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가정파탄으로 이어져
자식 하나인 가족은 90%가 이혼으로
아픔 잊기 위해 피해신고 안한 가족들도
-가습기피해자 가족들이 국회에 모여 국회의원들과 그동안 문제와 실태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들은 환자였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대회 및 추모제 선언문(2013년 8월 31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과 가족들 그리고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 온 사회 각계 인사들이 2013년 8월31일(토) 대한민국 국회에서 피해자 대회 이름으로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은 비통한 심정으로 오늘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우리 사회에 본격적으로 대두된 것은 지난 2011년입니다. 그해 8월31일 정부는 동물실험을 통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독성을 확인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가 영유아, 산모, 노약자 등 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주범임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순간이었습니다.
그 이전 산모들이 원인 모를 폐질환으로 사망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연이어 터졌습니다. 사회 일각에서 공포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었습니다. 정부가 산모 사망원인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것임으로 확인하는 순간, 그 동안 병원에서 전전긍긍하며 원인도 모르고, 치료법도 모르는 ‘원인미상 간질성폐렴’ 진단을 받고, 아이를 떠나보낸 이들, 생사를 오가는 가족 곁을 지키고 있던 피해자들이 하나 둘 모였습니다. 피해자 모임을 결성하고, 산모뿐만 아니라 영유아들의 피해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언론을 통해 알리는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등 환경보건단체와 관계자들의 도움으로 피해자들은 힘겨운 싸움을 이어갔습니다. 시중에 판매 중인 가습기살균제의 즉각 수거와 의약외품 지정을 요구했습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억울한 죽음과 피해를 호소하고, 정부와 가해기업의 사과를 촉구하는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2011년 11월말 ‘전국피해자대회’를 갖고, 정부와 기업 그리고 사회를 향해 억울하게 죽어간 피해자들의 가슴알이를 알리고, 원인규명과 책임자 처벌, 피해자대책을 호소했습니다. 이후 시간은 2012년을 지나, 2013년에 이르렀습니다. 이명박 정부와 가해기업은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단 한 번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적반하장으로 가해기업 옥시는 국내 최대 로펌을 통해 피해자들의 소송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세 번 죽이는 행위를 저들은 버젓이 행했습니다.
정부가 바뀌고 19대 국회가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국회 결의안을 냈고, 국회의원들의 입법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정부 들어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던 정부가, 환경부로 소관을 정하고, 피해자 조사와 최근 의료비 지원대책을 내놨습니다. 뒷짐지고 방관하고, 부처간 떠넘기기만을 일삼던 정부가 만 2년이 지난 시점에서 의료비 지원 대책을 내 놓은 것은 전향적 조치라고 봅니다. 그러나 피해자와 가족들의 억울함을 달래고, 실질적으로 겪은 고통을 달래기에는 정부의 지원책은 여전히 미흡할 수밖에 없습니다.
질병관리본부에 접수된 피해자들이 401명입니다. 지금도 피해자들의 접수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중 127명이 사망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가족을 잃은 피해자 가족의 삶이 어떠했을까요? 그 중에는 내 생명과도 같은 소중한 아들, 딸들이 있습니다. 사랑했던 아내가 있습니다. 손주, 손녀도 있고, 아버지도 있습니다. 가족을 잃은 슬픔과 상실의 고통을 무엇으로 대신할 수 있을까요. 내 손으로 사랑하는 내 가족을 죽였다는 비통함을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요? 가슴에 묻는다고 묻어질까요? 그들의 죽음과 가족들의 고통을 무엇으로 대신할 수 있을까요? 폐 이식을 하고, 상실된 폐 기능으로 간신히 호흡을 유지해 가며 삶을 버티며 억울한 피해를 호소하는 피해자들의 심정과 그 가족들은 또 어떨까요? 죽음의 문턱에서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섬유화되고 손상된 폐 기능을 갖고 살아가야 할 이들의 고통은 또 무엇일까요? 여전의 피해자뿐만 아니라, 가족들은 불안에 떨고 살아야 하는 현실입니다. 언제 어떤 식으로 이 병이 재발할지, 후유증은 또 어떨지 불안하기만 할 뿐입니다.
가족의 죽음과 고통 앞에서 많은 치료비를 써야 했고, 지금도 막다른 골목에서 버티는 환자 가족들이 있습니다. 억울한 죽음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아직도 막막한 상황에 놓여 있는 피해 가족들이 있습니다. 생계를 제대로 이어갈 수 없고, 직장을 옮기거나 그만 두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남긴 삶의 생채기들과 흔적들은 피해자들과 가족 한 분, 한 분들에게 저마다의 가슴 아픈 사연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런 피해자들과 피해 가족들에게 비수를 꼽고, 버젓이 기업활동을 하는 저들을 어떻게 용서할 수 있습니까? 국내 최대 로펌을 내세워 정부의 동물실험 결과를 부인하는 저들의 파렴치한 행동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합니까? 2년 동안 아니, 그 이전부터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사망과 피해가 곳곳에서 의심되고 있었지만, 뒤늦게 원인 규명에 나선 정부의 태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피해 원인이 밝혀졌음에도 책임 떠넘기기를 하며 수수방관해 온 정부의 태도를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합니까?
가습기 살균제는 전대미문의 사건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었던 사건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생활용품점에서 소비자라면 누구나 손쉽게 구입해 사용할 수 있었던 제품이고, 그렇게 사용된 제품입니다. 정부가 허가했고, 또 기업이 생산해 시판한 제품입니다. 그리고 소중한 가족의 건강을 위해 사용한 제품이 살인제품으로 둔갑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은 피해자는 분명한데, 가해자가 없는 ‘미제 사건’입니까? 그럴 수 없습니다.
정부와 기업은 분명하게 책임을 지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를 해야 합니다. 정부는 책임 규명을 해야 합니다. 정부와 기업은 억울한 피해자들의 죽음과 고통에 대해 철저하게 보상해야 합니다. 다시는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철저한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가해기업은 이 땅에서 영업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처벌 받아야 합니다. 피해자들의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구제를 위해 국회의 구제법이 제정돼야 합니다. 정부와 국회는 피해자 입장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 합리적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정부는 피해자들을 대신해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대신해야 합니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피해자들의 겪는 현재의 불안과 미래의 불안에 대해, 그리고 알 수 없는 잠재적 피해자들이 필요하면 언제라도 의료적 지원 등 제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상설적인 지원기관이나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피해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다시는 이러한 일들이 우리사회에서 발생되지 않도록 교훈을 새기고, 그것을 위한 상징물을 조성해야 합니다.
우리 피해자들은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그날까지, 피해자를 추모하고, 우리사회가 보다 건강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역사적 교훈을 새기는 날로 기억하고자 매년 8월31일을 ‘피해자대회의 날’로 삼아 지속적으로 행사를 열어갈 것입니다.
정부와 가해기업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공식 사과하라!
정부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대해 책임을 규명하라!
국회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법을 제정하고, 정부는 이에 적극 협력하라!
가습기살균제 피해 재발 대책을 철저하게 마련하라!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와 지원을 위해 상설기구를 설치하라!
2013년 8월31일/전국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및 가족 일동
끝나지 않은 슬픔, 가습기 살균제 그 이혼의 아픔
2011년 11월 11일 정부가 동물실험 결과에 따라 가습기 살균제 6개 제품의 판매금지 조치를 발표하던 기자회견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정부 발표 내용 가운데 피해 대책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나오지 않자 연단에 뛰어 올라가 "피해자들은 어쩌란 말이냐? 알아서 제조사에 소송하라니, 말이 되는 소리냐?"라며 수많은 언론사 기자들을 향해 피해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정부를 질타한 피해자 A씨가 있었다.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이 이를 제지하자 "나는 아이를 잃었다.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얼마나 많은 어린이가 죽고 가정이 파탄 나고 있는 줄 아느냐?"고 몸부림치며 항의했다.
정부가 손 놓은 사이…사망자 144명으로
정부가 피해자 문제에 대해 전혀 손을 쓰지 않는 사이 환경보건시민센터에 피해 사례가 계속 접수되었다. 300건이 넘는 피해 사례를 6차례에 걸쳐 중간중간 계속해서 공개했다. (2012년 말에 정부와 시민단체에 접수된 피해 사례를 한데 모아 관련성을 공동조사하기로 합의하여 이후 조사가 진행 중인데, 2013년 11월 1일 기준으로 접수된 피해 신고 사례는 모두 541건이고 이 중 사망자가 144명이다.)
너무 많은 피해 신고 사례를 접하다 보니 개별 사례에 대한 세세한 이야기를 들을 여력이 없었지만 가족을 잃는 황망한 과정에서 이혼으로 가정이 파탄 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다. 특히 어린아이가 피해자인 경우 부모가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를 살리기 위해 매달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아이가 세상을 떠나버리면 남은 가족은 견디기 힘든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A씨의 경우도 하나뿐인 아이를 가습기 살균제로 잃는 과정에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고 아이와 같이 살았던 집에서 있기 어려워 집을 옮기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후 몇 달이 지나는 동안 그의 얼굴을 보지 못했는데 그가 이혼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A씨의 부인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로 접수되었다. 주소지가 친정집으로 되어 있었다. 가습기 살균제라는 생활 용품은 아이의 생명을 앗아가더니 남은 부부의 연마저 이렇게 갈라놓아 버렸다.
또 다른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고 가족인 B씨의 사례를 통해 필자는 그동안 이 사건을 다루면서 들었던 여러 의문을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가장 큰 의문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1995년 본격적으로 가습기 살균제가 시판된 이후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2011년까지 17년 동안 많은 피해자가 발생했을 텐데 왜 2011년에서야 알려지게 된 것과 질병관리본부가 추산한 것처럼 겨울철에 800만 명이 넘는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가 있었다면 접수된 541건의 피해 신고 사례보다 훨씬 많은 피해자가 있지 않겠는가 하는 의문이다.
B씨는 2006년 3살 된 아들을 잃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간질성 폐렴이었는데 대학병원 중환자실에는 그의 아들과 비슷한 또래의 아이 여럿이 같은 증상으로 입원해 있었다. 그리고 하나씩 차례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이가 하나만 있는 집에서 아이가 죽게 되면 열에 아홉은 이혼합니다. 아이가 죽은 이유가 무엇이든 부부간에 불화가 생기게 마련이고 대부분 이를 극복하지 못해요."
본가(친정)와 처가(시댁)에서 도와준다지만 부부간의 불화가 양가 집안 싸움으로 번지기 쉽고 결국 갈라선다는 것이다. 아이가 여럿이었다면 남은 아이들 때문에라도 부부간 불화를 극복하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아이를 갖게 되기도 하지만, 하나뿐인 아이를 잃은 경우에는 부부간의 갈등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B씨의 경우도 그랬다.
이혼 후 시간이 지나 그는 재혼해 새로운 가정을 꾸렸다. 그리고 2011년 8월 31일 정부발표를 통해 2006년에 아들이 죽은 이유를 알게 되었지만 B씨는 새롭게 꾸린 가정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전처와의 사이에 생겼던 아들의 피해 사례를 신고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당시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죽어간 다른 아이들도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그랬을 가능성이 크다며 알려지지 않은 피해가 많이 있을 거라고 했다. 필자는 B씨의 아들 사망 사례를 가명으로 접수했지만 그가 죽은 아들의 병원 기록을 제출하지 않아 판정은 현재로서는 하기 힘들게 됐다.
둘째 아들 사망 후 별거한 부부
C씨의 사례는 아이가 둘 이상 있는 가정의 경우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어떻게 부부 사이를 갈라놓았는지 보여준다. 전라도에 살던 그는 일하러 다녔던 경상도에서 부인을 만나 아들 둘을 두었다. 영민했던 둘째 아들을 끔찍이 아꼈던 C씨는 그가 원인 모를 폐질환으로 사망하자 삶의 의욕을 잃었다. 그는 집을 나와 버렸고 고향인 전라도로 돌아왔다.
작년 8월 초 필자가 환경 노출 조사를 위해 혼자 사는 그의 컨테이너 집을 방문했다. 마침 중학교에 다니는 큰아들이 그곳에 와 있었다. 별거 상태인 부부 사이를 하나 남은 아들이 왔다 갔다 하면서 가정의 끈을 이어주고 있었다. 어떻게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는지 묻다가 필자는 C씨와 큰아들, 그리고 부인도 모두 폐가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들 모두가 가족 단위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이자 피해자라고 판단했다. 필자는 그 자리에서 C씨에게 부인과 전화를 연결해달라고 요구했다.
가습기 살균제 구입 과정과 사용 과정을 더 자세히 조사해야 하니 부인의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는 이유를 댔다. 스피커폰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필자는 C씨와 부인 그리고 아들이 모두 함께 이른 시일 내에 서울의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진행하는 검진을 받아보라고 권했다.
D씨는 하마터면 부부가 갈라설 뻔했던 위기를 겪었다. 건강하던 D씨는 직장 출근길에 갑자기 쓰러졌다. 그 뒤 병원에서 한때 사경을 헤매다 폐를 이식한 후에 겨우 살아났지만 수술 후유증이 심하다. 직장에 다니는 일은 꿈도 못 꾸고 집에서도 목발을 짚어야 한다. 겨울이면 하루가 멀다 하고 병원을 들락거려야 한다. 유치원에 다니는 딸을 돌봐주지 못할 상황이라 본가 어머니가 와서 집안일을 봐준다. 아내가 직장에 다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하자 부부간에 불화가 심해졌다.
작년 초 국회에서 피해자 모임이 있을 때 나온 그의 표정이 어두웠다. 이혼할지도 모른다며 한숨을 쉰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간간이 안부를 묻는 전화를 하곤 했는데 점차로 그의 목소리가 밝아졌다. 몸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지만 부부 사이는 회복되는 것 같았다. 다행히도 건강한 딸아이가 가운데서 엄마와 아빠의 손을 꼭 잡아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가습기 살균제로 손녀를 잃은 할머니 E씨는 하마터면 아들 내외가 파경까지 할뻔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예쁘고 건강했던 세 살짜리 딸을 잃은 아들 내외는 하루가 멀다 하고 투닥거렸다. 키가 170이 넘는 며느리는 체중이 40킬로그램 대로 바짝 말라갔다. 아들 내외와 같이 사는 할머니는 며느리를 친정으로 보내 심신을 달래고 오도록 했다. 이후 다행히 새로운 아기가 생겼고 아들 내외도 잘 지낸다. 2011년 8월 말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알려졌고 딸이 죽은 이유를 알게 되었다. 하지만 너무나 힘든 과정을 거친 아들 내외는 딸 이야기를 일체 못하게 한단다. 너무나 원통한 할머니는 "내가 나서겠다"고 하며 피해 신고를 했고 광화문 일인시위와 국회 피해자 모임에도 몇 차례 참가했다.
가습기살균제로 망가진 가족…심리적 지원 필요
가습기 살균제는 사람들의 건강과 생명만 해친 게 아니다. 원인이 알려지기 전에는 왜 그랬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리고 원인을 알게 된 이후에는 왜 그런 제품을 사다 썼느냐고 하는 질책의 말들이 살아남은 가족과 친척들 서로에게 비수가 되어 꽂혔다. 그리고 적지 않은 부부들이 이러한 상황을 이겨내지 못했다. 살아남아 환자로 살아가고 있는 피해자들의 가정도 조마조마한 경우가 많다. 부모 친척이 도와주는 것도 한계에 달하고 경제적 어려움은 더해간다.
건강하고 정상적인 부부들도 헤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가습기 살균제가 할퀴고 간 가정들의 가족관계는 더욱 위태위태하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위한 물질적 지원과 구제는 물론이고 '가습기 살균제 환경성 질환 환경보건센터'와 같은 기구를 만들어 피해 조사와 환자 관리와 함께 흔들리는 가족관계를 잡아주는 사회 심리적 지원 프로그램이 가동되어야 한다.
지난해 마지막 날, 기획재정부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환경부와 합의하여 보완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 예산에서 요양급여와 사망조의금 30억 원을 삭감해 버렸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소비자와 제조사 간의 분쟁이므로 국가가 세금을 과도하게 지원해선 안 된다'는 이유다. 기획재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작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공청회에서 기획재정부는 '가습기 살균제가 폐 손상 사건의 원인이라는 보건복지부의 역학조사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이 문제가 논쟁 중인 사인이라서 법원이 판단할 문제'라는 시각을 국회에 보낸 공식 문서에 드러냈다.
그러면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관련 구제법을 만들면 안 된다'는 논리를 편다. 최소 144명의 무고한 국민을 죽이고 수백 명을 다치게 한 사건을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 관료라는 사람들은 '소비자와 제조사 간의 분쟁 문제'라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적 안전장치를 정비할 생각은 하지 않고 담당 부처인 환경부와 국회 담당 상임위원회의 활동에 사사건건 제동을 건다.
가습기 살균제로 사망한 1~5세의 영유아와 30대 산모 중에는 제대로 손 한번 써보지 못하고 증상 발생 2~3개월 만에 세상을 떠난 사례가 많다. 이런 경우는 병원비가 얼마 되지 않는다. 앞서 살펴보았듯 많은 가정이 이 사건으로 파탄 났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병원비만 지급하는 환경부의 예산 초안에 여야 합의로 유족조의금과 요양수당을 추가하자고 했던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게 유족조의금과 요양수당을 지급하는 것이 국민 혈세를 잘못 쓰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환경부 장관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금은 나중에 제조업체에 구상권을 청구해 반환받겠다고까지 한 마당인데도 말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서울대 보건대학원 직업환경건강연구실과 공동으로 지난해 12월 15일 전국 성인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국민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응답자의 84.9%가 '국회에 계류 중인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법안을 제정해 달라고 한다.
소비자의 인식- 새로운 전환
아파트 문화가 확산된 우리나라에서 가습기는 매우 요긴한 공기순환의 현대사회가 탄생시킨 장치이다.
특히 겨울철 밀페된 공간속에서 뜨거운 열기속에 건조한 실내환경을 적절히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가습기만큼 편리한 기능은 드물다.
그러나 문제는 가습기의 원료인 물속의 바이러스를 죽이기 위해 투여한 화학물질이 결국 인간의 생명을 앗아가게 했다.
중요한 것은 어떠한 화학물질이라도 인체에 유입되면 해로울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의 소비자들은 바이러스도 박멸하여 건강에 안전하다는 가습기를 구매했다.
과거 80년대 후반에도 우리나라 환경단체가 나서서 구강건강에 좋다고 화학회사의 농약등 제조후의 부산물인 불소를 수돗물에 투여하자는 의견을 사회화 시킨바 있다.그나마 수돗물 불소화 사업은 지자체와 정부가 관여하므로서
적극적인 반대논리를 펼쳤지만 청주,과천등 일부 지역에서는 수돗물에 불소를 주입하여 수돗물을 공급시켰다.
바이러스 퇴치를 위해 가습기에 화학물질이면서 독성물질인 PHMG에 대하여 아무 의심없이 구매했다.
그만큼 옥시나 애경이나 SK나 이를 판매하는 기업들이 대한민국의 소비제를 대표하는 기업들이기에 서슴없이 구매했다. 그리고 원인도 모르게 죽어갔다.
마치 월남전 당시 제초제를 박멸하기 위해 뿌리 살충제가 암발병 요인인지도 모르고 우리의 수색대대가 제초제를 맞아가면서 수색을 했던거와 같이.
소비자들은 대기업이 설마 위험한 감춰진 화학약품을 호흡에 직결되는 가습기에 유입하여 판매했다고는 감히 상상도 못했다.
우리는 너무 쉽게 믿고 너무 쉽게 잊어버리며 너무 쉽게 그 죄를 용서한다.
정부도 누구하나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보건학박사/2014년)
공산품중 가습기 부적합 받은 건수는 없어
소비자단체도 외면한 가습기
대기업 제품에 무한 신뢰가 이렇게 보답을
산통부가 지식경제부시절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안전에 대한 조사에서 대부분의 가습기가 합격된 사실이 국회 새누리당 박민식의원의 자료요구에서 밝혀졌다.
공산품에 대한 시판품 조사에서 06년부터 지난 11년까지 조사공산품 총 6,602건중 940건(14,3%)이 부적합 받았다.
민원등 소비자단체가 요구한 품목에는 완구,학용품,비비탄춤,가죽제품등이고 가습기의 경우에는 소비자단체나 정부 안정관리 품목등 중점 감시대상에서 제외되었다.
2006년 조사대상에서도 비비탄총(불합격율 62,5%),휴대용 예초기날(33,3%)보행기(71,4%)등이 불합격율이 높았으나 가습기는 조사하지 않았다.
08년 조사에서는 벽지와 종이 장판지가 80%나 불합격 받았으며 09년에는 스포츠용 구명복이 27,3%나 불합격받았다.
10년에는 가속눈썹 접착제가 25%정도 불합격 받았으며 11년에는 필통이 70,4%나 불합격 받았다.
가습기등이 포함된 전기용품의 경우에는 06년부터 6년간 평균 28,9%가 불합격 받았는데 소비자 단체등에서는 주요 감시대상으로 전기밥솥,전기온수매트,전기체인톱,배선용차단기를 꼽았지 정작 가습기에 대해서는 조사대상에 넣지 않았다.
불합격율이 높은 품목으로는 콘센트,전격살충기,안정기내장형램프,전기맛사지기,핫플레이트등으로 가습기에 대해서는 소비자 단체들도 주요 관심되상에서 제외되었다.
06년 조사시 34,6%가 불합격 받았는데 안정기내장형램프가 65,8%로 불량률이 높았다.
마찬가지로 가습기는 조사도 하지 않았으며 07년에서야 처음 조사가 시작되었다.
07년 조사시 조사품목 23개 제품중 불량률은 4,3%였으며 .당해 조사시 조명기구용컨버터가 85,7%나 기준미달이었다.
08년에는 가습기 조사가 실시되지 않았고 공기청정기는 9,1%가 기준미달이었다.
09년에는 전기스토브가 35,6%나 불합격 받았고 형광등용안정기가 40,5나 불합격 받았지만 가습기는 2,9%만 불합격받아 품질안정성조사 방법과 규정이 새롭게 정립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10년도 조사시에는 형광등용안정기가 92%나 불합격받아 충격을 줬는데 당해 가습기 조사시에서는 단 1대도 불합격 받지를 않았다.
11년도에도 LED등기구가 50%나 불합격 받고 전기찜질기가 80%씩 불합격 받았지만 가습기는 불합격 받지를 않아 정부의 안전성검사에 대한 의구심을 강하게 심어줬다.
산통부가 실시하는 제품안전기본법 9조에 의한 안전성조사는 –제품의 제조,설계,또는 제품상 표시등의 결함으로 소비자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위해를 끼치는 경우,외국정부에서 수거,파기,수리,교환,환급,개선조치와 제조 유통의 금지등을 당한 제품에 대해 안전성조사를 하게 된다.
그러나 가습기의 경우 11년 말 피해자가 속출하면서 위험성이 그 어떤 가전제품보다 높지만 안전성검사에서는 조사대상에서 제외대거나 불합격율이 낮아 가습기의 위험성 노출에 대해 정부도 일정량 그 책임이 있으며 소비자단체도 그 역할론에서 비껴간점에 대해 깊이 반성해야 할 주요 사건이다.(환경경영신문/이환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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