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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이슈/칼럼

<132호>[칼럼]인생의 후반전

 

[132호] 2011년 8월 22일 월요일 발행

인생의 후반전

 

발행인 칼럼

김동환

약력: 시인/수필가, 환경ISI소장, 한국작가회회원, 한국문인협회회원, 국제펜클럽회원, 환경부중앙환경자문위원, 소비자시민의모임 운영의원, (사)한국수도산업발전회 부회장, (사)한국환경계획 조성협회 자문위원

저서 : 시집 「날고있는 것은 새들만이 아니다」 칼럼집「우째물꼬를 틀꼬」 논문 「황금시장 물산업의 경쟁력」
 
조개가 아름다운 진주를 만드는 데에는 10여년의 세월이 걸린다. 그 10년 동안 조개는 이물질과의 싸움으로 고통을 인내한다.
누에는 자기 몸길이보다 1만2천배나 더 긴 실을 짜고, 매미는 7년간 땅 속에서 번데기로 살다가 여름날 잠시 짝을 찾아 지상에 나왔다가 죽는다.

프랑스의 위대한 조각가 로댕은 1917년 차디찬 골방에서 동상에 걸려 죽었지만 그의 조각품은 박물관에 보관되어 일정한 온도 속에 현존하고 있다.

소금이란 단어의 어원은 라틴어의 봉급(salary)을 의미하는 salarium에서 나왔다. 로마시대의 군인의 급료는 소금으로 지불하기도 하여 소금과 금여의 가치가 대등했던 시절이 있었다.

인간은 누구나 사회의 한 축이 되어 살아간다. 그 대가로 삶의 소금과 같은 일정한 봉급을 받는다. 공무원도 이 사회에 적절한 소금이 되기 위해 일정부분 절제된 삶으로 살아간다.

 

최근 환경부 출신 고위직으로 문정호 차관과 홍준석 기획실장이 제2의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공직생활을 마감했다.
공직자들이 퇴임 후 제2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은 다양한 듯 하면서도 대체적으로 엇비슷한 취미생활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을 체득하게 된다.

 
그 중에서 별난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을 열거하면 우선 환경비서관을 지낸바 있는 박대문 씨가 떠올려진다. 식물분류기사자격증을 퇴직 후 획득하여 전국곳곳을 누비며 사진을 찍고 식물을 분류하여 자신이 쓴 시와 함께 시가 있는 꽃사진집을 두 권이나 간행했다.

공직을 마감한 이영열 씨는 봉사활동으로 생물자원관에서 주 1회 주민들에게 생태안내를 하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국악사랑 휘모리 단원으로 전국을 돌며 공연을 한다.

환경과학원에서 평연구사로 마감한 오수태 씨는 유창한 중국어 실력으로 제주도에서 둘래길을 돌며 중국인들에게 관광도우미 역할을 하면서 즐거운 삶을 펼쳐나간다.

이들처럼 독특한 개성을 뒤늦게 살려 자연과 잘 버무리며 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악기를 다루며 스스로 못다 푼 한을 아름다운 음율로 재탄생시키는 인물들도  많다.

국토해양부 대변인을 역임하고 한강홍수통제소장과 환경부 상하수국장을 역임한 유영창 전문건설협회부회장은 색소폰 실력이 수준급이다. 이미 CD로 제작하여 가까운 지인들에게 나눠 주기도 했다.
환경부 출신 중 수준급인 연주가인 이설용 前청와대비서관이 거리의 악사로 봉사활동도 해온지 오래이다. 서울시 출신으로는 퇴임 후 열정적으로 색소폰을 배워가는 한상렬 前상수도연구원장도 있다.

사진을 배워가며 자연을 담아내고자 애쓰는 이상태 前수공연구센터실장이 대전시 디지털사진작가 협회장인 현대용 대전수질연구소장의 지도를 받아가며 전국을 돌고 있다. 사진작가로 이미 사협의 심사의원으로 활약하는 前수공 출신의 강정길 씨도 영원한 자연의 동반자로 살아간다.

시나 수필로 자신의 속살을 어루만지는 인물로는 이만의 前환경부장관이 전남 담양의 토속 사투리를 시어로 잘 엮어가고 있으며 서울시 경영관리부장인 전재섭 씨도 시단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수필로는 퇴임이 임박한 시기에 한국수필에 등단한 서울시 상수도 수도관리부장을 역임한 박인석 씨가 있다.
스포츠로 공직생활과 연결하여 땀을 흘려가는 인물로는, 환경부 출신으로 고형필 씨가 축구를 하고 서울시 암사소장을 지낸 장흥숙 씨가 관악산 배드민턴회를 이끌어가고 있다.
물론 일반적으로 등반을 통해 자연을 대하는 인물들도 있지만 골프나 등산은 대중적이어서 조명하지 않았다.

이만의 前장관은 공단이사장시절 문단에 데뷔하면서 왜 창작활동을 일찍 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공직생활시절 문학을 하게 되면 승진하기 어렵다는 의미심장한 말로 답한바 있다.

대체적으로 시나 수필 등 문학 탐구로 제 2의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이 정적이며 내성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면 색소폰 등 음악을 하는 인물들은 열정적이며 일의 욕구가 강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배드민턴 등 스포츠를 좋아하는 인물은 사교적이고 동반자적 관계를 잘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 사진을 하는 인물은 이지적이면서도 관찰력과 꼼꼼함이 두각을 나타낸다.

그러나 자신이 처한 직업에서 얻은 지식을 학문적으로 정리해 자서전적 전문 도서를 출간한 학구적인 인물은 우리나라에서는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외국에서는 평생 한 분야에 몸바쳐온 전문가로서 후배들을 위해 알찬 글로 자신의 경험을 토해 놓곤 하는데 말이다.

여름날, 환경부에 두 고위직이 떠났다. 이들은 또 어떤 행보로 제 2의 삶을 아름답게 수놓아갈지 사뭇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