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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이슈/칼럼

[칼럼] 핵의 눈물

핵의 눈물

  

 

발행인 칼럼

김동환

약력: 시인/수필가, 환경ISI소장, 한국작가회회원, 한국문인협회회원, 국제펜클럽회원, 환경부중앙환경자문위원, 소비자시민의모임 운영의원, (사)한국수도산업발전회 부회장, (사)한국환경계획 조성협회 자문위회

저서 : 시집「날고있는 것은 새들만이 아니다」 칼럼집「우째물꼬를 틀꼬」 논문 「황금시장 물산업의 경쟁력」
 

95년경이다. 보사부의 음용수과와 건설부(현 국토해양부)의 상하수국이 환경부로 통폐합되면서 환경부에는 상하수국이 신설되고 상수도과와 하수도과 그리고 음용수과가 운영되었다.


당시 먹는샘물에 대해 시대적 변화가 온 만큼 양성시켜 달라는 민원이 극에 달했다. 이미 보사부 시절부터 데모와 청원, 각종 힘의 권력 속에 버텨오던 정부는 14개 기업으로 묶어 놓았던 샘물사업을 양성화하겠다는 내부 방침을 세워 놓고 전국 40여개의 샘물회사들에 대한 원수인 지하수 수질분석과 주변환경영향조사를 실시하게 되었다.


샘물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는 86년과 88년 올림픽을 앞두고 선수단과 외국 손님들에게 먹일 샘물에 대한 안전성, 수질, 환경, 안보 등을 고려한 허가받은 14개 업체에 대한 전면조사 이후 꼭 10여년 뒤에 실시한 수질조사이다.


우리나라 수돗물의 95%이상이 강물이 지표수를 활용하지만 샘물은 100%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어 샘물에 대한 수질조사는 당시로서는 매우 특이한 물 분석이었다. 80년대의 샘물조사는 외국 손님에게 먹일 샘물을 선발하기 위한 것이라면 95년의 샘물조사는 샘물사업을 양성화하기 위한 기초조사였다. 환경부, 환경과학원, 학계 등과 함께 조사요원으로 전국을 돌았던 필자는 우리나라 국토에서 생성된 지하수라면 비슷한 수질일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이 전라도물, 경기도물, 충청도물, 경상도물, 강원도물 모두가 미세하나마 다르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이후 개인적으로 전국 곳곳에서 생산되는 샘물을 수거하여 기초과학센터에 성분분석을 의뢰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일반항목 외에 중금속 등 특수물질을 조사하는 곳은 기초과학센터가 유일했다. 그 결과는 당혹스럽게도 분석 결과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지하수에서 다량의 우라늄과 라듐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고 있다는 분석 결과는 매우 혼란스러웠다. 단순하게 샘물의 수질특성을 지역별로 안배하여 재미있게 기사화하자는 속셈이었으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다는 새로운 사실에 일단 기사는 보류하고 그 원인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 사실은 환경부 담당과장과 합의하에 비밀로 하기로 하고 방사성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위해 우리나라 유명 국책연구소와 학계를 방문, 의문을 풀어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대전의 한 지역은 타 지역보다 수십 배는 많은 우라늄 물질이 지하수에서 지속적으로 검출되고 있다는 또 다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후 환경부가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우리나라에도 옥천계층이 휘돌고 있고 그 지역에는 방사성물질이 타 지역보다 많이 함유되었다는 사실이 2천 년대에 와서 밝혀지게 된다.


지금 세계는 일본의 지진 이후 후쿠시마 원전 폭발의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화산폭발 보다도 해일이나 태풍, 지진보다도 더 강한 두려움과 공포가 날이 지날수록 더욱 커지고 있다.지난 97년 1월 암으로 세상을 하직한 일본의 하라이 노리오 씨가 일본국민에게 쓴 편지는 너무도 진지하게 인간의 오만한 능력의 한계와 망상을 호되게 꾸짖는다.


고인은 20여 년간 원전에서 1급 플랜트 배관기능사로 종사하면서 퇴임 후 지금 사고가 난 후쿠시마 제 2원자력발전 3호기 운전금지 소송 원고 증인 등 원자력 발전 방사능 노출 노동자 구제센터를 운영한 인물로 살다가 세상을 떠나간 인물이다. 그는 장문의 편지에서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홋카이도에 있는 토마리 원전에 이웃한 쿄와쵸에서, 교직원조합주최의 강연을 했던 때의 이야기다.
그 강연회는 야간 집회였지만, 학부모와 교직원이 반반 정도씩, 대략 300명 정도가 모였다. 그 중에는 중학생이나 고등학생도 있었다. 원전은 지금의 어른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문제이기에 강연을 들으러 온 것이다. 강연이 대강 끝나서, 제가 질문 없습니까, 라고 말하니, 중학교 2학년 짜리 여자아이가 울면서 손을 들고 이런 말을 했다.


‘오늘밤 이 모임에 온 어른들은, 거짓말쟁이들이에요. 저는 그 얼굴을 보러 왔어요. 어떤 얼굴을 하고 왔는지 보려구요. 현재의 어른들, 특히 여기에 있는 어른들은 농약 문제, 골프장 문제, 원전 문제 등에서, 솔직히 말하면 아이들을 위한다면서, 운동하는 척만 할 뿐이에요. 저는 토마리 원전 바로 근처에 있는 쿄와쵸에 살면서 24시간 피폭 당하고 있어요. 원자력 발전소 주변, 영국의 셀러필드(Sellafield ; 영국 지방도시의 작은 마을. 핵 재처리 공장, 핵연료사이클 공장이 집중되어 있음)에서 백혈병 아이들이 태어날 확률이 높다는 것(이 지역 원전 종사자, 주변 주민의 체내 플루토늄량이 높고, 소아백혈병 발생률은 다른 지방의 10배이다)은, 책을 읽어서 알고 있어요. 저도 여자에요. 적당한 나이가 되면 결혼도 하겠죠. 저, 아이를 낳아도 되는 건가요?’ 라며, 울면서 300명이나 되는 어른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하지만, 그 어느 누구도 대답해 주지 못했습니다.


‘원전이 그렇게 나쁜 것이라면, 지금이 아니라, 왜 처음 건설될 당시에 끝까지 반대하지 않았던 거죠. 더구나, 여기 와있는 어른들은, 2호기까지 만들게 했잖아요. 가령 전기가 없어진대도, 저는 원전이 싫어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