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호] 2011년 5월 27일 금요일
(주)그렌코, ‘천 톤의 날’ 1주년 기념식 열려
부실 슬러지처리공장 산고 끝에 정상 가동
슬러지처리 일일 1,010톤, 고화물생산 일일 1,455톤
양생기 부활의 날 다시 한 번 기적을
직원과 함께 천 톤의 날 기념앨범을 다시금 음미해 보고 있는 (주)그렌코 손희만 대표
지난 5월 12일, ‘(주)그렌코(GRENCO, 그린에너지주식회사-사장 손희만)’에서는 축제의 장이 한바탕 열렸다.
5월이 행사의 달이긴 하나 어린이날도, 부처님오신날도 아닌 평일이었지만 (주)그렌코에서는 가장 큰 행사가 열리는 날. 손희만 대표이사는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주)그렌코 직원들에게 5월 12일은 ‘천 톤의 날(TT DAy)’로 명명되었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그들만의 축제일이지만 사원들에게는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가장 뜻 깊은 날이다.
(주)그렌코는 ’09년 12월에 수도권매립지자원공사가 GS건설과 코오롱건설, 성현건설과 함께 공동출자하여 설립한 폐기물 처리 및 신·재생에너지 생산 전문 회사이다. ‘09년 12월 4일에 출자자 협약서를 체결한 후 16일에 발기인 총회를 갖고 1월 1일부로 시설이 가동되었다.
수도권매립지자원공사가 12월 엄동설한에 부랴부랴 회사를 설립하고 휴일도 없이 바로 가동을 시작한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수도권지역에서 발생하는 하수슬러지 처리문제가 심각해지자 수도권매립지자원공사는 하루 천 톤 이상의 하수슬러지를 고화처리하여 고화물 1,420톤을 생산해 낼 수 있는 시설을 착공하였다. ’07년 5월부터 ’08년 12월까지 총 사업비 398억 원을 들여 수도권매립지 종합자원화 단지 내에 설치된 이 하수슬러지자원화시설은 경남기업과 유니슨이 시공하고 한국종합기술이 설계·감리를 맡았다.
이 자원화시설의 핵심은 최소한 하루 천 톤의 하수슬러지를 처리해야만 그 존재 가치가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내년부터는 런던협약이 발효됨에 따라 슬러지 해양투기가 전면 금지되어 대규모 슬러지처리시설이 절실하다.
그러나 ’09년 가동을 시작한 슬러지자원화시설은 설계기준상 하루 917톤의 슬러지를 처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제 처리량은 일평균 185톤에 불과했다. 고화물 생산도 평균 265톤에 그쳤다.
시공단계에서부터 부실공사임이 드러나고 하루 천 톤 처리가 불가능한 것이 눈에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매립지공사는 가동을 중단할 수 없었다. 슬러지 대란이 일어난다는 이유였다.
결과적으로 국고 수백억을 날린 매립지공사는 쏟아지는 국민의 비난과 3년 여 간의 정부 감사에 시달려야 했다. 결국 매립지공사는 슬러지 운영 전문자회사인 (주)그렌코를 설립하여 이 부실시설을 인수하여 운영케 했다.
이 사업을 맡게 된 회사의 수장인 손희만 대표는 환경부 공무원 출신으로 금강·한강·낙동강 유역 등 여러 곳에서 환경청장을 지내고 폐기물재활용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까지 받은 인물이다.
손 대표의 지휘 아래 인수 초기 185톤에 그치던 일평균 처리량은 300톤까지 상승했지만 현 시설로는 그 숫자가 한계였다. 손 대표를 필두로 하여 전 직원은 모든 사생활을 반납하고 공장 재활에 사활을 걸었다. 물론 수도권매립지자원공사 측에서도 인적, 기술적 자금지원 등을 아낌없이 해 주었다. 슬러지처리와 복토재 생산을 하는 와중에도 두 달여 동안 문제점을 완벽히 진단한 후 보완공사를 추진하였다.
보완공사를 통해 약품저장사이로의 다짐현상을 방지하고 일정 공급량을 유지하였으며, 이송설비의 직선도를 유지 보강하고 비산먼지를 방지하였다. 결국 지난 해 5월 4일, 일일 복토재 생산량 천 톤을 달성하였고, 8일 후인 12일에 일일 슬러지처리량 천 톤을 최초로 돌파했다. 회사설립 5개월 만에 달성한 쾌거다.
지난 해 7월 15일부터 8월 13일까지 한 달간 (주)그렌코가 달성한 숫자는 슬러지처리 일평균 1,010톤, 고화물생산 일평균 1,455톤이다.
손 대표를 비롯한 직원일동은 자신들이 이룩해 낸 일이라지만 천 톤 달성을 그야말로 기적으로 받아들인다. ‘천’이라는 숫자는 전 직원의 피와 땀의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그렌코에게 5월 12일은 회사의 존재 이유가 만천하에 드러난 날이다.
시설운영 초기 한 달 전기료를 5천만 원이나 사용하면서 200톤의 슬러지도 처리 못하는 매립지공사의 시설에 대해 국회, 감사원, 환경부, 언론 등에서 질책을 서슴지 않았다. 그렇기에 (주)그렌코는 그야말로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손 대표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는 성능을 강화하는 데에만 신경 쓰지 않고 양생기를 살리는데 온 힘을 쏟아 부었다. 양생 없이 천 톤을 처리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악취를 막을 수도 없고 복토재의 질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손 대표의 목표는 최대 처리시설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장 친환경적인 클린공장을 만드는 것이다. 하수 오물 처리시설인 슬러지재생공장을 개방 가능할 정도로 악취와 소음, 먼지를 제거하는 것이 그의 최종 목표이다. 그는 회수설비 보완을 통해 청결한 시설환경을 유지하는 것에도 끊임없이 신경 썼다.
현재 (주)그렌코의 일일 슬러지 처리량은 600~700톤이다. 지난해 말 45억의 예산을 들여 양생시설을 수리하여 양생을 해가며 처리하기 때문에 처리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클린공장에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양생을 온전히 하면서 일일 천 톤 이상을 처리하고 (주)그렌코만의 복토재를 생산하기 시작하는 순간, 진정한 친환경 명품공장이 탄생하게 된다. 손 대표는 다가올 그날을 기념하여 ‘차·차·차 데이’로 명명하기로 했다. 현재 (주)그렌코는 양생설비 수리를 위해 환경부에 예산을 신청 중이다.
심화섭 기자(shs@e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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