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호] 2011년 5월 27일 금요일
참꽃과 개꽃
4대강과 이만의 前환경부장관
발행인 칼럼
김동환
약력: 시인/수필가, 환경ISI소장, 한국작가회회원, 한국문인협회회원, 국제펜클럽회원, 환경부중앙환경자문위원, 소비자시민의모임 운영의원, (사)한국수도산업발전회 부회장, (사)한국환경계획 조성협회 자문위회 저서 : 시집「날고있는 것은 새들만이 아니다」 칼럼집「우째물꼬를 틀꼬」 논문 「황금시장 물산업의 경쟁력」 |
3년 4개월의 장수 장관으로 재임하던 이만의 환경부장관이 물러났다. 이만의 前환경부장관이 장관수행 중 마지막으로 생물자원관을 여유롭게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세미나 축사 이후, 오후 늦게 개원하는 기후변화관 개관식까지는 2시간의 짬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쁜 와중에 생물자원관을 돌아보는 이 전장관은 누구보다 세심히 동·식물들의 사진과 실물(박제)을 꼼꼼히 둘러보았다. 1시간여의 여유로운 행보는 다시금 시인의 일상으로 돌아간 모습이다.
굽은 허리의 우리네 할머니들의 초상화처럼 모든 할미꽃이 땅을 바라보고 꽃을 피우지만 유독 하늘을 보고 피우는 동강할미꽃 사진 앞에서 이장관은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우리나라 곳곳에서 펼쳐지는 생태축제 모음관에서는 고향 담양의 대나무밭 사진을 보고는 더 좋은 사진들이 많은데 너무 평이하다며 아쉬워한다. 민둥산억새 앞에서는 사람들이 억새와 갈대를 혼동한다며 갈대와 억새의 비교사진과 설명을 덧붙였으면 하는 바램도 던져준다. 갈대는 늪과 하천, 호수주변 등 습지에서 자라는 식물인 반면 억새는 습기를 싫어하는 식물이지만 사람들은 비슷한 모습의 갈대와 억새를 종종 분별하지 못한다는 것을 아쉬워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억새축제는 주로 산위 정상 가까이서 펼쳐지는데 지금은 민둥산뿐 아니라 천관산, 오서산, 명성산 그리고 월드컵 하늘공원 억새축제도 한 몫 한다. |
비가 내린 후 2시간 정도만 피다 죽어가는 찰나의 노랑망태버섯의 신비로운 사진 앞에서는 오랜 침묵이 돌았다.
그 두 시간 동안에 렌즈를 잡은 생태연구가의 놀라운 사진솜씨와 절박하리만치 순간포착을 한 모습, 제주해녀들이 들쳐 메던 구멍 술술 뚫린 망태 모습과도 너무 흡사한 버섯사진은 이런저런 생각을 겹치게 한다.
소백산 철쭉제 사진을 관람한 시간은 이장관의 높은 지식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 자리이기도 하다.
철쭉을 개꽃이라 불렀고 진달래를 참꽃이라 불렀다는 설명에 동행한 수도권매립지 조춘구 사장도 처음 들어 보았노라고 한마디 거든다.
철쭉은 먹을 수 없어서 개꽃이며 진달래는 허기를 달래려 먹을 수 있는 꽃이라 참꽃이라 했던가.
참꽃은 개꽃보다 먼저 피고, 꽃이 핀 후, 잎새가 나오지만 개꽃은 잎과 함께 꽃을 피운다는 것도 이장관의 생태상식으로 풀어놓는 이야기다.
생물자원관을 둘러 기후변화관 준공식에서 펼친 기념식수식에는 아쉽게도 일본산 금송이 입구를 차지하고 있어 아쉬움을 던져준다. 좀 전 생물자원관에서 우리나라 자생 하얀민들레가 멸종위기에 있다고 아쉬워했는데 말이다.
사람들의 눈으로 참꽃과 개꽃으로 구별한다지만 모양도 비슷하고 시기도 비슷하게 해마다 피어나는 꽃에게도 개꽃과 참꽃으로 구별되니 식물 세계도 인간과 만나면 차별화 전략이 소통되나 보다.
인간의 삶도 참된 삶과 개같은 삶으로 조명된다는 점에서 생각의 늪으로 스며들게 한다.
버려진 아기를 자신이 낳은 강아지 틈에 데리고 와 함께 젖을 먹여 아기를 구해낸 개 이야기가 아르헨티나 국민을 감동시킨 적이 있다.
동화책 속의 플란다스의 개도 영원한 고전이며 어린 날의 아름다운 추억이다.
칼을 든 강도에게서 여성과 아이를 구해낸 잡종개의 이야기도 미국 풀로리다주를 감동시키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개꽃이라 부른다는 것은 마뜩치 않다.
오히려 인간이길 거부한 인간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철쭉을 표현하는 것이 맞을 듯싶다.
개꽃이나 참꽃이나 우리 인간을 잠시나마 행복하게 하고 가장 자연에 가깝게 인도하는 아름다운 봄의 전령들이니 말이다.
-그동안 인간은 강을 버려두고 방치했다. 농부들조차 잊어버린 강이었다. 모래와 자갈로 배만 부른 비만형의 강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사행천이 되어버린 강.
환경부장관으로 일하면서 정치적으로 오염된 인물이라 지탄받아왔다. 그러나 강은 사람의 손에 다시금 살아나야 한다. 그것이 4대강 사업의 근본 취지이다-
철학과 신념으로 강하게 던진 이장관의 연설내용을 음미하면서 문득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과연 역사는 이만의 전장관을 어떻게 그려낼지. 참다운 환경행정을 한 진달래 장관이었는지, 그저 철쭉 장관에 불과했는지,
참꽃과 개꽃의 차이를 생각해보는 5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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