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첩장
요즘은 이상기후라서인지 계절의 변절도 감지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봄,가을로 찾아오는 청첩장이 우편물의 상당수를 차지한다.
준조세성은 아니라지만 어쩌면 세금고지서보다 심산을 더 후벼 오랫동안 잠못이루게 하는 것이 청첩장인가보다.
가야할지 말아야할지 부터 얼마를 해야 하나 장소가 호텔인가,성당인가,아님 웨딩홀인가. 이리저리 짜 맞춰야 한다.
청첩자와는 먼 사인가 가까운 사인가, 신세를 졌나 안졌나., 영업성이 있나 없나부터 죽은 권력인가 산 권력인가,,필요성이 있나 없나등 그 청첩장에 얽힌 상념들을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
해외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던 사람들도 한국에 돌아와 가장 번거로운 고민 중 하나가 청첩장이란 말도 이해가 간다.
청첩장 [請牒狀] 이란 결혼식 따위의 경사스러운 자리에 남을 초청하는 내용을 적어 보내는 글.인데 농경사회인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사용되었는지 출생년월일이 명확치 않다.
어린날 시골에서 결혼잔치가 열리는 날이면 동네 잔치였는데 그 당시도 청첩장이란 것이 배달되곤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유교적 정통속에도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솔솔하게 뱉어내 인기가 높으며 공직사회에서 멘토로 추앙받는 한 퇴직 공무원은 자신의 자식을 장가 보낼 때 몇가지 청첩의 원칙을 세웠다.
멀리서 올 사람에게는 보내 지 않는다.
70이 넘은 어른들은 초대하지 않는다.
최근 연락이 두절된 사람은 애써 찾지 않는다.
친구지만 만남이 오랫동안 이뤄지지 않는 사람에게는 보내지 않는다.
축하하는 자리에 대화 할 사람이 없는 사람은 초대하지 않는다,
신부댁에 찾아오는 손님과 대동소이하게 초대한다.
서울서 치러지는 결혼식에 제주도등 먼 지역까지 부른다는 것은 상대에게 시간적,금전적으로 너무 많은 희생을 요구하게 되며, 일정한 수익이 없는 노인들에게는 너무 큰 부담이며, 결혼식에 참석했지만 주변에 아는 사람이 없어 홀로 식사를 하다 돌아가 손님접대를 그르치게 하는 실례를 피하기 위함이며 상대 손님은 별반 찾아오지 않는데 한쪽만 손님들로 북적거려 신혼부부에게 상처를 주지 않아야 겠다는 나름대로의 원칙을 세웠다.
일본에서는 청첩장을 띄우면서 상대방에게 참석할지 여부를 확인하고 초청인이 대화할수 있는 가까운 지인들과 함께 합석시켜 담소를 나누게 하기 위해 테이불에 이름을 적어 놓는다.
호사스러운 고급 호텔에서 치러질 경우 식사비보다 적은 축하금을 주기가 겸염쩍어 바쁘지도 않으면서 얼굴만 내밀고 돌아서는 인사들도 상당수 있다.돌아 나오면서 5천원짜리 김치 찌개를 시켜 먹을지언정 밉상스러운 페를 끼치지 않겠다는 배려서이다.
서울시 부시장을 지낸 한 인사는 가까운 지인들에게만 초청장을 보내 일체의 축의금을 받지 않고 식사대접을 한 인사도 있다.
교회나 성당 동네 웨딩홀이나 마을회관에서 열리는 결혼식은 부담이 없다.
그러나 고급 호텔에서 열리는 잔치는 쓰잘데 없는 과욕이라지만 잔치집에 먹을게 없다고 별반 특이성을 찾지 못한다.
옛 성종시절에는 음양의 화합은 나라의 평안과 안녕을 가져온다며 가난한 양반집 자녀에게는 혼인비용을 대주기도 하였다.
정갈한 물 한그릇 떠 놓고 서로 맞절하며 혼례를 치루기도 하지만 워낙 체통을 중시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있어서 결혼식은 자신의 걸어온 족족을 널리 알리고 싶은 과욕이 더해져 찾아오는 손님을 불편하게 하는지도 모른다.
혼례를 치룬다면 어차피 우리의 정통 혼례가 아닌 이상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혼례식이 이뤄졌으면 한다.
권력의 소행이던 부의 축적이던 있는 자들이 궂이 화려함으로 체통을 지키겠다면 일체의 축의금을 받지 말고 초대하는 것은 어떤지,그러면 체통이 구져지는것인지 묻고 싶다.
결혼식장에 손님을 맞는 양가가 어느 한쪽은 줄지어 늘어섰고 어느 한쪽은 설렁 하면 과연 그 젊은 신혼부부는 얼마나 행복해 할까.
요즘의 젊음들이 결혼을 하려하지 않아 국가적 위기를 맞고 있지만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청첩장을 잘 선별하는 고운 마음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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