광고를 해야 하는 현실을 이미경 의원이 꼬집었다.

물론 시한부 전시관이라 하지만 3년간 소요된 1백억 원 가까운 예산으로 얼마든지 풍요로운 물과학관을 조성해도 좋았다.
옆 건물에 녹색성장위원회가 있고 몇몇 어르신들이 관람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주변에 전시관을 마련했다면 정말 커다란 행정적 모순이다. 더욱이 3년간 전시관에 대한 어떠한 여론적 비판도 없었다.
몇 천만 원만 낭비해도 호들갑인 여론재판에서 녹색성장체험관은 광화문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배밭에서는 갓 끈을  매만지지 말고, 참외밭에선 신발 끈을 고쳐 매지 말라 하였거늘 광화문 중심에 비싼 임대료를 지불하면서 일시적인 녹색성장체험관을 만들어 놓고 홍보 효과는 얼마나 있었을까.

홍보는 잘못하면 비판의 화살로 못박힐 수 있다. 이 차에 밋밋한 청계천 길목에 다양한 프로그램의 전시관을 만들어 영구적인 테마전을 여는 것도 궁리해볼만 하다.
물은 물가에서 물의 존재를 선명하게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