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 성금, 후원금, 기부금, 찬조금의 투명성
발행인 칼럼
김동환
약력: 시인/수필가, 환경ISI소장, 한국작가회회원, 한국문인협회회원, 국제펜클럽회원, 환경부중앙환경자문위원, 소비자시민의모임 운영의원, (사)한국수도산업발전회 부회장, (사)한국환경계획 조성협회 자문위회 저서 : 시집「날고있는 것은 새들만이 아니다」 칼럼집「우째물꼬를 틀꼬」 논문 「황금시장 물산업의 경쟁력」 |
잔인한 4월에 가슴 훈훈한 온기서린 단어들을 열거해 보자. 비슷한 의미를 지닌 단어들을 나열하면 헌금, 성금, 후원금, 기부금, 찬조금 등이 있다. 하긴 저승 갈 때 여비에 보태라고 땅속에 묻는 지참금도 있다. 우리나라만이 가지고 있는 동일한 성격의 단어들이다.
회계세무용어의 기부금(donations)은 개인이나 기업이 영업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이 사회복지, 교육, 문화, 종교, 정치단체, 사회적인 공익 등을 위하여 지급하는 기부금 등으로 축의금, 부의금 등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국제적으로 이 같은 행위에 대해 빛을 발했던 사건으로는 평화의 댐 국민성금모금, IMF 당시의 무너져가는 국가를 위해 국민들의 금모으기운동, 천안함으로 인한 국민성금, 그리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일본 지진피해를 위한 성금이 다양한 곳으로 모여지고 있다. 이외에도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후원금으로는 각종 사회단체의 자선바자회 등을 통한 다양한 행사와 국회의원들이 출판물을 통한 후원금 등은 아예 일상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정치자금법을 개정하여 노골적인 정치후원금을 받고자 하여 비판적 시각이 따갑다. 용어사전의 뜻대로 이 같은 후원금은 세상을 맑고 향기롭게 하며 소금이 되어 주고 맑은 이슬로 새 아침을 깨우는데 훈훈한 향기가 되어준다. |
그러나 막상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따스한 물결에 동참하고 싶어도 선뜻 믿을만한 곳이 별반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신뢰는 건전한 사회를 조성하는데 매우 귀중한 자산이며 틀이다. 문제는 이 같은 후원금을 조성하여 거둬들이는 계주와 같은 중개인들의 신뢰도가 어디하나 믿을만한 구석이 없다는 것이다. 하다못해 우리나라 대표적 언론사와 방송사마저도 의심의 눈초리가 가시질 않는다. 그나마 믿음의 농도가 짙은 구세군, 유니세프 등 국제적 기구를 통한 후원금 전달 풍토도 이 같은 맥락에서 성행하고 있다.
매주 혹은 수시로 출생헌금, 순산헌금, 새차구입헌금, 취업헌금 등 수십 종의 명목을 붙여 헌금을 받는 기독교 등 종교계는 그나마 믿음으로 소화한다지만 그 헌금이 과연 교회 밖의 사회 봉사활동에 얼마나 사용되고 있는지는 하나님만 알고계실 뿐이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간접세 많이 내는 제3위의 나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후원금은 누가 얼마를 냈다고 활자화되거나 방송으로 공개되지만 모아진 헌금이 누구에게 얼마를 전달했고 어떻게 소멸됐는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모른다. 한마디로 엄격한 회계관리가 되지 못하고 있다.
위키백과에서 회계(會計, accountancy, accounting)는 특정한 경제적 거래에 대하여 정보이용자들에게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데 유용한 재무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으로 특정한 경제적 사건이 발생하였을 때 이를 측정하고 표시하는 방법을 연구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최근 회계사회와 국민권익위가 공동 개최한 「중소기업의 회계투명성 제고를 위한 세제·세정 개선방안」이란 공청회가 국회에서 열리기도 했다. 그러나 2년 전 한화종금과 충청은행의 부실경영으로 3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했고 8천억 원대의 분식회계 사실이 사회를 뜨겁게 달군 적이 있다.
그만큼 회계의 투명성에 있어서는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과 정치인, 종교인 그리고 방송언론사, 사회단체까지 잿빛의 앙금만이 떠올려질 뿐이다. 그나마 일부에서는 후원금 전달식 등을 상징처럼 사진으로 증명해 보이고는 하나, 들어온 돈과 나간 돈의 회계적 처리는 명확치 않다.
일부에서는 그나마 1억 원의 돈보다 1천원의 돈이 더 뜨겁고 소중한 돈이지만 최소 10만 원 이상만 공표하고 그 미만은 생략하는 경향이 날로 성행한다.
일본 대지진과 방사성으로 구제역이 주춤되고 있지만 우리나라 언론과 방송사 등은 사회적 이슈가 돋을 때마다 경쟁적으로 성금모금운동을 사명처럼 펼친다. 어린아이들에게도 반 강제적으로 모으는 성금이지만 모아진 성금에 대한 투명하고 명확한 회계장부는 공개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교계에서는 은혜에 보답하는 마음과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쁘게 헌금하라고 말한다. 기쁘게 헌금한 돈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배달사고를 일으켰다면 개인이나 기관이 단 1원이라도 자신을 위해 사용했다면 기쁨은 슬픔이 되고 감사하는 마음은 배신감으로 돌변하게 된다.
지하철에서 불구의 몸으로 구걸하는 걸인에게 측은지심으로 헌금했지만 멀쩡한 사지로 돈을 헤아리며 역을 빠져나가는 걸인을 보며 울적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홍보성이든 자기과시용이든 헌금한 사람과 기업에 대해 보도하는 행위야 논쟁의 여지가 있다지만 우리나라를 그나마 건전하게 끌고 가겠다는 사회정의적 소명을 지닌 언론, 방송을 비롯한 종교 및 사회단체부터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의 회계장부를 명확하게 밝힐 것을 바란다. 그래야 소인들의 가슴을 더는 식어가지 않도록 기원하며 따사로운 4월 햇빛을 바라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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