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호] 2011년 6월 24일 금요일 발행
삶과 일의 조화로 이루어진 기업
발행인 칼럼
김동환
약력: 시인/수필가, 환경ISI소장, 한국작가회회원, 한국문인협회회원, 국제펜클럽회원, 환경부중앙환경자문위원, 소비자시민의모임 운영의원, (사)한국수도산업발전회 부회장, (사)한국환경계획 조성협회 자문위회 저서 : 시집「날고있는 것은 새들만이 아니다」 칼럼집「우째물꼬를 틀꼬」 논문 「황금시장 물산업의 경쟁력」 |
순수하게 짚과 황토로 으깨어 만든 벽, 굽이굽이 제멋대로 휘어진 나무로 된 기둥과 마루, 옻칠을 한 장롱, 아교와 밀가루 풀로 콩기름에 절은 종이 벽지를 붙였던 시절은 말끔히 사라졌다.
자개장도 고물상으로 넘겨지고 유리알같이 투명한 원색의 가구들로 방안을 메우고 이웃을 불러 잔칫상을 차리고는 신시대의 선도적 역량을 발휘하는 자신을 은근히 과시하곤 했다.
엊그제까지의 우리네 군상들의 짓거리들이다.
우리는 산과 들과 어울려 어깨동무하고 있는 조그마한 집들을 아낌없이 버렸다. |
그리고 내 아이가, 내 아내가, 내 육신이 시들고 병들고 있는 원인이 집과 가구와 장판과 벽지였음을 깨달은 것은 고작 10여년 남짓이다.
오늘에서야 뼈저린 반성을 하게 되지만 뒤늦은 후회는 개발의 벽에 막혀 더는 돌아설 수 없다.
임종의 마지막 순간에도 땅과 집만은 팔지 말거라 당부하던 어머님의 간곡한 부탁을 저버린 불효자는 그저 쓸쓸한 황혼을 바라볼 뿐이다.
학술적으로 접근하면 가구재, 내장재, 바닥재의 내면에는 포름알데히드가 숨어 있다. 에어컨과 선풍기로 오염된 공기 속에서 환경과 건강이 위험에 여지없이 노출되어 있음을 다 살아온 나이에서야 깨달은 것이다.
그런 삶의 고통에서 벗어나보고자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고 있는 한 중소기업은 자금난 속에서도 신명나게 연구와 개발을 지속해오면서 세계 수출시장에 한발 다가서고 있다.
친환경소재로 합성한 이 회사의 제품들은 포름알데히드 방출량도 극히 미세하고 내한성과 습열성이 우수하며 특히 목재가 가질 수 없는 곡선미를 탄생시켰다는 점이 매우 중요한 개발성과이다.
수많은 지인들에게 자금을 빌려 개발해 이제 세계시장에 선을 보이고는 있지만 아직은 개발비에 밀려 친환경인증과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보고서는 만들지 못하고 있다.
30여명 남짓한 직원들이 근무하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이들 종사자들은 항시 즐거운 마음으로 마치 신앙인처럼 기쁘게 일을 한다. 실로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광경이다.
그들의 일과 삶이 일치하고 있는 모습을 관조하면서 몇 가지 특이점을 발견하게 된다. 우선은 자신의 제품을 자신의 정원이나 뜨락에 설치한다 해도 하등 비환경적이지 않다는 생각과 자신이 이런 친환경제품을 생산하는 주인공이라는 사실, 스스로 위대한 환경인이고 참된 기업에 속해 있다는 자부심 등이 그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지 모른다.
또 하나의 특이점은 그 무서운 화물노조위원장 출신의 CEO가 탄생시킨 노동과 경영을 접목한 독특한 경영방식이다. 그는 봉급 인상안을 직원들끼리 논의하여 사장에게 제시하는 방법을 구사하고 있다.
물론 모든 기업회계는 투명하게 관리되고 지출과 수입을 담당하는 직원도 사장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토요일이나 공휴일 당번제 근무도 없다. 스스로 일을 찾아 할 뿐이다.
봉급액수도 간부보다 말단직원이 더 많다. 부양가족이 많으면 하급직원일지라도 부양가족 수만큼 봉급이 인상된다. 그러니 단출한 식구를 거느린 간부가 오히려 봉급이 적을 수밖에 없다.
친환경소재의 개발과 더불어 인구확산시책도 몸소 실행하고 있는 이 작은 기업의 제품은 그래서 신뢰가 더 간다. 기업 내 인력관리 정책에서 일과 삶의 조화로움을 제대로 실행하고 있는 참된 경영기법이다.
영원한 피지배자가 아니라 이들과 함께 하는 경영인으로 거듭나겠노라고 노조를 탈퇴하고 홀연히 떠난 미국여행에서 얻은 영감으로 친환경 목재산업을 시작한 CEO다.
그 기업은 비록 자금난에 허덕이지만 파타고니아 사례와 비교하여 말하자면 독특함을 표방하고 이윤보다 목적을 앞세우며 명분을 바탕으로 하여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고 있는 점이 확인된다. 적어도 기업경영만큼은 말이다.
주거문화의 작은 공간을 친환경소재로 제조하여 보급하는 이 기업은 버려진 도시환경 속에서 가끔 들리는 청아한 새소리만큼이나 반가운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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