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 이슈/칼럼

[칼럼] 구제역과 토양오염

구제역과 토양오염

수인성 질병이 예견되는 지하수

 

발행인 칼럼

김동환

약력: 시인/수필가, 환경ISI소장, 한국작가회회원, 한국문인협회회원, 국제펜클럽회원, 환경부중앙환경자문위원, 소비자시민의모임 운영의원, (사)한국수도산업발전회 부회장, (사)한국환경계획 조성협회 자문위원

저서 : 시집 「날고있는 것은 새들만이 아니다」 칼럼집「우째물꼬를 틀꼬」 논문 「황금시장 물산업의 경쟁력」
 
가장 행복한 죽음은 어떻게 마무리해야 하나. 김수환 추기경, 소설가 박경리와 박완서 그리고 법정스님과 성철스님의 영생. 토끼해 벽두부터 죽음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썩 내키지 않지만, 워낙 세상이 구제역으로 인해 집단 매몰이 전국적으로 번져 정돈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지역과 종족에 따라 죽음의 해석과 그에 따른 매장방법도 다양하다. 태즈매니아에서는 장작으로 화장하고 땅에 매장하는 것이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서부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시체를 나무 높은 곳에 올려두거나 동굴에 안치하기도 한다. 시체를 빛이나 불로 건조시키거나 땅 속 매장, 바다에 던지거나 바위에 묻는 것, 화장이나 미라로 만드는 것 등 다양하다.

지난해 말부터 불어닥친 구제역 바람은 전국을 강타하면서 소나 돼지들을 집단 매몰하고 있다. 전쟁터에서나 봄 직한 집단매몰현장이 전국 각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가축의 집단적인 발병은 조선왕조실록에서도 간간히 찾을 수 있다. 세종 10년에는 병든 돼지, 닭들을 치료하는 기술을 익혔다는 내용이 나오고 있고, 중종 21년(1526년) 함경북도 경성에 돌림병이 돌아 소 등 가축들이 죽었다는 기록도 있다. 현종 5년(1664년)에는 함경도에서 죽은 소와 말이 50여 마리라고 적혀 있으며, 고종 11년(1874년)에는 제주에 소 전염병이 돌아 진상하는 소를 예정대로 채울 수 없다는 보고가 있다. 순종 1년(1908년)에는 가축전염병 예방비 2,045원을 지출했다는 기록도 나와 있다. 

1월 말 현재 구제역으로 폐사시킨 소와 돼지는 298만7백두로 역사 이래 가장 많은 가축을 집단 매몰시켰다. 구제역으로 인한 대책으로 백신연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소독방식의 체계화가 당면과제로 떠올라졌다. 문제는 구제역 파장이 진정된 이후에 야기될 위험스런 또 다른 재앙이 불거질까 두려워진다.

 
우선은 썩은 부패물질이 흘러 땅을 오염시켜 결국 농촌 마을에 식수로 활용하는 지하수들이 각종 바이러스 등으로 먹을 수 없는 물로 변질될지가 가장 염려스럽다. 아직도 농촌 마을은 마을상수도가 보급되지 않아 집집마다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는데 매몰된 땅 속에서 썩은 부패물질이 침전되어 지하수로 섞여진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더구나 매몰 시 흘러내릴 침출수를 완벽하게 차단하는 차단막도 설치하지 않고 매장했으므로 결국 지하수의 오염은 당연한 결과물이다. 죽은 시체에서 발생되는 각종 질병의 요소는 콜레라 등 이미 국내에서는 사라진 법정 전염병의 재등장도 예견할 수 있다.

지하수가 오염되면 안전한 식수 공급은 매우 어렵다. 도심처럼 밀집지역도 아니고 드문드문 있는 마을에 마을상수도를 설치하기란 앞으로도 10여년 이상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봄이 되면 진달래와 개나리 향기보다 썩어가는 악취가 동네를 휘어감을 것은 뻔하다. 파리와 모기떼의 극성도 예견된다.

정부는 10여 년 전부터 우리나라 토양을 회복하기 위해 미군부대나 공장지대 등을 중심으로 토양복원을 위한 막대한 투자를 해오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동물들의 사체를 집단적으로 땅속에 매몰시킴으로써 토양을 오염시키는 또 하나의 주범이 되고 있다. 지하수가 오염됨과 동시에 수인성 질병이 발생될 염려가 높은 무대책행위를 자처한 꼴이 된다.

물론 갑작스런 대 사건이고 우선은 매몰만이 가장 빠른 대안이라 하겠지만 매몰 이후에 대한 위생환경의 대비에는 매우 소극적이고 무지한 것이 매몰현장의 풍경이다. 수도권매립지 등 전국의 매립장에도 음식물로 인한 침출수로 토양오염을 우려하여 음식물 반입을 줄여가고 있는 작금이다. 아무리 급해도 토양 복원사업보다 어렵고 많은 투자가 들어갈리 없다. 영국 등에서는 소각처리로 하고 있다. 물론 제 2차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다.

매몰된 가축들은 이미 병이 들었거나 병이 의심되는 동물들이다. 토양이 충분히 자정작용으로 식량의 거름으로 재탄생하는 것도 땅이 숨 쉴 수 있는 면적과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수십, 수백 마리씩 한 웅덩이에 매몰한 상황에서는 토양도 제 기운을 잃고 병들어 갈 뿐이다.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 우리는 병든 동물들을 암매장했다. 삶을 위해 행하는 행위이지만 동물들에게는 죄스러운 일이며 잔혹사의 한 단면이다. 육식은 안 먹어도 살지만 식수는 정말로 귀하고 귀한 생명수이다. 오염된 지하수를 먹어야 하는 내일이 정말 아찔하다. 매장된 지역별로 국가적인 역학조사와 토양의 변화 그리고 지하수의 오염도 조사 연구를 지금부터 준비하여야 한다. 또다시 불어 닥칠 2차 환경오염발생에 대한 대응태세를 갖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