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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이슈/칼럼

[칼럼]막개발 성공 속에 감춰진 눈물

 

막개발 성공 속에 감춰진 눈물

  

 

발행인 칼럼

김동환

약력: 시인/수필가, 환경ISI소장, 한국작가회회원, 한국문인협회회원, 국제펜클럽회원, 환경부중앙환경자문위원, 소비자시민의모임 운영의원, (사)한국수도산업발전회 부회장, (사)한국환경계획 조성협회 자문위회

저서 : 시집「날고있는 것은 새들만이 아니다」 칼럼집「우째물꼬를 틀꼬」 논문 「황금시장 물산업의 경쟁력」
 

페이스북이 전 세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때 우리나라 IT업체에서는 자조적 한숨이 흘러 나왔다. 과연 페이스북 창업자인 저커 버그와 같은 성공한 기업인이 우리나라에서도 탄생할 수 있느냐는 비관적 질문이다.


우선 우리나라에서는 실명인증 때문에 해외진출이 불가능하고 게임등급위원회의 사전심의를 받아야함으로써 해외 소셜게임업과 연계되지 못해 돈줄이 막힌다. 더욱이 아이템 결제에 액티브X를 강제로 써야되 해외유저로부터 외면 받는다.
혹 창업자가 대학중퇴인 변변치 않은 학력이라면 신뢰도를 의심받고 은행은 신용대출을 거부해 결국 자금조달이 어려워 문을 닫아야 한다.


IT업체만의 현실이 아니다. 환경분야도 매한가지다. 아니 오히려 깎아내리고 비상식적인 데이터로 기술을 호도하는 등 그 농도는 더욱 깊고 매섭다.
최근 에치투엘이 개발한 가압식막 통수식과 영등포 정수장 준공식이 열렸다. 한 달간의 시차를 두고 침지식에 이어진 가압식 통수식이다. 코오롱과 대우라는 간판급 대기업이 참여한 막개발이라지만 그 내면에는 에치투엘과 같은 중소기업이 참여하여 어렵게 이뤄낸 성과들도 적지 않다.

 

정부가 미래지향이고 국제 경쟁력을 지닌 기술개발을 하자는 취지에서 수백억원의 공적 자금을 투여한 결과물이다. 만일 공적 자금을 원활히 활용하고자 한다면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조용히 지원하고 기다려주고 격려해주는 것이 사업단의 할 일이다.

 

환경분야의 별을 탄생시키겠노라고 출범한 사업단은 이제 막공정 개발을 끝으로 문을 닫고 해외진출을 겨냥한 실질적 연구단인 에코 스마트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에코스타사업단의 핵심 결과물인 ‘막’ 개발에서 한 중소기업이 걸어온 길은 페이스북 개발보다 더 심각한 위기의 연속선이었다.

당초 대기업(SK)이 개발에 참여했다가 포기한 그 불확실한 기술을 중소기업이 떠안고 뒤늦게 뛰어들었다. 중소기업이 실패한 것을 대기업이 참여하여 성공시키는 일반적 상식과는 괴리가 있는 처음부터 이상한 출발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 담그지 않는 걸까? 대기업이 실패한 사업을 중소기업이 어떻게 하냐는 비판적 여론이 물 업계에 들끓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개발에 희망의 빛이 투영되자 슬그머니 압력을 가해 대기업으로 기술을 넘기라고 종용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말을 듣지 않으면 시간적 압박을 가하고, 아예 언제까지 성공시키지 못하면 모든 것을 배상하라는 협박성 압력에도 시달려야 했다.

일부학계에서는 연구해보지도 않은 기술이라며 자문할 때마다 비판적 시각으로 난도질하기도 했다. 막개발 이전 섬유상 미생물처리로 수처리사업을 해오던 과거에 대한 루머성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웬만한 중소기업이라면 진작 포기하고 접어버렸을 고비고비를 넘기고 에치투엘은 마침내 그 꽃봉오리를 온 천하에 펼쳤다.


통수식에는 막기술 전문가들 중 끊임없이 침묵으로 관심을 표명했던 일부 교수 등의 얼굴만 비췄을 뿐, 그 많던 인물들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참석하지 못한 이유야 다 있겠지만 따가운 비판도 성공의 이유가 된다. 기업이 나태하지 않고 지속적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촉진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가압식통수식에 참여한 많은 내빈들이 침지식과정도 지켜보는 시간을 가졌다. 맑은 물을 생산하는 고도처리과정에서 하수처리와 같은 악취냄새가 나는데 아무리 침지식이라지만 아무도 그 이유에 대한 명쾌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뚜껑을 닫았다.


일본의 막공정 정수장에서는 어느 정도 완결을 하려면 7년이 소요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 성급히 결과물을 원하고 성급하게 잊어버린다. 지속적인 운영관리의 해법에는 관심이 없거나 무시해 버린다.


통수식은 어느 정도 완벽에 가깝다고 하여 일반에 공급해도 된다는 조건에서 열린 일종의 시책식이다. 오히려 PH 조절능력의 관리, 전력비의 최적화, 막공정에 소요된 밸브나 펌프의 효율성 등 부차적인 과제에 더 많은 시간과 자본이 투자 되어야할지 모른다.
그래야 제대로 된 시스템이 완결되고 그 시스템을 해외에 수출 할 수 있는 역량이 축적되기 마련이다.


국가 공무원인 관리 책임자가 사무관 단 한 명뿐이어서 잘 나갈 수 있다는 조선업계의 말은 쉽게 지나치기가 어렵다. 통수식은 시작점이며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은 보급과 해외수출이다.
대구나 아산시 등에서 서울시의 막공정을 벤치마킹한다고 제대로 되지 않은 내용으로 답습하면 또다시 국민의 세금만 헛되이 날릴 뿐이다.


과거 정부부처의 한 간부가 성공한 대관령 목장주를 찾았을 때 그 목장주가 한 말이 떠오른다. 어떻게 성공했냐는 질문에 한참을 침묵하던 목장주가 정부가 주도하는 사업계획과 반대로 하면 성공한다고 대답한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