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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 교육/환경경영

[연재] 한국의 생태 -5


 

한국의 생태 -5

 

 

갯완두

 

모래가 빚은 언덕 ‘소황사구’(2)

최소 300년 이전부터 존재
모래사장 해안사구 통로 막지 말아야

최 광 희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사 박사
/지형학 전공

 
해안사구 경관은 갯그령, 통보리사초, 순비기나무 등 사구식물로 뒤덮여 모래로만 이루어진 사막사구와는 다르게 계절이 주는 변화가 크게 나타난다.
특히 봄·여름에는 노란 갯씀바귀, 붉은 해당화, 보랏빛 갯완두, 분홍빛 갯메꽃 등 각양각색 꽃이 피고 가을에는 이들이 맺어놓은 열매로 풍성하다. 그러나 겨울이 되어 북서풍이 사구에 들이닥치면 모래바람이 매섭게 휘날린다. 특히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소황사구 지대 평균 풍속은 3m/s를 넘으며, 때때로 사구의 지형을 바꿔놓기도 한다.

소황사구는 중앙부에 있는 물길에 의해 북쪽사구와 남쪽사구로 나뉘는데, 북쪽사구에 대한 연대를 측정한 결과 지금부터 최소 300년 이전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게 다채로운 경관을 간직한 해안사구는 원래 서해안 전역에 넓게 형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규사 채취로 그 규모가 크게 축소되거나, 해안개발로 인해 사구의 본래 모습은 사라져 가고 있다. 해수욕장으로 이용하는 모래사장은 중시하는 반면 사구는 건물이나 도로의 터 정도로 생각하는 인식의 결과다. 이러한 편견은 사구를 훼손시키고 모래사장의 모래마저 유실시키는 비극을 초래하고 말았다. 

사구의 보전가치를 인식한 여러 나라에서는 해안사구를 복원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해안사구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보전 및 복원사업이 하나 둘 진행되고 있다. ‘소황사구’는 이러한 노력의 대표적인 성과물로 모래사장과 해안사구 둘 다 보호되고 있는 편이다. 이곳에 오면 큰 파도에 의해 사구는 침식되며, 모래사장에는 모래가 공급 되고, 다시 바람이 불면 모래가 쌓여 사구 경관이 유지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모래사장과 해안사구는 상호작용한다. 자연스러운 경관은 자연의 침식과 퇴적 작용이 스스로 일어날 수 있을 때 형성된다. 따라서 우리가 아름다운 백사장을 계속해서 유지하고자 한다면 해안사구를 잘 보전하고, 모래사장과 해안사구 사이의 통로를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
 
사진제공 | 국립환경과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