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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이슈/칼럼

페놀사태가 던져준 우리의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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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전 3월이다. 두산전자 공장에 저장된 페놀원액탱크에서 페놀이란 놈이 야밤 도주했다.
그놈은 유유히 빠삐옹처럼 옥게천을 지나 대구시민의 상수원인 다사취수장 담장을 건넜다.
정수장에서는 언제나 그러하듯 최종 여과지에서 소독약인 염소를 투입했다.
페놀은 다시 낙동강을 타고 밀양, 함안, 칠서수원지로 번져나가 염소와 사랑에 빠져 클로로 페놀을 임신하고 출산하기 시작했다.
클로로 페놀이란 옥동자들이 수도관을 통해 수도꼭지로 흘러 나왔다.
심한 악취를 풍기며. 그러나 정수장 경비원도 수질관련 전문가도 지휘감독하는 환경처도 취수원을 관리하는 수자원공사도 대구시도 아무도 페놀이란 물질을 몰랐고 이놈이 다시 클로로 페놀을 양산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리고 17년이 흘렀다. 이번에는 코오롱 유화공장에 유리섬유파이프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시설을 교체하던 중 화재가 발생했다.
그 틈을 타 페놀이 다시 낙동강으로 흘러나갔다.
17년 전 보다 적은 양이었다. 수치도 적었다.
하지만 정수장에서는 경비원들이 문을 잠가 버렸다. 그리고 아예 가동을 중지했다.
열열히 구애를 하던 염소와 더 이상 만나지 않았고 클로로 페놀이란 놈을 양산하지 않았다.
단순히 사전에 두 놈의 결합을 막아 출산의 진통을 막았다고 사건이 해결된 것일까.
공업단지가 있고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에 있어서 생활의 윤택함과 편리성을 추구하면서 지구상에는 어디든지 페놀은 필요하다.
그렇다면 언제나 페놀이 유출될 가능성은 곳곳에 남아있다.
결국 이 같은 위험한 물질들에 대해 사전예방적 감시모니터링장치가 필요하다.
물은 흘러가고 흐르는 물에 유독물이 합류하고 있다면 이는 벌써 가정으로 투입되거나 이미 몸속으로 스며들어간 이후 발견될 지도 모른다.
감기약이나 가축에 사용되는 수십종의 항생제나 정부가 설정한 감시항목 외에 분석장치의 정밀도가 높아지면서 새롭게 밝혀지는 각종 물질들 모두가 무방비 상태에서 젖어들 수 있다면 이들 물질의 접근에 대한 사전 경고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그래야 정수장문을 걸어 잠그거나 다른 물질을 투입하여 해체시킬 수 있다.
각종 사고를 사전 대처하기 위한 쥐벼룩경고장치 등 독일산 장치들이 있는데 쥐벼룩은 미세한 물질까지 감지하지 못한다.
강력한 물질들에 대해서만 경고음이 울릴 수 있다.
그렇다고 독일에서 설치한 각종 미생물들을 가져와야 실효성이 없다.
10여 년 전에도 한강호소연구소에 황금잉어를 수입하여 자동경보시스템으로 활용한 적이 있는데 그때 황금잉어는 우리의 물과 적응하지 못해 죽고 말았다.
과거 하수처리 등 수처리에 사용되는 물질 중 미생물을 활용한 수처리기법이 도입되던 시점에 일본의 미생물을 수입하여 처리시스템에 응용했었는데 이들 미생물들이 우리의 겨울을 이겨내지 못하고 죽어 버렸다. 4계가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적응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미생물 중에는 원생동물도 있고 편모충류와 섬모충류, 근족충류 등을 비롯하여 수만종이 지구상에 존재한다.
그들의 성질과 동향을 통해 분해하는 시스템으로 경보용으로 살균력으로 혹은 인간에게 유효한 건강한 물질로 제각기 활용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독일산 현대화된 기기장치라 해서 수억원의 돈을 들여 수입한다해도 라인강에서 처럼 한강이나 낙동강에서 제대로 작동된다는 보장은 없다.
우리 기후, 우리의 토질, 우리의 수질에 대응하여 적용되는 우리 고유의 토종 미생물에 대한 연구가 절실히 필요하다. 이런 연구야 말로 공익적 실용이며 국가나 대기업이 연구해야 할 과제이며 선진국과 대적하는 비장의 무기가 된다.
쉽게 말해 10에서 반응하는 물질을 설치해봤자 5에서도 치명적 위험이 있는 물질이 흘러 간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물은 고이면 썩고 흘러야 제 물맛을 낸다.
취수원의 다변화도 이 같은 위험을 줄이는 방안중 하나이다.
답답한 것은 이런 연구에 투자하려 하거나 투자하고자 하는 기업이 없다는 점이다.
더구나 모든 실험장비는 이미 99% 외국산이다.
국산은 전멸되고 말았다. 하다못해 탁도계마저 국산화한 기업이 일년만 기다려 달라 했는데 환경부는 무시하고 법을 시행함으로써 전국의 정수장에 설치된 수천개의 탁도계는 미국산 하크사 제품으로 도배했다.
미쳤다는 소리를 들어가면서 미생물배양을 통해 이들로부터 경보장치를 개발하는 기업이 나오고 이를 정부나 지자체에서 우선 구매해 줌으로써 국산화의 경쟁력을 키우는 실체적인 환경정책이 필요하다.
4대강을 비롯한 각 지천에 이런 경보장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수처리사업단에서 해야 할 일 중에 하나가 이런 일이다. 뜻을 가지고 혼신을 다하는 기업들의 육성책이 절절히 기다려지는 지금 17년 만에 페놀오염이 발생되어 건망증 심한 인간에게 다시금 경고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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