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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 교육/여행

[연재] 한국의 다리(12)

농다리

지네처럼 누워 있는 진천 농다리

 
 
사람이 살기에 덧없이 좋다는 생거 진천. 진천군 문백면 구곡리 굴티 마을 앞 세금천(洗錦川)에 지네처럼 누워있는 농다리(籠橋)는 전국적으로 유례가 없는 매우 진귀한 돌다리이다. 자연석으로 만들어진 돌다리 중 가장 긴 다리이며, 오랜 장마에도 유실되지 않게 버텨내도록 한 토목공학적 우수성 때문이다.

농다리는 언뜻 보아 거대한 지네가 몸을 슬쩍 퉁기며 물을 건너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튀어나온 교각의 양끝이 지네 발처럼 보이는 것이다. 다리 전체의 길이는 현재 93.6m 이른다.

상산지에 의하면 이 다리는 작은 징검다리 형식으로 있던 돌다리를 고려 시대 진천의 호족장이던 임희장군(진천임씨 시조)이 크게 개·보수했다 한다.

또는 삼국통일을 이룩한 김유신 장군의 아버지 김서현 장군이 진천 태수로서 이곳 변방을 지킬 때 진천과 청원을 잇는 군사요로로 축조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외의 다른 축조설들이 있으나 어찌되었든 신라, 고려시대에 쌓아 올린 교각들이 거의 원형 그대로 남아, 지금까지도 그 역할을 충실히 감당해내고 있다.

농다리는 여느 옛 다리와 같이 축조 신화와 함께 그 마을의 수호신으로서의 자리매김하고 있다. 세종대왕이 농다리를 건너가다가 농다리 밑 소슴천에서 물을 먹어보고 안질, 풍, 피부병을 고쳤다는 전설과 같은 것이 그 예다.

더욱이 이런 농다리와 관련된 전설 같은 믿음은 최근까지도 마을 사람들에 의해 전해지고 있다. 아무리 큰 장마에도 끄떡없는 농다리가 나라에 변고가 생기면 소실되곤 한다고 믿는 것도 그것이다. 그 예로 6.25동란이 나던 해 여름 장마에 5칸의 농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전쟁이 터졌다는 사실을 들고 있다.

농다리는 이제 중부고속도로 상행선을 통해서 직접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현재는 진천 저수지의 축조와 중부고속도로 개통 이후 유속 및 물의 흐름에 변화를 가져와 장마철마다 일부 상판이 유실되는 일이 잦아져 진천군을 애태우고 있다.

<천년 후, 다시 다리를 건너다>
글 | 손광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