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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이슈/칼럼

고구마와 블루길

고구마와 블루길
 
큰 것만 고집하는 욕심의 과오 

 

 

발행인 칼럼

김동환

약력: 시인/수필가, 환경ISI소장, 한국작가회회원, 한국문인협회회원, 국제펜클럽회원, 환경부중앙환경자문위원, 소비자시민의모임 운영의원, (사)한국수도산업발전회 부회장, (사)한국환경계획 조성협회 자문위원

저서 : 시집 「날고있는 것은 새들만이 아니다」 칼럼집「우째물꼬를 틀꼬」 논문 「황금시장 물산업의 경쟁력」
 

블루길, 베스, 황소개구리. 발음부터 어딘가 무지막지하고 크다는 연상을 하게 되는 이들 외래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우선은 우리나라 생태를 교란하는 생태교란종이라는 것과 몸집이 크다는 것과 식욕이 왕성하고 적응력이 뛰어나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런 점을 착안하여 7~80년대 우리나라 정부의 고위관료들은 어진 백성들의 배고픔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들을 수입하게 된다. 목적은 굶주림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안으로 선택한 외래어종들이다. 얼핏 보면 빨리 자라고 살이 많고 그래서 굶주림을 다스릴 수 있다는 정책적 배려의 산물이다.

 

현종 4년(1663년) 조선왕조실록에도 고구마가 구황작물로 적당하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하지만 고구마가 우리나라 전역에 퍼지게 되기까지는 3백년이란 세월을 견뎌야 했다. 블루길이나 베스 등이 2~30년 만에 우리나라 모든 저수지와 댐을 석권한 것과는 너무도 다르다.

고구마의 재배서인 「종저방」에는 고구마가 16세기 말 선조 때 최초로 소개되었다. 그러나 재배에 성공하지 못하다가 이광려라는(1720~1783) 참봉이 중국의 서적을 뒤져가며 고구마 재배에 심혈을 기울였다. 몇 번의 실험을 거듭했고 결국 재배에 실패하고 말았지만 그의 뒤를 이어 강필리라는 인물이 통신사 조엄에게 부탁, 일본 대마도에서 나는 고구마를 구해 동래에서 실험재배 한 것이 성공하게 된다. 이후 전남 보성에서 고구마를 재배하던 선종한이란 인물과 합세하여 서울에서 재배하는데 성공한다. 1813년 순조 11년, 재배에 성공한 김장순은 자신의 재배경험과 선종한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감저신보」라는 책을 출간한다. 결국 이 같은 노력으로 고구마는 1900년 초에서야 전국적인 작물이 되어 오늘에 이른다.

고구마는 탄수화물이 많고 저장을 해 놓으면 수분이 증발하며 효소가 작용하여 매우 단맛이 난다. 15도 이하가 되면 성장이 멈추고 평균 22도가 유지되어야 하며, 일교차가 크고 물이 잘 스며드는 땅에서만 자라는 까다로운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가난한 백성들의 기아를 구하고자 한 선인들의 진한 땀과 눈물의 결실이다.

하지만 블루길과 베스는 다르다. 수입하여 저수지에 풀어 놓자마자 스스로 왕성하게 자라고 그 효과를 바로 볼 수 있는 어종이다. 고구마나 블루길이나 가난한 백성을 위한다는 것은 공통점이다.

현대화하고 국제적 장벽이 사라진 작금에서 외래종의 수입이 뭐 대수로운 일이냐 할 수 있지만 2~30년이 지난 현실은 매우 참담하다. 우리의 토종 물고기들은 사라지고 저수지마다 낚시줄에 걸리는 물고기는 외래어종 뿐이다. 생태계가 완전히 흩어지고 자연의 순리는 무너지고 말았다.

선조들이 고구마 재배를 위해 3백년 긴 시간을 공들여 왔는데 우리는 다양한 연구도 없이 수입하여 스스로 우리 국토를 교란시키고 말았다. 3백년의 세월을 보낸 고구마가 우리나라 토양을 교란시키거나 약탈한다는 소리는 아직 듣지 못했다.

아직도 우리들의 정책방향은 너무도 숨 가쁘다. 숨고르기에도 벅찬 짧은 시간이다. 현실은 속도전이고 세계는 무한경쟁으로 치닫는다. 하지만 좀 차분하게 숨 좀 고르고 이웃도 살펴가면서 다양한 연구와 분석이 필요하다. 새만금 사업이 그렇고, 4대강 하천정비가 그러며, 세종시 건설이 그렇다.

우리는 너무도 빨리, 너무도 성급하게, 너무도 쉽게 일을 저질러 결국 주워 담지도 못하는 국가적 사업들을 너무도 낯익게 보아왔다. 고구마가 조선왕조실록에 남아 있지만 베스나 황소개구리 등에 대한 수입경위와 그 장본인의 이름은 기록되어 있지 않다.

잘못된 사실도 사실이며 역사적 기록이다. 당시에 이들을 수입하고자 한 장본인은 아마 국가로부터 대단한 표창을 받았을 법한 엄연한 사실이다. 그래서 연구가 필요하고 다양한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

우리는 복잡한 현실에서 너무도 쉽게 너무도 단순하게 경쟁적으로 밀어붙이기식 정책드라이브를 남용하고 있지는 않는지 한번 하늘을 보고 깊은 상념에 젖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