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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이슈/칼럼

[칼럼] 빛과 소금이 되어라

 

빛과 소금이 되어라

 

 

발행인 칼럼

김동환

약력: 시인/수필가, 환경ISI소장, 한국작가회회원, 한국문인협회회원, 국제펜클럽회원, 환경부중앙환경자문위원, 소비자시민의모임 운영의원, (사)한국수도산업발전회 부회장, (사)한국환경계획 조성협회 자문위원

저서 : 시집 「날고있는 것은 새들만이 아니다」 칼럼집「우째물꼬를 틀꼬」 논문 「황금시장 물산업의 경쟁력」
 
카톨릭에서 구호처럼 던지는 말씀-빛과 소금이 되라-는 단문이면서도 속세의 인간에게 무한한 생각과 반성, 그러면서도 일말의 실행적 의지를 다지게 한다.

팔만대장경을 4년여에 걸쳐 공부한 한 스님이 화두처럼 던져주는 질문이다.
설탕의 근본은 무엇인가. 소금의 근본은 무엇이며 물의 근본은 무어며 불의 근본은, 바람의 근본은 무엇인가. 그리고 인간의 근본은 무엇인가. 참 쉬운듯한데 답하기가 어렵다.

소금은 짠맛이며, 설탕은 단맛, 물은 적시는 것이고 불은 타는 것이며 바람은 움직이는 것이고 그리고 인간은 아는 것이라고 스님은 깨우쳐 준다. 본래 텅 빈 인간에게 지혜를 심어주고 담아가는 것이 삶이고 결국 성품으로 익어간다.

요즘은 방치와 무시로 방관하던 정부가 소금을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일구겠다고 법석이다. 천일염을 그저 광물로 취급하고 홀대 했으며, 수입 자유화 조치로 인해 국내 천일염은 경쟁력을 상실하고 전국의 염전은 사라져 갔다.
 
 인천 숭의동에서 출발하여 새우젓 장사 아주머니들을 태우고 가던 협궤열차가 소래포구로 향하면 일제시대인 20년대 초반부터 생산하기 시작한 군자염전과 33년 생성된 소래염전이 눈에 들어온다. 사진가와 화가 그리고 시인들에게 수많은 작품을 탄생시킨 그 염전들이 재개발과 함께 모두 사라졌다. 강화 석모도의 염전도 이제는 폐허가 되어 갯벌의 굳은 살점만 드러내 놓고 있다.

그나마 우리나라 염전은 신안군의 신의도와 도초도 등에서 국내 소금의 60%정도를 생산하고 있다. 다행히 증도에는 태평염전이 있고 재래식 소금창고를 개조하여 소금박물관으로 정착시켰다는 점이 별빛에 반짝이는 이슬처럼 고맙기만 하다,
문제는 우리나라 정책이 항상 뼈만 앙상하게 남아 하늘을 보고 간신히 숨만 헐떡일 때 정책을 내놓고 호들갑을 떤다는 점이다. 방치한 20여 년 동안에 소금산업은 영세성으로 치닫고 생산시설은 노후화되었으며 식품안전성 확보는 아예 생각하지 못했다. 노동력도 없고 복잡한 유통구조와 저가ㆍ저질품으로 평가절하 되어 수입 소금에 밀려 버렸다. 수입한 공업용 천일염이 불법 유통되고 소금산업의 발전이나 중흥을 위한 어떠한 전략이나 연구도 아예 없었다. 그야말로 나라가 소금산업을 완전 궤멸시킨 꼴이다.

소금에 대한 수입개방조치 후, 우리나라에는 잘 갈려진 미세한 소금이 수입되기 시작했다. 한주소금을 비롯한 대기업들이 이 소금들을 다량 수입하여 싸게 공급했고 우리나라 소금으로 김치를 담그던 가정과 식당은 이 소금으로 인해 모두 김치를 망쳐버렸던 웃지 못할 사건으로 사회적 혼란을 야기 시킨 적도 있다. 불과 20여 년 전의 촌극이다.

소금은 먹거리에서 오늘날에는 공업용으로도 그 활용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천연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로서는 소금은 유일한 천연자원이 될 수 있었다. 소금을 체계적으로 연구한 학자도 정부연구기관도 없었으며 정책 입안자들의 미래지향적 안목은 전무했다.
90년대 내린 수입개방조치도 몇몇 대기업의 무분별한 상행위에 놀아나지 않았나 추정한다. 그리고 다시 20년 만에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키우겠다고 한다. 여기에는 막대한 자금으로 우리나라 국토를 집어 삼킬듯한 대기업의 소금장사를 위해 또다시 정책방향을 360도 틀어 놓지 않았나 의구심이 든다.

지금 신안군 내에 있는 염전은 대부분 대기업 손에 넘어가거나 관리 대상이거나 납품을 하고 있다. 대기업이 소금장사를 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대기업에 의해 수입개방을 하고 대기업에 의해 신성장동력산업으로 키우겠다고 한다.
우리의 정책은 그저 대기업 장단에 춤만 추는 격이다. 이런 예는 모든 정책에서 수시로 투영된다. 샘물사업도 그렇고 의약품, 먹거리, 건설에서 환경산업까지 우리나라에서의 중소기업은 미래가 불확실하다.

소금의 근본은 짠맛이다. 짜다고 다 좋은 소금은 아니다. 근본을 자꾸 잃어버리니 천주교에서도 빛과 소금이 되라고 주문처럼 외치고 있는 오늘날의 세태다.
 
-대기업이 무심하면
                  천한 물건이고
  대기업이 파고들면
                좋은 물건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