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의 장관님, 대나무 잎 새가 바람에 쓸려 갈 때 가난의 슬픔을 침묵으로 다져가며 죽순처럼 살았던 담양. 조선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를 통해 제주부지사, 광주부시장, 목포시장, 여천시장을 거쳐 내무부 지방세제국장, 행자부 인사국장, 대통령 공직기강 비서관, 행정비서관 그리고 환경부 차관으로 과천에 계실 때도 애잔한 미소와 세월만큼 벗겨진 머리는 추운 겨울 퇴근길에서 훈훈하게 불어오는 군고구마 향기를 느끼게도 하셨습니다.
2004년 환경관리공단 이사장에 재임하면서 30년 가까이 억눌려 닫아 놓았던 시정을 석류처럼 터트려 놓으며 발표한 시 두 편을 건네주시었습니다.
행정 관료로서 제주도에서 청와대까지 사회 정상에서 살아온 흔적을 이장관님은 가을비에 씻어가며 천길 마음속 울음을 글속에 뿌려놓았습니다.
왜 진작 작시하지 않았냐는 우문에 괜스레 젊은 날, 꿈꾸던 시를 쓰면 격동과 치열한 행정사회에서 발을 헛딛을 수 있어 삼가 감추어 왔노라 내심의 잔물결을 튀기셨습니다.
밤 가을비가 한지 위에
흰 이빨을 언뜻 보이면서
빗금을 그어놓고 있었다.
어둠 속 홀로 서 있는 외등
온몸을 밤 깊도록 적시는 가을 역
와르르 기차가 떠나고 나면
우 외론 바람이 밀려온다
고향 허기진 보릿고개를
휘감고 타 올랐던 여름이 이울고
가을비 가슴으로 밀고 들어와
내 피를 푸르게 돌고
“부모님 전상서”
안부편지 몇 줄 쓰는 한지 위에
가을비 촉촉이 긋고 울다
시 ‘가을비 울다’ 전문입니다. 지금 청문회를 통한 대운하의 사회적 시각은 이장관님의 내면적 감성을 충분히 읽지 않고서는 사회적으로 아마도 커다란 충격과 혼돈이 야기되리라 봅니다.
타인은 용서해도 스스로는 용서하지 못하는 것이 시인입니다. -잘 알지 못하면서 무조건적인 반대는 위험하다 - 중요정책은 국민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정책은 일부 지식층이나 전문가 집단에 좌지우지해서는 안 된다 -라고 한 획을 긋고 -경제성장은 환경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운하는 국민의 호흡과 통합하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라며 우리의 현실인 국민정서, 정치문화, 사회문화의 이질적 갈등에 대한 호소가 뼛속 깊이 베여 있는 답변은 바로 가난보다 슬픈 현실을 시인의 가슴으로 어렵게 뱉어낸 단어들의 집합이라 봅니다.
잠시 공직을 떠난 세월 속에서도 기독교 수목장 운동의 회장으로 자연을 섬기는 실행운동을 스스로 펼쳐온 것도 바로 이장관님의 자연과 인간의 조화, 인간과 인간과의 대화, 지역과 지역 간의 물꼬를 트는 실천가로서의 행보를 걸어온 흔적입니다.
그래서 국민이 바라보는 국회 청문회에서 자연 앞에 죄인이 되지 않겠다고, 역사 속에 죄를 짓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하기도 했습니다. 찬성이다/반대다 흑백논리를 피 토하듯 만류하던 심정이 그대로 베인 청문회 스케치입니다.
물산업육성과 민영화실행, 대운하에 대한 개발논리와 환경적 갈등구조의 조정, 의식주를 통한 주변 환경의 환경문제로부터의 해방, 부처 간의 합리적 조정, 타협과 협상 그리고 또 다른 숙제 엇박자로 국민에게 불신 받는 기상예보에 대한 미움도 어떻게 국민 속으로 녹여갈지가 그래서 궁금해지고 기대를 하게 되는지 모릅니다.
6억 원의 증여세와 어린 아이의 아버지로 집 앞에 있는 학교를 나두고 수킬로 떨어진 학교를 가야하는 현실에서 현실과 편법의 고민도 행정 관료로서 지독히 괴로웠던 순간들이라 봅니다. 그래도 잘못했다고 담백하게 답변하는 모습에서 바람에 쓸리는 대나무소리를 듣는 것 같았습니다.
역사 앞에 자연 앞에 시인의 가슴으로 환경과 현실을 공생과 접목, 조화와 융합으로 상처를 꿰매는 잊을 수 없는 환경인이 되시기를 그래서 훗날 진정한 친환경지도자로 기억되시길 후배 환경인들은 기원합니다.
지금 환경인들 가슴은 많이도 헐어 있기에 더 큰 가슴이 절실히 필요한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