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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이슈/뉴스

<131호>[국회]스티브 하우스, 필 스튜어드 고엽제 매립·살포 증언

[131호] 2011년 8월 4일 목요일 발행

 

참회와 분노

스티브 하우스, 필 스튜어드 고엽제 매립 · 살포 증언

월남전 제초제 무기가 평화의 한국서도 사용

하우스, 기자회견도중 참회의 눈물 흘려

민주당, 드럼통 발견 가능성에 회의적

 

 

 
스티브 하우스는 자신과 동료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죄책감에 기자회견 도중 말문을 잊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미8군 802공병대대 D중대 대원들은 상부 명령에 따라 ’78년에 약 6개월간 올리브색의 55갤런 드럼통과 함께 오렌지색 줄과 노란 글씨로 ‘화학물질, 형태:오렌지’, ‘1967년’, ‘베트남’이라고 적힌 드럼통을 일주일에 2~3회에 걸쳐 캠프캐럴 내 D구역에 참호를 파고 묻었다.

그 중 다수의 드럼통이 녹슬거나 용액이 줄줄 새고 있는 상태였으며, 작업에 동원된 병사들은 몇 주 뒤부터 피부발진과 심한 기침, 하반신 마비 등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이듬해 겨울, 그가 D구역을 다시 방문했을 때 참호는 완전히 덮여있지 않고 지속적인 매립을 위해 1/3 정도 개방된 상태였다. 참호에 고인 물에는 노란색과 갈색 거품이 일었고, 주변 채소밭 식물은 모두 죽고 토끼, 새 등의 동물 시체가 널려있는 참혹한 광경이었다.-

’78년 주한미군 복무 당시 수행했던 고엽제 매립 임무에 대한 증언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스티브 하우스(55)가 고엽제로 죽어가는 전우들과 한국 국민에 대한 죄책감에 기자회견 도중 결국 눈물을 흘렸다.

한국전쟁 참전용사인 아버지의 뒤를 이어 한국에서 군복무를 한 하우스 씨는 지난 5월 19일 언론에 미군이 고엽제 ‘에이전트 오렌지’를 캠프캐럴 내에 불법 매립했다는 양심선언을 한 후 2달 여 만에 직접증언과 현장검증을 위해 한국을 직접 방문했다.

더불어 ’69년 주한미군 장교로 복무 시 부대원들에게 임진강 유역에 고엽제 살포를 지시했다고 증언한 필 스튜어드(63)도 함께 방한했다.

고엽제대책위가 증인들을 초청하고 민주당과 민노당이 함께한 가운데 지난달 25일에 열린 이번 기자회견에서 하우스와 스튜어드는 자신들이 명령에 따라 행했던 고엽제 관련 행위와 현재 고엽제 노출에 의해 고통받고 있는 자신과 동료들의 실상을 생생히 전했다.

하우스는 발진과 기침으로 고통 받다 결국 ’79년 말 제대하였고, 의료기록은 봉인되어 본인도 확인할 수 없었다. 결국 당시 그의 복무 당시 치료기록은 사라져버렸다. 그는 현재 당뇨, 녹내장, 말초신경장애, 피부발진, 심리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온갖 병마에 시달리고 있다.

스튜어드도 본토로 복귀 후 장애인 판정을 받고 피부암, 심장질환, 관상동맥질환, 말초동맥질환, 말초신경병증, 당뇨, 백내장 등 수많은 질병과 사투 중이며, 그의 중대 부하 중 3명은 이미 다이옥신 중독으로 사망했다.

스튜어드는 ’69년 당시 캠프이선알렌에 주둔했던 미8군 제2보병사단 제2공병대대 E중대장으로 복무할 당시 임진강 스푼빌브릿지, 자유교, 리비교 등 세 다리의 남북단 교두보와 선착장 주변에 ‘에이전트 오렌지’, ‘에이전트 블루’, ‘모뉴론’ 등의 고엽제를 지속적으로 살포했다고 증언했다.

살포한 고엽제는 배수로를 따라 마을 주민들이 빨래와 목욕을 하는 개천으로 흘러들어갔고, 장비와 작업복 세척도 모두 마을 빨래터에서 행해졌다. 그는 DMZ 인근 남쪽에만 고엽제가 살포되었다는 미국의 주장은 거짓이며 전국에 걸쳐 고엽제 살포가 행해졌다고 밝혔다.

가해자이자 동시에 피해자인 하우스와 스튜어드는 자신들의 방한 목적이 진실 규명과 더불어 한국 국민에게 지난날의 끔찍한 행위를 사죄하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진심어린 용서를 구했다.

특히, 하우스는 미군이 아직까지도 고엽제 관련 재해를 인정하지 않은 채 사실을 은폐하고 있는 현실을 개탄하고 전우들과 한국 국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언급하다 말문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그의 눈물은 미국 당국에 대한 분노와 고엽제에 중독된 미군들이 처한 고통, 한국 국민들에 대한 죄스러움이 한데 얽혀 터져 나온 것이었다.

스튜어드는 고엽제 살포 당시 그 위해성을 알았더라면 항명을 해서라도 결코 살포를 지시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한국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했다.

한편, 지난달 27일 캠프캐럴 현장 검증에서 하우스 씨가 새롭게 지목한 드럼통 매립지역에 대해 공동조사단은 토양오염결과를 8월 말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하우스 씨 주장지역은 얕게는 0.7m에서 최대 4.7m 깊이에서 기반암에 도달하는 것으로 밝혀져 드럼통이 발견될지는 미지수다.

대책위는 최후의 카드인 스티브 하우스 초청 기자회견을 서둘러 추진했지만 여러 악재가 겹쳐 분위기 반전에 실패해 고심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사건을 종합한 성명서 발표와 1인 시위 등을 준비 중이지만 애초에 하우스 씨 초청이 시기상조라고 난색을 표했던 야당의 큰 호응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

민주당 관계자는 “공동조사 진행이 계속 더뎌지는 현 상황을 감안할 때, 드럼통이 캠프캐럴에 있느냐 없느냐를 따질 시기는 지났다. 이제는 묻혀 있었던 것이 어디로 갔느냐에 포커스를 맞춰야 할 때”라고 답해 드럼통 발견 가능성에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국회 D. H. Kim / 심화섭 기자
 
하우스 씨는 ’78년 당시 고엽제 드럼통 매립 작업에 동원되었던 D중대 중대원들 모두 필요하다면 고엽제 매립에 대한 적극적인 증언을 할 의사가 있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