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호] 2011년 9월 7일 수요일 발행
안방서도 푸대접인데
발행인 칼럼
김동환
약력: 시인/수필가, 환경ISI소장, 한국작가회회원, 한국문인협회회원, 국제펜클럽회원, 환경부중앙환경자문위원, 소비자시민의모임 운영의원, (사)한국수도산업발전회 부회장, (사)한국환경계획 조성협회 자문위원 저서 : 시집 「날고있는 것은 새들만이 아니다」 칼럼집「우째물꼬를 틀꼬」 논문 「황금시장 물산업의 경쟁력」 |
바둑에서 9급을 두는 사람과 1단을 두는 사람이 누런 판을 까맣게 뒤덮으며 바둑을 둔다. 시원한 소나무 숲에서 말이다. 아무리 비지땀을 흘려가며 두지만 9급이 번번이 참패다.
그래서 9급을 두는 동급 하수들 10여명 불러 모아 훈수를 두게 했다. 그러나 하수는 영원한 하수다. 열댓 명 모여 훈수를 둔다 해도 고수를 이기기 위한 묘수가 떠오르지 않는다.
지금 우리나라 산업 전략이 꼭 이런 꼴이다. 중소기업들이 아무리 성공하고자 해도 대기업을 이기기 위한 묘수가 없다.
정부가 최근 4대강 사업이라는 거대한 시장판을 만들었다. 하지만 국회예산정책처에서도 지적했듯, 그 시장판은 아직 난장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고용창출도 서민경제 활성화도 중소기업의 경영확산도 되지 못했다.
올 말이면 공사가 마무리되는 4대강에 대해 국내 식자층이 직접 쓴 글들을 모아 보자. 특히 환경과 관련된 지식인, 4대강의 비전을 제시한 그들의 소리는 대충 이렇다. |
한양대 조민호 교수는 문화, 여가, 레포츠의 무한한 상상력을 동원하여 스토리텔링과 역사문화루트의 기폭제를 주문했다.
첨단 정보 기반의 수량·수질 상시관측으로 보와 하천 시설물의 효율적 관리(인하대 김계현 교수). 나노필터, 이온교환막, 응집제 급속처리기, 녹조방지용 친환경기술 등 국내 개발된 제품을 4대강 살리기에 적용하자(오헌승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인의 유입을 줄이는 대책을 수립하고 유기물질의 유입을 통제하자(박재광 미국위스콘신대 교수) 등. 여기에 이휘성 한국IBM 사장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범람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정교한 센서를 설치하자고 말한다.
경북대 허증수 교수는 IT를 활용한 수질감시시스템은 환경공단이 이미 활용하고 있으나 막대한 시설들은 대부분 고정식으로 오염물질 측정에만 한정돼 있어, 지능형 원격모니터링 시스템을 설치하여 실시간 수질감시체계를 확립하자고 말한바 있다.
강릉원주대 임영문 산학협력단장은 4대강 사업과 IT를 결합하여 상황발생의 자동대응, 문제 발생 시 선제적 대응을 하자고 말했다.
또 강의 특성에 맞게 IT벨트, BT벨트, 나노벨트, ET벨트 등 4대강에 직능 벨트를 형성하자는 이상희 대한변리사회장의 주문도 이목을 끌었다.
모두 1단 이상 고수들의 훈수들로 4대강의 성공적 기원을 과학적으로 풀어낸 고급 훈수들이다.
4대강 사업이 폐막을 앞둔 시점에서 이포보나 여주보 등 보를 중심으로 첨단 수질 및 수생태 측정장비를 설치하려던 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처해있다.
4대강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대림건설, 포스코, 현대, 삼환, 삼성물산, GS건설, 대우, 한양, 코오롱, 진덕건설 등 건설사들은 비록 토목공사비에 비해 적은 돈이지만, 사업이 취소됨으로써 야기될 수질문제보다는 회계 상의 이윤에 대해 더 관심이 크다.
환경공단이 운영하고 있는 측정소의 장비들은 과거에 설치된 외국산 장비들이다.
모처럼 국내 4대강 사업에 설치될 국산 장비가 들어갈 수 있는 기회라며 많은 기술개발업체들이 군침을 흘리며 기술개발에 열정을 다했다.
그동안 측정장비들은 국산을 외면하고 외국산으로 도배를 한 것이 상식화 돼왔다. 고장이 나거나 측정값 오차가 심해 연구에 차질을 빚으면 문제가 크다는 걱정에서이다.
4대강 사업이 국가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한국사에서 성공적 사례로 남겨질지는 후일에 평가되어야 하나, 수질모니터링시스템의 설치는 필요한 과제이자 국민과 지역사회 모두의 바램이며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그런데 갑자기 대다수 수질감시장치 사업을 취소하거나 아예 사업추진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하수들에게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클로로필 측정기, 녹조류생물감시장치, VOC장치, TOC장치 등을 포함한 18여종의 기기들의 30여 지점 설치가격은 고작 150억 원 정도이다.
물론 개인이나 하수들에게는 엄청나게 큰 액수이지만 4대강 전체 사업에 비하면 헐한 값이다.
측정망을 구축하여 홍수나 자연재해, 그리고 수질 위험요소를 사전에 차단하고 긴급대처하는 초등 대책을 통해 안전한 수질을 유지하자는 근본적 취지가 다 날아갈 판이다.
고수들이 4대강 사업에 바라는 훈수들 중에 누누이 지적한 이런 IT산업과의 접목도 사실상 판을 접은 꼴이다.
간만에 국내에서 개발된 이들 국산 기기들이 4대강에 설치되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함으로써 기술의 상향조정과 기업경영의 상승 등을 기대했지만 역시 범부의 상상은 언제나 꿈으로 접어지나 보다.
국산제품이 국내시장에서 외면당하는데 과연 수출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나.
요즘 많은 대기업들이 물산업을 한다며 외국에서 영업을 하지만 운영관리 경력이 없는데 과연 외국인은 알아주기나 할까.
안방에서 외면하면 바깥에서는 쪽박을 깰 수밖에 없다. 신중한 훈수와 결단이 필요하다.
'뉴스 & 이슈 >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135호>[칼럼]황금 땅덩이에 녹색 홍보관 (0) | 2011.10.13 |
---|---|
<134호>[칼럼]파괴적 혁신과 녹색인증 (0) | 2011.09.29 |
<132호>[칼럼]인생의 후반전 (0) | 2011.08.23 |
<131호>[칼럼]우면산과 물의 신 (0) | 2011.08.08 |
<130호>[칼럼]과학적 연구도 없는 상수도 불소화 (0) | 2011.07.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