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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이슈/칼럼

<131호>[칼럼]우면산과 물의 신

 

[131호] 2011년 8월 4일 목요일 발행

우면산과 물의 신

 

발행인 칼럼

김동환

약력: 시인/수필가, 환경ISI소장, 한국작가회회원, 한국문인협회회원, 국제펜클럽회원, 환경부중앙환경자문위원, 소비자시민의모임 운영의원, (사)한국수도산업발전회 부회장, (사)한국환경계획 조성협회 자문위원

저서 : 시집 「날고있는 것은 새들만이 아니다」 칼럼집「우째물꼬를 틀꼬」 논문 「황금시장 물산업의 경쟁력」
 
부자동네에서는 침수 등의 비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고 예단했다. 치명적인 착오였다.
이번 집중 호우로 인한 산사태는 대한민국 서울시에서 가장 돈 많은 동네인 서초구 방배동에 삼성레미안이 고급으로 지은 고층아파트 방배아트힐을 강타했다.

토사는 사당에서 예술의 전당으로 향하는 왕복 8차선을 건너 우면산 맞은편에 있는 아파트를 맹폭했다.
우면산을 둘러싸고 있는 주택 2,428가구가 침수됐고 완파된 주택도 1가구 있다. 여기에 상가 1187동, 공장 35개소, 농경지 5헥타르가 물에 잠겼으며 사망 16명, 부상 20명 등 꽤 심각한 폭우피해다.

남태령 주변 전원마을도 피해가 있었다. 예술의 전당 주변을 자주 들락이면서 본 바로는 도무지 이 지역이 홍수나 수해로 피해를 본다는 자체를 생각할 수도 없는 주위환경이었는데 말이다.

 

인기가수 아이유가 기거했던 숙소도 맹폭 당했다. 수해가 지나간 아파트나 상가는 서민들의 피해지역과 별반 다를 바 없이 흙과 나뭇가지와 쓰레기의 범벅 그대로이다.

우면산은 높이 293m로 서초구 우면동, 서초동, 강남구 양재동 등지의 도심에서 산책코스로 사랑받는 산이다. 
등산로는 남부순환도로 예술의 전당 뒤편 대성사로 오르는 길과 남부터미널 입구에 있는 서초약수터로 오르는 길 등 여러 가지 코스가 있다. 산행길이 짧고 평탄해 주말이나 새벽에 오르기 좋은데 산행 시간은 2시간 정도 소요된다.
 
하지만 사고 이후 산림청은 우면산 등 급경사지와 절개지로서 위험성이 높은 436개소를 선정했고, 사고 이전에도 이미 위험지역임을 통보했다고 한다. 서초구는 연락받지 못했다하지만 설사 통보 받았다 해도 담당공무원이 눈으로 살펴보고 이상이 없다고 보고하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있는 점에서 통보를 하거나 안하거나 피해를 줄인다는 것은 현 국가재난체제에서는 불가능하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산사태 위험지를 4등급으로 구분하고 경사길이가 50m이하면 1등급, 51~100m는 2등급, 101~200m는 3등급, 201m 이상은 4등급으로 판정기준을 설정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지난 1887년 홍수로 넘쳐나는 강물이 480㎞ 이상 흘러갔고 11개 도시, 1만5천개 마을을 물에 잠기게 한 사건이 있었다. 90만 명이 죽었고 질병과 굶주림으로 또 90만 명이 죽는 등 600만 명의 사상자를 낸 세계 최대의 재앙으로 불려진다.
 
기후변화 등 환경여건의 변화에 따라 기상이변이 속출한다. 하지만 과학과 산업화로 자연재앙을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하는 현대사 한가운데에서 고대시대의 신들이 다시금 떠오른다.
 
천둥과 번개를 무기로 활용한 그 유명한 그리스의 제우스며 번개를 마음대로 조정하는  로마의 주피터, 강력한 날씨의 신인 스칸디나비아의 토르.
성경의 시편에 등장하는 다윗은 -땅 끝에서 구름이 올라가고 번개 치며 비가 쏟아지고 바람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야훼가 하시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는 고구려 시조 동명성왕의 외조부 되며 수신으로 알려진 하백도 있다.
 
산림청 통계에 의하면 ’93년부터 ’02년까지 10여 년간 자연재해 중 산사태로 사망한 사망자수가 22%를 넘고 있고 태풍 루사가 덮친 ’02년에 인해 입은 인명피해 270명 중 산사태 사망자는 76명으로 28%를 넘기고 있다.
 
신이 내린 자연재해 중 산사태로 인한 인명피해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는 정부 통계가 있지만 오늘날에도 개발과 디자인을 위한 위장막과 절개지는 늘어나는데 반해 재해대책은 허술하기만 하다.
이번 사고는 비밀로 붙여지던 위험지역이 노출된 것이고, 주변지역 고급주택들의 주택 값이 떨어질 것은 뻔하다.
 
산과 강이 바라다 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아담한 집을 지어 산다는 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들의 작은 욕망이고 희망일지 모른다. 그러나 집을 짓거나 공원을 조성한다고 땅을 파거나 축대를 쌓는 행위 자체가 자연의 물길을 거슬리는 행위이다.
 
전원주택이던, 자연 속에 묻힌 아담한 토담집이던 산하의 품결 속에서 살며시 가지 위에 둥지를 튼 새처럼 공간을 마련했어야 했다.
천년 고찰이나 오래된 과거의 사찰들이 자연재해로 붕괴되거나 침수됐다는 소식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 그 많은 비가 오고 눈이 쌓여도 물은 절 아래 하천으로 흐르고 눈은 녹아 다시 산길을 오르게 할 뿐이다.
 
서울시 전체의 하수도정비와 배수관로 및 우수저장시설 등을 위해 자연을 훼손한 도심환경인만큼 그 이상의 투자와 과학적 정비를 해야 한다.
 
우면산 일대가 부자동네일지라도 안전한 것이 아님을 이번 폭우는 잘 알려줬다. 자연재해로 인한 인명피해 중 30% 가까운 비율을 차지하는 산사태의 근본 원인을 과학적으로 풀어가야 할 시점이다.
아니면 고대의 신들을 오늘날의 대통령으로 다시 불러 모셔 와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