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수기와 먹는 샘물에서 잦은 충돌을 빚고 있는 일반세균항목을 먹는물관리법에서 삭제하자는 논의가 있었으나, 결국 무리수를 두지 않고 일반세균항목은 그대로 존치하는 것으로 매듭지어지고 다시 2008년을 맞았다. 물관리 일원화로 94년 건설교통부의 상하수도국과 보건사회부의 음용수관리과가 환경부로 통합되면서 규제부서인 환경부에 상하수도국은 산업기능이 강한 국으로 유일하게 정착 오늘에 이르고 있다. 수질보전국이 상수원보호 등과 수질관리에 치중한다면 상하수도국은 상·하수도 산업뿐 아니라 미운 오리새끼이건 덤으로 낳은 자식이건 샘물산업과 정수기산업의 발전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분야이다. 먹는 샘물은 보건사회부시절 15개 기업들이 정부의 규제 속에 보호되어 다른 신생 샘물회사들의 접근이 불가능했고 중소기업 전문기업으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환경부로 넘어가기 전 해 20여 년간 갇혔던 샘물 사업은 허가를 받아 양성화체제로 돌입하여 환경부로 넘어가게 된다. 20여 년간 국내 샘물회사는 고작 15개사였으나 94년 이후 현재까지 허가된 샘물회사는 국내제조사와 수입샘물을 합하여 200여 회사로 늘어났다. 기업수의 폭발적 증가가 과연 샘물사업을 경쟁력 있게 이끌어 왔는가라는 질문에는 매우 회의적이다. 이는 지난해 국감에서도 지적되었다. -먹는 샘물(생수) 제조업체가 무분별하게 난립하면서 매출액 상위 대기업이 행정처분을 받는가 하면, 대기업에 OEM으로 납품하는 중소업체들의 경우, 허가취소까지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무려 72개 업체가 102개의 생수 브랜드를 남발하고 2003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 생수업체에 내려진 행정처분 건수만 무려 164건이었으며, 허가취소도 4건에 달했다. 특히 충북에 있는 선우음료(주)의 경우 고발 1건, 영업정지 4건에 이어 결국 허가취소를 당했다. 강원의 (주)대정씨엔에스의 경우도 고발 1건, 영업정지 2건, 과태료 1건에 이어 허가취소를 당했다. 매출액 기준으로 시장 점유율 2위를 달리고 있는 (주)석수와 퓨리스의 경우 작년에만 행정처분 2회를 받았으며, 이중 한 건은 그 강도가 무거운 영업정지에 해당했다. 풀무원샘물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이외 대기업 계열사인 (주)동원F&B, 대기업에 OEM으로 생수를 납품하고 있는 창대통상(주) 등도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이력이 있다. 브랜드 인지도는 그리 높지 않은 중소업체로 매출액 10위인 백룡음료(주)의 경우 2003∼2005년 사이 매년 행정처분을 받았으며, 그 중에는 과태료 처분도 있다. 또한 3년 연속 행정처분을 받은 업체 중 강도가 비교적 무거운 고발, 영업정지 등을 연속적으로 받은 업체는 울산의 (주)가지산샘물, 경기의 가평청정, 충북의 수산음료(주) 등이다. 이들 업체는 자체 브랜드에 의한 판매뿐 아니라 진로, 롯데, 농협 등 대기업에도 OEM 방식으로 납품하고 있다. 그야말로 샘물 사업현황만을 보면 도무지 대기업, 중소기업 모두가 소란스럽고 신뢰도 측정이 어려운 현실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해 환경부는 고급스러운 샘물,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샘물을 양성한다는 취지에서 품질인증제도를 만들어 시행하였고 그 첫 번째 작품으로 다이아몬드샘물이 선정되었다. 먹는 샘물 제조업체의 원수관리, 공장환경관리, 제조공정관리, 제품관리, 관련법규 준수정도, 유통관리 등 6개 분야 76개 항목에 대하여 평가지표를 설정하고 제품의 생산단계부터 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을 평가하여 일정수준 이상일 경우 생산된 모든 제품에 대하여 품질인증마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먹는샘물 품질인증제도」이다. 이 제도가 상용화 된다면 그야말로 믿을 수 있고 혼잡한 타 샘물과 차별화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그동안 환경부로 넘어와 15년간 샘물과 관련된 정책적 변화를 보면 샘물은 하향평준화로 내려앉았고 그나마 샘물 고유 업종으로 차근차근 신뢰를 쌓던 샘물회사도 OEM이라는 굴레에 쌓여 샘물은 더 이상 타 식수보다 월등한 물이라는 명함을 내밀 수 없게 만들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생수 시장 규모는 3천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000년 1600억 원대에서 지난해 2500억 원대로 매년 10-15%의 성장세를 보인 바 있다. 주요 업체별 브랜드로는 농심의 `제주 삼다수'의 경우 (6월동기) 2006년동기(262억원)보다 14.5% 증가한 300억 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진로 `석수'도 2006년 동기(160억원) 대비 12% 증가한 18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밖에 올 상반기에 롯데칠성 `아이시스'는 7% 늘어난 175억원, 동원F&B `동원 샘물'은 22% 증가한 144억원, 해태음료 `강원도 평창 샘물'은 17.5% 증가한 12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여기에 다국적 기업인 네슬레는 풀무원샘물과, 세계적인 생수회사인 에비앙은 롯데칠성과 각각 제휴해 국내 시장을 공략하는 등 국외의 다국적 업체들도 생수 시장에 도전장을 내걸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도 고작 300억 원이라는 빈약한 매출을 보이고 있고 대다수 샘물회사는 20-40억원에 머물고 있다. 제조를 하는 기업으로서는 매우 불합리한 경영수지이다. 일부 대기업의 로비에 밀려 지하수에서 자주 검출되는 불소의 수치를 상향 조정하기도 했고 판매력이 우수한 기업들이 제조공장에서의 생산량이 적어 이를 해소하기 위한 OEM제도의 허가는 그야말로 전문업종인 먹는 샘물의 특수성을 무시한 정책이었고 결국 제조공정의 중요도에 비해 샘물도 영업행위에 밀려 수많은 업체가 고발되고 행정처분을 받는 불신도 높은 업종으로 무너져 내렸다. 샘물 사업이 이 땅에서 영업을 하기 시작한 것이 35년 전인 72년부터이니 역사로 봐도 무시 못 할 현대사회에서 경쟁력 있는 산업이다. 뒤늦게나마 품질인증을 함으로써 차별화하고 경쟁력을 키워보자는 취지로 첫 출범을 하였는데 이 같은 결과가 탄탄한 내실로 다져지려면 누가 봐도 객관적이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인증심의의 명확성과 정확도 그리고 공정성이다. 압력과 외압 그럴듯한 이유로 변절한다면 이제 샘물사업은 더 이상 이 땅에서 가치 있는 물산업의 한분야로 정착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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