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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 기업/인물

<127호>[인물]진정한 수도의 두 인물 (上) -손창섭

[127호] 2011년 6월 13일 월요일

 

진정한 수도의 두 인물 (下)

서울시 급수부장으로 공직 마감

관로연구회 창립 초대회장 역임한 인물

 

손창섭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급수부장

 

서울시 출신으로 수도인을 꼽으라 한다면 해방 이후 80년대 초까지 수도계를 이끌던 정규영 수도국장(작고), 수도 전문 신우엔지니어링을 설립한 염병호(작고), 수처리의 선두를 걸어가고 있는 한미엔텍 설립자 임성기, 아파트에 직결급수를 실시함으로써 시민들을 미생물로부터 해방시킨 김홍석 상수도본부 前차장, 그리고 뒤를 이어 손병국, 박수환, 임동국, 조성현, 유재룡 씨와 더불어 오는 6월 공로연수에 들어가는 손창섭 급수부장을 꼽는다.

 

손 부장은 52년 충북 청주 출신으로 서울시에서 평생 수도직에만 종사한 인물이다. 물론 서기관 승진 후 잠시 3년간 외도하기는 했지만 급수부장으로 돌아와 수도직에서 공직을 마감한 몇 안 되는 인물이다.

손 부장의 수도경영은 보이는 분야보다 보이지 않는 분야에 더 많은 애간장을 녹인다. 철저한 탐구와 지반다지기에 여념이 없는 내착형 인물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추진력과 결단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받는다.

 

그러나 그가 걸어온 거취를 돌아보면, 쉽게 잊어버리는 수도업무의 뒷면을 다듬고 부활하는데 더 많은 신경을 소일한 인물로 꼽힌다.

 

10여 년 전 한일엔지니어링 김학용 사장, 환경국제전략연구소 김동환 소장, 건설기술연구원 이현동 박사와 함께 지금은 활성화된 관로연구회를 창립하여 초대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또한 정수시설의 최적설계 및 유지관리를 간행하였고 상수도시설기준의 급수장치분야를 집필했으며 환경수도용어사전을 간행하기도 했다.

 

수처리연구과, 누수방지과, 수도과장과 계획설계과장을 역임하면서 현장과 업무현실에서 뼈아프게 상기되는 분야에 대해 나름대로 정착하고 혁신화하기 위한 학습적 기초 메뉴얼을 만드는데 정성을 기울인 인물이다.

 

손 부장은 중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줄곧 수도직에서 봉사해 왔는데 그가 간행한 「상수도누수방지 실무 및 사고사례와 대책」은 수도공무원이 사고사례를 한 자리에 묶어 간행했다는 점에서 매우 비약적이고 혁신적인 일이다.

 

10여 년 전 필자가 당시 본부장에게 일본은 사고사례를 간행하여 사고를 예방하고 사고 시 대처능력을 지니게끔 하는데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에서도 이런 간행물을 만들어야 하지 않냐고 조언한 바 있다.

 

어려운 설득 끝에 4천만 원의 예산을 마련, 자료수집을 해보았지만 여의치 않았다. 당시 상황을 구술하거나 집필하려는 일선공무원들의 협조가 부족했으며 사고자체를 은폐하거나 부정하려는 의도가 강했다.

 

결국 ‘사고사례’라는 이따위 책을 만들어 감사의 좋은 표본이 되어 오히려 일을 번거롭게 한다는 부정적 견해로 그 예산은 불용 처리되고 말았다.

 

그리고 7년 후인 ’07년 서기관 승진이 임박한 사무관 시절 용감하게도 손창섭 부장은 축약된 내용으로 ‘상수도누수방지 및 사고사례집’을 간행하게 된다.

 

이 책에 실린 사고사례 중에는 2200미리 관과 새로 매설된 분기관로의 제수밸브 접합플랜지가 벌어지면서 고무패킹이 삭아 부단수 누수복구가 되지 않아 16만 세대에 단수 조치한 사건이며, 하수관 이음부의 토사유입으로 도로가 함몰된 사건, 버터플라이밸브 균열발생, 관로 간 이격거리 미확보로 발생된 누수, 강관 용접부 균열사건, 제수밸브실내 산소결핍에 의해 2명이 사망한 사건 등 실무자들에게는 쓴물과 같은 사건들이 일부 수록되어 더욱 관심을 갖게 한다.

 

손창섭 부장의 친형인 광진건설 회장이자 청주문화원 이사인 손광섭 씨가 건설사업을 하면서 우리나라 다리현장을 누비며 「천년 후 다시 다리를 건너다」라는 저서를 간행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집안 전체에 문화적 훈리가 강하게 맴돈다.

 

학구적 열의가 높은 만큼 형제간의 우애 또한 깊으며, 두 형제는 늘 진실을 밝히는 촛불과 같은 삶을 살아가기에 손창섭 부장의 떠남은 더욱 애틋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김동환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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