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년 전인 한국전 당시 대구시 중앙동 사거리에는 몰려온 피난민들에게 고마운 식당이 있었다. 뼈와 고추기름, 선지 한덩이가 끓는 장터국밥인 따로국밥이다. 지금은 전국적으로 명물 음식으로 여겨지지만 당시는 고기 한점이 귀한 시절, 따로국밥은 허기진 사람들에게 고마운 음식이어서 대구의 후한 인정을 느끼게 해준 음식이다. 밥과 국이 따로 있다고 해서 따로국밥은 배고픔을 달래고 뜨거운 선지국물에 이쑤시게로 흉내나 낼 수 있다지만 이번 서울시 구조조정은 정부(환경부)가 추진하고 있는 물산업 육성정책과는 전혀 동떨어진 조직개편으로 향후 정부 및 타 지자체의 물산업 육성전략에 커다란 혼선이 야기될 것 같다. 서울시 발표요지는 상수도본부의 조직을 민영화나 공사화하기보다는 현행조직으로 유지하고 내년부터 책임운영을 실시하면서 슬림화 된 조직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환경부는 수도사업 구조개선 촉진을 위해 -물산업 지원법-을 마련 중에 있으며 전국적으로 9개 대권역과 26개중권역으로 광역화하여 공사화 및 민간위탁을 통해 민간의 시장진출기회를 확대하고 전문경영기법을 도입, 궁극적으로는 물산업을 국가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 같은 정부 방침을 알고 있으면서도 공사화나 민영화는 서울시 구조상 어렵고 현행체제에서 구조조정만 단행하여 수도조직을 또 한 번 흔들어 놓았다. 최근 서울시 용역사업을 수행하고 있던 대한상하수도학회(책임연구원 최승일)도 연구가 채 끝나기도 전에 구조조정이 단행됨으로써 할 말을 잃게 되었다. 학회에서는 서울시 상수도본부에 대한 연구과제를 통해 일부 아리수센터와 수도사업소를 민간위탁 대상으로 선정하여, 민간과 현행 체제와의 비교경쟁을 통하여 궁극적으로 서울시 상수도를 국제적 경쟁력이 있는 조직으로 탈바꿈시키자는 구상을 한바 있다. 민간위탁의 효과는 경쟁관계 성립으로 인한 지속발전을 이룰 수 있고, 사업영역의 확장과 물시장 진출의 전초기지를 마련하며, 성과에 따른 합리적 운영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전략에 대해 서울시는 물산업의 안정적 유지관리만을 선택했으며 수도본부에 대해 앞으로 야기될 노조사태를 사전에 차단하고 인력감축과 조직개편을 통해 책임경영제를 도입하기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는 지난 89년 상수도의 공사화작업을 시도하다가 공공성이 강한 식수를 담보로 한 노조사태를 불식시키고 전문성을 살리는 본부화로 선회한 것과도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그러나 본부 설립 19년간의 운영에 대한 재평가나 진단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수도공무원들은 사기가 저하되고 여전히 문제점 있는 조직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경쟁력에서도 취약한 부서로 영원한 음지로 생활하고 있다는 것이 전체적인 투시도이다. 다만 수도사업소의 수도전문인 운영이나 본부의 인사, 회계, 예산을 집행하고 관리하는 책임경영제도의 도입은 물산업 육성과 어떻게 조화하여 수준 높은 운영을 할 수 있냐는 기대를 조금이나마 갖게 한다. 그러나 환경부가 물산업육성과를 신설하는 등 적극적인 정책방향을 펼쳐가고자 하는 물산업 육성 원년에 서울시의 발표는 전국 지자체에게 상당한 혼돈을 줄 수 밖에 없다. 결국 민영화나 공사화를 포기하고 자발적으로 국가적으로 가장 경쟁력이 있는 자산인 현재의 전문인력들을 몰아내고 반쪽의 수도산업으로 다시 태어나지 않느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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