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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이슈/칼럼

[칼럼]직업학교와 맹모단기(孟母斷機)

직업학교와 맹모단기(孟母斷機)

 

 

발행인 칼럼

김동환

약력: 시인/수필가, 환경ISI소장, 한국작가회회원, 한국문인협회회원, 국제펜클럽회원, 환경부중앙환경자문위원, 소비자시민의모임 운영의원, (사)한국수도산업발전회 부회장, (사)한국환경계획 조성협회 자문위원

저서 : 시집 「날고있는 것은 새들만이 아니다」 칼럼집「우째물꼬를 틀꼬」 논문 「황금시장 물산업의 경쟁력」
 
교육에 있어서 시대적이나 환경적으로 전환기를 맞고 있는 요즘에도 맹자의 어머니를 교육의 참지표로 삼고 있다.

어린 날부터 귀에 못이 박히듯 들었던 맹모삼천지교. 어린 맹자의 집이 묘지 근처였는데 어린 맹자가 상여꾼들 흉내를 내며 놀자, 맹자 어머니는 “여기는 자식을 기를 만한 곳이 못 되는구나.”라며 시장 근처로 이사를 했다. 그러자 맹자는 물건 파는 장사꾼들의 흉내를 내어서 여기도 역시 자식 기를 만한 곳이 못된다며 다시 학교 근처로 집을 옮겼다. 그러자 맹자는 놀기를 공부하는 것을 따라했다고 한다. 교육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정도로는 우리나라 어머니들의 극성이 극에 달해 맹모의 할머니 정도나 될까. 자식을 위해서라면 국토를 횡단해서라도 이사를 가는 것이 한국 어머니들 상이다.
직장에 목매여 쉽게 이사하지 못하면 위장전입을 해서라도 좋은 학군에 안착시키는 질기디 질긴 우리나라 어머니들이다.

 

맹모의 진정한 교육상은 세 번의 이사가 아니다. 맹자가 학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돼지 잡는 것을 보았다. 어머니에게 “돌아오는 길에 돼지를 잡는 것을 보았는데 왜 잡는 것입니까?”하고 물으니 어머니는 “너를 위해 잡는 것이다.”라고 거짓말로 대답했다. 그날 저녁 맹자의 어머니는 가재도구를 팔아 고기를 사 맹자에게 고깃국을 끓여 주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자식에게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어느 날, 맹자가 공부를 중도에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오자 맹자의 어머니는 베틀에서 칼을 집어 한 달 내내 짜던 베를 잘라 버렸다. 맹자의 어머니는 “네가 배움을 도중에 그만 둔 것은 내가 짜던 이 베를 다 마치지 못하고 끊어버리는 것과 같다.”며 준열하게 꾸짖었다.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면 아무 쓸모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으로 이를 두고 맹모단기라고 표현하고 있다.

맹모의 위대성은 또 있다. 맹자가 장가를 든 후의 일로 방에 들어갔는데 부인이 가랑이를 쩍 벌리고 잠을 자고 있었다. 맹자는 이를 불쾌하게 여기고 어머니에게 자기 부인은 행실이 바르고 정숙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며 부인을 탓했다. 이에 어머니는 “방으로 들어갈 때 인기척을 하였느냐.”라고 물었다. 맹자는 그렇지 않았다고 하니 어머니는 “문 안으로 들어가려 할 때 누가 있는가를 묻는 것은 안에 있는 사람을 위해 알려주는 것인데, 네가 예를 다하지 않았으면서도 부인에게 예를 갖추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 라며 오히려 맹자를 꾸짖었다. 다른 사람과의 예의와 사회생활에서의 인간관계를 명확하게 가르쳐준 사례이다.

어느 날 맹자가 근심이 있어 그 일을 어머니에게 말하자 어머니가 맹자가 결정한 것을 따르겠다고 하니 맹자가 그 이유를 물었다. 이에 맹모는 “삼종(三從)의 道가 있는데 어려서는 부모를 따르고, 출가해서는 남편을 따르고, 남편이 죽으면 자식을 따르는 것이 禮이다”라고 말하였다.

맹자 어머니의 자녀교육은 교육환경 뿐만 아니라 다른 요소인 정직, 목표, 예의, 자신의 역할 등 모든 삶의 교육에 대하여 어머니들이 가져야할 진정한 자세가 포함되어 있어 지금도 위대한 참교육자로 선망되고 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직업학교의 관심과 변화를 위한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전국의 직업학교는 8백여 개가 있지만 대부분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고 국제적으로는 너무도 취약하다. 간헐적으로 일부 직업학교가 미국, 일본 등과 교류가 있긴 하지만 국제기능경기대회에서 41회 개최 동안 16회나 우승을 한 한국으로서는 기가 막히도록 허접하고 열악한 환경이다. 오히려 우승 한번 하지 못한 유럽국가나 선진 국가들이 운영하는 민간직업학교들이 오히려 활발하고 세계적인 명문기술학교로 성장하고 있다.

법조인, 의사, 약사, 공무원 등만을 선호하는 사농공상의 뿌리박힌 악습에서 헤어나지 못한 국민적 의식도 문제지만 미래를 설계하는 중추 핵심인 정부나 관련부처가 미래를 예측하지 못하고 흐르는 대로 탁상행정을 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이 누구나 거쳐 가는 대학교육보다는 전문 직업을 택하는 경향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는 의식의 변화는 그나마 다행스럽고 반가운 소식이다. 미래의 자원인 이들에게 다양한 기술과 세계를 향한 직종의 개발은 이제 이 시대의 어른과 정부의 책임으로 돌아갔다.

그러면서도 정부만 탓하기에는 맹모의 진정한 자식사랑처럼 참된 교육의 지표와 확신 그리고 신뢰와 믿음을 직업학교의 선생과 교장들은 던져주고 있었는지 스스로 매무세를 다듬고 깊은 성찰을 할 시기라 본다. 학생수 대비 돈으로 환산하는 머릿수만 채우는데 혈안이 되어 있지는 않았는지 곰곰이 되뇌이고 되새김하면서 자정작업을 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신묘년 귀를 쫑긋 세우고 전국시대의 열녀전을 다시금 탐독하고 실행하는 한해를 맞는 것도 전환기 직업학교의 멈춤 없는 행보를 재촉하는데 매우 소중한 시간이 되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