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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이슈/칼럼

[칼럼] 공무원 출신들 철 지난 분통, 속타버린 기업인

공무원 출신들 철 지난 분통, 속타버린 기업인

  

 

발행인 칼럼

김동환

약력: 시인/수필가, 환경ISI소장, 한국작가회회원, 한국문인협회회원, 국제펜클럽회원, 환경부중앙환경자문위원, 소비자시민의모임 운영의원, (사)한국수도산업발전회 부회장, (사)한국환경계획 조성협회 자문위회

저서 : 시집「날고있는 것은 새들만이 아니다」 칼럼집「우째물꼬를 틀꼬」 논문 「황금시장 물산업의 경쟁력」
 

-우리나라 공무원은 모두 증발시켜야 해.
-되는 일은 하나도 없어.
-지방의 말단 공무원이 얼마나 무서운지.
-기업하시는 분들 너무 대단합니다, 존경스럽습니다.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죠.
-골프에서 스코어가 나지 않는 이유가 수천가지라는데 공무원들은 그럴싸한 변명이 수 만 가지도 넘어요.

 

이 말들을 소주잔에 녹여 분개하듯 풀어놓는 사람들은 우리나라 공무원으로 고위직까지 올랐다가 기업인으로 되신 분들이 던지는 푸념들이며 값비싼 안주입니다.

 

그래도 분이 아직 가시지 않는지 내가 다시 공무원이 된다면 기업인들을 위해 무조건 규제를 철폐하고 모든 이야기를 귀담아 들으며 무슨 일이건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데 골몰할 것이라며 선거입후보자처럼 외쳐봅니다.

 

꽤나 지위가 높았던 분들이 세상에 나와 몇 개월 지내면서 쏟아내는 공통된 말들입니다. 정작 본인은 공직에 있을 때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될 법은 생각지도 않고 안 된다는 말만 되풀이 했을까요.

 

민선시대가 오면서 우리의 생활이 급격하게 달라진 점이 있습니다. 서울시만 해도 청계천을 흐르게 했고 도심버스를 중앙차로로 달리게 했으며 시청 앞을 시민의 광장으로 만든 것처럼, 도저히 과거의 임명제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변화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습니다. 만일 임명제가 살아있던 과거였다면 청계천을 흐르게 하면 도심교통이 마비된다, 중앙차선을 하면 교통사고 위험이 더 커진다, 시민광장을 만들면 술 마시고 행패부릴 테고 데모대만 진을 칠 텐데, 이렇게 우리의 공무원들은 가당찮다고 핀잔주듯 시민의 목소리를 외면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행정의 대변혁도 사실 공무원의 입김에서 불어나온 매화꽃이 아닙니다. 실은 주변의 국민들이 수시로 던졌던 투정을 은근슬쩍 쑤셔 넣었다가 상상이란 틀 속에 재탄생시켜, 마치 공무원의 소신 있는 혁신적 창안처럼 포장되어 나온 시정이 대부분입니다.

 

국가와 지방자치제를 경영하는 자는 모자람을 근심하지 않고, 고르지 않음을 근심해야 하며, 가난을 근심하지 않고 평안하지 않음을 근심한다. 대부분 고르면 가난하지 않고 화목하면 모자라지 않고 평안하면 기울지 않기 때문이다, 라는 말은 공자가 제시한 국가 경영의 원리입니다. 그래서 맹자는 다시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인민이 가장 귀하고 사직이 그 다음이요 임금은 가볍다. 그러므로 시골 백성의 마음을 얻으면 천자가 되고 천자의 신임을 얻으면 제후가 되며 제후의 신임을 얻으면 대부가 된다고 말합니다.

 

기업인들은 이 철옹성을 바늘구멍만큼이라도 뚫어보려고 별별 수단을 다 강구해본다. 뇌물을 주려니 헛나가지 않게 뇌물 제대로 주는 법을 강구해야 하고, 정치인을 동원해야 하고, 만나주지 않으니 동창을 개입시키고 술, 골프, 고급선물 등 관심 끄는 데에 기술개발보다 더 많은 노력과 열정을 쏟곤 합니다. 그렇게 하여도 정작 공무원들은 공평하지 않으니 숨기려 하고, 떡 좀 주려니 며칠 땡볕에 놔두었다가 상해서 못 먹는다하며 내팽개치고, 작은 것은 시시하다 하고, 곤란하여 궁지에 몰리면 예산타령이고 자신은 해주고 싶은데 감사가 문제라며 툴툴거립니다.

 

윗 놈을 붙들어보니 바늘 끝이 아프고, 바늘귀가 아프고, 아랫것은 쓴 소리나 내뱉고. 뭉쳐서 힘 좀 받아보자고 조합이나 협회를 만들었으나 이들 단체는 몇몇이 나눠 먹기식 행정으로 공무원보다 더 무서운 공무원집단이 되어있고.

 

작은 중소기업이 기술개발에도 시간과 돈이 모자라는데 영업하랴, 로비하랴, 자금 구하랴 무슨 개발을 합니까. 법은 밤새 바뀌어져도 알지 못하고 뒤늦게 수단을 강구하려 하지만 인증이나 특허를 받으려면 수개월 넘겨야 하고.

 

그래서 우리나라 기업인들은 말합니다. 한국에서 일한 1백분의 1만 해도 세계 어디에서든 성공할 수 있다고. 하긴 공직을 떠나 중소기업의 회장 자리를 얻어 일 좀 해보려 했던 고위 공무원들이 쏟아내는 한숨도 범부의 한숨과 같으니 누가 누구를 탓 하리오만.

 

그래서 기진맥진한 기업인들이 자식에게도 기업을 넘겨주지 않고 스스로 문을 닫나 봅니다. 지긋지긋하게 살아온 평생의 땀이 한 톨 아쉽지 않은 기업인들의 간은 모두 새까맣게 타버렸거나 화상이 심각하리라 봅니다.

 

공장 안에는 아직도 봄이 오지 않고 있습니다. 개구리가 운다는 경칩은 관청 청사 잔디밭에서 시작될 뿐, 공단은 아직도 살얼음이 탱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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