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호] 2011년 5월 27일 금요일
진정한 수도의 두 인물 (上)
학습으로 지속적 혁신의 틀 마련
유지관리, 설비의 문제, 사고사례 등 편역
조광옥 사장과 손창섭 서울시 급수부장
한 인물도 간파하기 어려운데 두 인물을 함께 조명한다는 것은 상당한 모험이다. 그러나 거론하고자 하는 두 인물의 공통분모는 많다. 수도산업의 역사 속에 중요한 단서를 잡아놓았으며, 30년 이상 평생 수도업에 종사하였고, 직장과는 거리를 둔 교수법과 학습적 열의가 강하며, 보여지는 현상보다 감춰진 실상에 대해 더 많은 고심을 하고 있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2회로 나눠 1회 조광옥 사장, 2회에는 6월 말로 공로 연수에 들어가는 서울시 상수도본부 손창섭 급수부장을 조명하고자 한다. |
조광옥(금광실업 대표)기업인이기보다 공부하는 수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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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옥 사장은 공기변 밸브와 이형관을 생산하는 금광실업 대표이다. 매출규모는 초라하지만 그가 생산해낸 수많은 저서들은 수도산업의 현실에서 매우 소중한 기본 지침이 되고 있다.
국내 수도인들에게 진정한 학습효과를 던져줄 가치 높은 전문서적을 저술하거나 편역 및 공동 저술하며 제품 생산보다 지식 생산을 오히려 더 많이 한 인물이다.
기업대표이면서도 교수 이상의 필요 적절한 보배로운 지식서를, 그것도 수도 관련 전문 소양서를 양산했다는 것은 세간에 재조명 되어도 부끄러움이 없다.
조광옥 사장은 충남 당진이 고향으로 수도공업 초급대를 졸업하고 곧바로 서울시 수도국에 근무한다. 당시 유명한 임성기(한미엔텍 회장), 김원택(부덕실업), 염병호(신우엔지니어링 설립자), 정규영(수도국장 역임, 작고)씨 등과 함께 우리나라 수도산업의 현대화의 주역으로 활동한다. |
모든 수도 자재를 수입에 의존하고 품질이 조악하던 시절, 수도 산업에 있어서 허파와 같은 밸브산업의 중흥을 위해 일찍 시공무원을 사임하고 서광공작 김만영 회장과 손을 잡고 밸브기술의 발전을 위해 중소기업의 전무이사로 발탁, 제2의 인생을 살아간다. 수도공무원 재임기간 동안 보고 느끼고 배운 다양한 기술들을 끊임없이 개발해가면서도 그는 책을 놓지 않았다. 물론 그 책은 우리나라 수도사에 중요한 기둥이 되어주던 일본의 갖가지 수도 관련 서적들이다.
조 사장은 기술개발보다는 수도 산업에 있어서 쉽게 간과해 버리는, 석연치 않고 그냥 잊혀질 수 있는 그런 류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쏟는다. 그 대표적인 것이 「수도관로 사고사례와 대책」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일본수도협회가 일본 전역에서 발생된 각종 수도관로 사고에 대한 내용을 정밀하게 진단하여 사고 재연성이 높은 내용들을 분류하여 만든 책이다. 수도직에 종사하는 수도공무원과 기업인 모두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책이다.
더구나 이 저서가 주목받는 이유는 그가 현장에서 보고 느낀 사건을 다시금 정리하고 분석하여 그 대책을 조명함으로써 우리나라 수도사에 있어서는 처음으로 국내 사고사례를 조명하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품셈제도를 창시하고 정리한 수도 전문 감사생활을 했던 감사원 수석감사관 출신의 전인식 선생과 함께 출간한 「펌프의 이론과 실제」, 도화종합기술공사 사장을 역임한 김종필 씨의 감수로 간행된 「토목공사 검측 및 감리 해설」집은 지금도 설계사들에게는 경전과 같은 책이기도 하다.
요즘에서야 상수도정책이 유지관리 방향으로 초점을 모으고 있지만 이미 4년 전에 「상수도유지 관리 요령」이란 저서를 편역한 바 있으며 05년에는 「수도설비 문제점 사례집」을 편역하기도 했다.
서광공작에 재직하던 시절에는 그 바쁜 회사경영을 이끌어가면서도 국내 최초로 밸브계의 바이블인 「수도용 밸브류 유지관리 메뉴얼」을 간행하여 그의 지적 열기를 감지하게 했다.
이외에도 「상수도의 사고와 대책」이란 책도 편역하는 등 많은 저서들을 간행하였는데, 이 모든 것들은 대부분 비공식적으로 일본의 수도현장을 거울로 삼아 우리나라의 수도발전을 한층 더 끌어 올려보자는 욕심에서 스스로 사재를 털어 번역하고 편집하여 수도공무원들에게 무료로 선사한 것이다. 수도 분야에서는 감히 아무나 흉내내지 못할 지극정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도 조 사장은 자사의 물건을 팔기보다 전국의 수도공무원들에게 상하수도의 유지관리요령과 사고사례를 강의하고 교감을 나눈다. 그가 강의한 사례내용 중 일부를 요약해보자.
-어느 도시의 공업용 도수관 부설시 1천 미리 덕타일주철관을 매설할 당시의 사고이다. 토공사는 A사, 관의 접합공은 B사가 맡았다. A사는 시급히 복토하지 않으면 강우 시 위험하다는 사실을 시감독관에게 말했으나 방치하였고 마침내 비가 내렸다.
물의 부력으로 관이 부상했고 전문가들은 철거하여 재부설해야 한다는 의견과 배수가 천천히 일어나면 관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의견으로 갈린 채 불필요한 논쟁만을 했다.
관이 부상할 때의 상황은 누구도 관찰한 바 없으며 관 사이의 고무패킹의 뒤틀림으로 심한 장해가 일어났는지 그 누구도 확인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 사고는 관계자들 사이에 은폐되고 말았다-
이런 예는 오늘의 공사현장에서도 여전히 일어나고 있으며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다. 조광옥 사장은 바로 이런 작지만 미흡한 마무리로 생기는 제품의 품격 하락과 수질사고, 그리고 그로인해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 부실공사라는 오명에서 하루빨리 탈출하기 위해 오늘도 전사적인 학습교육을 위한 기본 매뉴얼을 만들어가고 있다.
더구나 각막수술까지 하면서 제대로 앞을 보지 못하는 나쁜 시력으로 일본의 책들을 읽고 오늘의 우리나라 수도산업 현장을 대조해가는 그의 모습은 격동의 수도사에 있어 소중한 밑거름이 되어 준다.
심화섭 기자(shs@e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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