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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 교육/여행

해외문학산책-1, 나도 파리의 거지가 되고 싶다

 

 

비오는 날의 에펠-나도 파리의 거지가 되고 싶다

 

관광지와 내면세계 함께 훔쳐보는 기회를

소중한 만남속에서도 대화보다 폰만 만지작

우리 젊은 여성들 나홀로 유랑 즐겨

 

-숙소에서 바라보는 에펠은

앙상한 뼈마디에서

 밤마다 흩어지는 인광빛이었다-

 

 

 

전시참관을 위해 참석했던 파리에서의 1주일은 에펠탑의 조명속에 잠이들고 깨어난 9일이었다.

호텔이 아니고 파리에서 성업중인 200여 민박중 상위 10여개 안에 들면서 가장 인기가 높은 나애리원장이 운영하는 민박집 에펠스타였다.

에펠스타는 39층의 고층아파트로 주로 고령의 부유한 프랑스현지인들이 거주하는 공간으로 사무실과 숙소 및 식당을 겸하고 있는 18층과 16층등 4개 주거공간이 한국에서 온 젊은 여인들을 맞이한다.

18층 창문으로 에펠탑이 마주앉아 있다.

한눈에 들어와 안기는 에펠탑은 파리를 흠모하던 젊은 이국인을 희롱하기에 넉넉한 풍광이다.

매일 새롭게 이 공간을 인터넷으로 예약하고 찾아온 한국의 젊은 여성들을 환장하게 해주고 혼을 빼기에 충분하다.

떠날때도 그렇게 황홀함으로 이별을 고하는지 모르지만.

아침식사는 반드시 한국음식으로 건강한 출발을 기도해준다.

이곳 주방장은 식당운영을 했었던 방글라데시 친구로 나원장은 그를 방글라라고 호칭한다.

음식 솜씨가 한국의 덜된 음식들보다 훨씬 맛깔스럽고 상위급이다.

김치찌개,시금치국,카레,닭도리탕등 매일 주종이 달라지는데 그 맛은 서울 어디에서도 흠결이 없다.

귀국하던 날 아침 닭도리탕을 먹으며 이정도 솜씨라면 한식당을 차려도 성공을 장담할 수 있지 않냐고 했지만 식당을 접어버리고 민박집의 주방장으로 있는 이유를 더 이상 물을 수 없었다.

대부분 30대 여인들이 찾아오는데 30일에서 40일간의 여정으로 5개국에서 8개국을 유랑한다.이들 여성들의 공통점은 함께 어울리기 보다는 홀로 여행길을 떠났고 짧은 직장 생활동안 모은 돈으로 여행을 한다.

직장을 떼려치우는 시기도 4년차들이 많다. 과감히 직장을 옮기거나 접고서 훌훌 바람처럼 여행을 택하는 것이 요즘 여성들의 생활의 한 단면이다.

우리의 사장님들은 기가 찰 노릇이다.

한참 써 먹을 시기에 퇴직이라니.

에펠탑에서 만난 우리의 여인들은 상큼하고 단정하며 사랑쯤은 넉넉히 받을 만하다.

업무 능력이야 모르지만.

중소기업인들의 고뇌 찬 눈물이 세느강을 젖게 한다.

파리시 상제리제나 에펠탑 주변에서 흔히 부딪히는 동양인은 일본과 한국은 쇠태해가고 중국인들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안내 표시판에도 한국어와 일본어는 사라지고 중국어 표기가 눈에 띈다.

아니 단 한 곳, 노틀담성당에는 정숙해 주세요,기도실입니다-라는 한글표기가 선명하다.

올랑드대통령과 이혼한 프랑스 세골렌 루아얄 에너지장관도 한국인 전시장에는 둘러보지 않았지만 중국 전시장에서는 격려와 축하를 애증있게 표출해줘 참석 기업인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홀로여행의 길목은 여행경비와 상관없다면 이탈리아를 거쳐 영국,독일,네덜란드,스위스등을 거쳐 마지막으로 파리에서 귀국 준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부분 저가항공료를 노리고 영국을 거쳐 여행일정을 잡지만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쇼핑하기에 가장 좋은 곳으로 무거운 짐을 덜고 가볍게 귀국하기 위해서는 이탈리아를 시작점에서, 프랑스가 종착지로 정하는 것이 현명하다.

영국에서는 고작 바바리코트정도 구매하고 보석류나 샘내면 모를까.

하지만 구매 의욕을 버리고 그저 바람결에 몸을 맡기고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느껴보자면 값싼 일정으로 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짧은 만남이지만 이국땅에서 예쁜 8명의 젊은 여인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맛도 한국에서는 찾을 수 없는 감칠맛이다.

젊은 여성들은 여행중 민박집에서는 아침마다 한국 식사를 할 수 있는데 파리의 에펠스타가 가장 맛있다며 한국에서는 먹지도 않던 밥 한공기를 너끈히 해치운다.

2-30대의 젊은 여인들인데도 거침없이 밑반찬인 콩장,겨란무침,김치,깍두기,,깻잎등이 깔금하게 먹어 치운다.

여행길에서는 쉽게 배가 고프다. 방글라는 이미 짐작했음인지 공기에 밥을 가득 담아준다.

하지만 게걸스럽게 밥을 먹으면서도 스마트폰을 만지작 대고 결국은 한마디 말을 붙이지 않고 각자 나름의 여정따라 갈 길을 간다.

관광을 하면서 타국 젊은이들도 이처럼 스마트폰만 가지고 홀로와의 대화를 나누는지 의심스럽다.

독일,일본,스위스,프랑스,네덜란드등 다녀 본 나라의 레스토랑이나 찻집풍경은 누군가 함께 하고 있는 자리에서는 대화에 열중한다.혹은 깊고 깊은 키스를 하거나.

하지만 우리의 젊음들은 입은 꿰매 버렸나 소중한 만남조차 헤어질 시간만 기다리듯 침묵으로 일관한다.

기업채용시험의 면접관들의 한결같은 염려는 우리의 젊음들은 대화와 소통에 취약하다는점을 비명처럼 외쳤는데 이들의 나홀로 여행은 지속된다.

해외여행은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더 용기 있게 싸게싸게 챙겨 훌훌 떠난다.

남자들은 2-3명 무리를 선호하는 반면 여자들은 나홀로 여행을 즐겨한다.

그러니 떠날 때의 발길은 가볍고 경쾌하다.

언제부터 이런 문화가 기정사실화 되었는지.

대화와 토론,

스마트폰과 즐기는 시간보다 탐색과 사색하며 인생을 새롭게 그려볼 수 있는 그런 청춘시대는 이제 영원한 과거의 유물,루브르 박물관에서야 만날 수 있나.

파리의 뒷골목과 박물관을 거닐면서 줄기차게 떠나지 않는 나만의 고민이다.

그런데 이 아파트의 화장실에는 변기가 두 개씩이다.

하나는 내발인데 또 하나는 누구발일까?

(파리에팰탑에서/길샘 김동환/환경국제전략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