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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으로 봄들이 해를 마시러 나왔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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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으로 봄들이 해를 마시러 나왔건만

- 또 다시 물관리 일원화 겨울잠에서 깨어나  -
 
서울 근교의 화훼단지나 재래식 시장에서는 봄빛을 마시러 나온 꽃들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아직은 추워 보이지만 노란, 빨강, 분홍 등으로  제 색깔을 한껏 뿜어 내는 모습이 선명하게 투영된다. 하지만 뿌리 하나 간신히 감추고 있는 작은 화분이 마치 삭막한 도심 아파트 창가에서 봄을 맞이하는 도시인들의 애잔한 모습과 연결되어 왠지 가련해 보인다.

 지난 해 운하 개발이란 주제로 시끄러웠는데 올해 정부는 4대강 하천정비라는 개념정리를 마치고 새로운 사업으로 조명하고 있다.

 운하개발이란 누울자리마저 편치 않은 주제에서 500년 아니 5천년 역사의 대변화이며 반드시 일궈가야 할 하천정비라는 기획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매우 산뜻하고도 뚜렷하며 목적의식과 주제가 부합된 역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관심을 모아 볼 만한 테마이다.

 건설회사를 비롯한 엔지니어링사, 토목인들에게는 무척이나 신나는 일이다. 앞 날이 매우 불안하여 혼돈의 어지러움 속에서 답답하고 미래가 불투명하던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기대를 샘물처럼 들여 마시게 한다.

 하천 정비를 통해 ‘썩은 물을 맑게 하고 생태를 복원하여 늪은 늪답게 물과 생물과 물고기들이 인간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자연의 문화’로 되돌려 놓는다는 것은 참으로 귀중한 가치이다. 또한 아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는 문화적 산지로 재 탄생된다는 점에서도 신명나게 도전할 수 있는 흥이 절로 난다.

 분명한 것은 친환경적, 생태학적, 자연주의적 토목건설이 조화롭게 병행되어야 함도 사실이다.

 이런 새로운 발상의 전환 속에서 최근 우리나라 물관련 최대 학회인 한국물환경학회가 전문가와 일반인들에게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물관리 일원화’가 필요하고 그 주체는 환경부가 최적의 중앙부처라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국토해양부에서 물관리 일원화에 대해  건설은 국토해양부가 하고 환경부는 수질 등 독립된 감시기구로 존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여 환경부의 심기를 흔들어 놓기도 했다.

 국토해양부의 논리에 일면 수궁이 가는 이유는 환경부로 상하수도업무가 이관된 94년 이후 상하수도를 포함한 물관리가 그렇게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물환경학회의 ‘물 공급문제에 관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 물 공급문제에 대해 환경적인 문제가 크고(90%수준), 기후변화가 큰 영향을 미친다(83%)고 인식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물환경에 대한 정부 정책에 대한 평가에서는 ‘잘못한다’(전문가 31%, 일반 40%), ‘보통이다’(전문가 60%, 일반 42%)인 반면 ‘잘한다’는 의견이 전문가 8%, 일반인 7%로 매우 낮은 점수를 받고 있다는 점은 다시금 환경부의 상하수도를 포함한 물관리에 대한 총체적이고 객관적인 진단이 필요하고 그 진단여부에 따라서는 대수술도 해야 한다는 것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방증하듯이 일부 전문가와 일반인들은 효율적인 물관리를 위해서 환경부나 국토해양부가 아닌 별도의 독립된 기구를 설립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26%)을 제시하고 있다.

 태백 등 강원도 지역과 경상도 지역의 심한 겨울가뭄에 뜨끔해진 여론을 틈타, ‘수자원 확보측면에서 댐을 만들어야 한다’(26%)는 의견이 매우 우호적이고 접근성이 강한 의견으로 표출되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말이 상기된다.
 이런 시점에서 친환경적 수자원 확보가 당면과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점이 여실히 눈에 띈다.

 그러나 태백권의 물문제에는 심한 가뭄도 한 몫했지만, 누수율이 45%라는 점에서 반쯤의 책임은 물관리가 허술하고 그동안 쏟아 부은 비용에 비해 현실은 너무도 취약하다는 점에서 정책부서나 지자체 모두 깊은 겨울밤의 잘못을 봄볕에 말려야 한다. 이런점에서 국토해양부의 의견에 한 점 눈길을 돌릴 수 있는 빌미가 되었다.

 이차에 환경으로 먹거리를 해결하는 모든 전문가들이 머리를 모아 좀더 환경적이고 종합적이면서 가장 인간적인 방식으로 자연과 동참하는 토목공사의 줄기를 아니 잔잔한 설계도를 펼쳐야 할 시점이다.

 침묵과 방관도 일종의 문제회피이며 그저 서민들이 마지막 봉기를 들 때까지 몸을 움츠리는 나약한 행위이다.

 2009년의 봄은 다시는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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