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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이슈/칼럼

공직자가 기업을 돕는 일

공직자가 기업을 돕는 일

김하중의 '하나님의 대사'

 

 

올 초 주중대사를 6년 반 동안 지내면서 우리나라 최장수 외교관으로 재임하고 통일부장관을 지낸 김하중 씨가 믿음의 신앙고백서며 실천기도자로 행한 자전적 에세이 하나님의 대사라는 책을 법정스님의 책만큼이나 시원하게 읽어 내렸다.

종교서적으로는 카톨릭에서 해외서적을 번역·출간한 책들과 불교의 법정스님 정도의 책들을 읽던 나에게 하나님의 대사는 단순한 종교적 사념이 아니라 저자가 6년 반의 중국 대사 활동을 하면서 체험한 신앙적 실행운동이 또다른 감동을 너끈히 던져주기 때문이다. 또 이 책을 통해 잃어버린 계몽운동인 일제시대의 심훈의 상록수를 떠오르게 한다.

일제강점기 시절 농촌 계몽운동의 현장을 치열하게 살았던 두 실존 활동가의 이야기를 통해 당시 농촌 계몽운동과 중국대륙의 한국대표로 활동하면서 중국에 진출한 한국인 기업인과 목회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노력하는 모습은 시간이 지난 현실에서도 비슷한 감동을 튼실히 던져준다.

상록수의 저자인 심훈은 경성 제일고보에 입학했으나 4학년 재학 중(19)3·1만세운동에 가담했다가 피검되어 집행유예로 풀려나왔다. 이어 중국 망명길에 올라 남경과 상해를 거쳐 향주에 이르러 지강대학 국문학과에 입학했다. 여기에서 안석주와 교류하여 후일 극문회를 만들기도 했다. 반면 김하중 씨는 서울대에서 중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외무고시에 합격 아시아태평양국장, 대통령의전비서관, 외교안보수석비서관, 주중대사 그리고 통일부장관을 역임한 인물이다.

김하중 씨가 예수를 믿기 시작한 것은 아태국장 시절로 늦깍기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주중대사 시절 중국에서의 6년 반 동안 생활하면서 그는 황장엽 망명사건을 해결했고 청와대 생활에서는 대통령도 할 수 없는 것이 많다며 온전히 하나님만 믿고 가야겠다는 신앙적 믿음을 심기도 했다.

직원인 운전기사와 별정직 여직원들에 대한 깊은 통찰과 인생 안내적 배려와 지원, 급성 호흡기 증후군인 사스와의 전쟁을 믿음과 기도로 해결한 내용 등은 소설만큼이나 긴박하다. 신념과 소신 그리고 기도와 명증한 지혜로움을 보여준다. 그 사스와의 전쟁 중에서도 김하중 씨는 외교관으로서 중국의 신뢰를 얻는 소중한 일을 홀로 추진했다는 점도 이 책에서 배워야 할 공무원들의 지표이기도 하다.

마약밀수로 사형언도를 받은 한국인을 무기징역으로 낮췄던 일이며 탈북자들과의 동고동락, 다락방과 같은 작은 아파트에서 목회활동을 하는 신자들을 위해 중국 측에 한국인이 자유롭게 종교집회를 허가해달라는 지원사격은 심훈의 소설 상록수에서 들려주는 토지소유제도의 정체성 해결을 위한 집단농장의 시도, 일제의 문맹정책, 우민정책을 통해 교육의 기회를 통제하는 데 대항하여 '아는 것이 힘이다, 배워야 산다'는 구호 속에 야학운동을 펼치는 모습과 채영신이 여성회를 조직하여 활동하는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인이 중국인이 당초 약속을 어기고 강제로 회사를 통째로 뺏어버리려는 행동에 대해 김하중 당시 대사는 보일러 공장을 인수하여 합작운영하여 정상운영 시키자 중국 측이 쫓아낸다는 충칭에 있는 공장현장을 찾아간다. 포장도 안된 흙탕길을 헤치며 공장까지 직접 찾아가 실태를 파악하고 충칭시장에게 직접 건의를 한다. 그리고 김하중 대사는 한국 기업인에게 '중국인을 사랑하세요. 중국을 사랑하고 중국인을 사랑하세요.'라며 기업인의 참 정신을 일깨우게 한다.

나는 정부의 고위직에 있으면서 이른바 권력이 있거나 명예나 돈이 있는 사람을 많이 만난다. 그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답답하고 불안하고 마음에 초조함이 가득하다.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빨리 이루려다 보니 남이 잘 되는 것을 보지 못한다. 그래서 시기와 질투가 많고 사랑도 여유가 없다. 그렇게 살아간다면 그것을 세상에서는 성공했다고 할지 모르지만 축복은 아니다.-

이 책속에서 흔히 해외에서 느끼는 외교 공무원들의 거만과 교포사회에서의 불만 등을 들어왔지만 이같이 사랑으로 현장에서 직접 당당하게 중국정부에게 요청할 줄 아는 그런 위대한 공무원도 있었다는 점이 살맛나게 한다.

죄를 하나도 안 지을 수는 없지만 최대한 죄를 짓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만약 죄를 짓더라도 기도할 때 고백하고 회개해야 한다. 회개와 고백을 피해서는 안 된다.-

많은 교회들이 하나님의 뜻이 아닌 사람의 영광만을 바라고 있다. 예수님께서 제일 싫어하는 것이 교회를 비즈니스 장소로 만드는 것이다. 오늘날 교회는 비즈니스 장소처럼 보인다. 이에 대해 과감하게 이야기 할 사람이 필요하다.

이 땅에 공무원들이여 당당하게 기업을, 국민을 도와라. 하등 명예를 손상시키거나 비리가 아니고 이 땅에 함께 발붙여 살아가는 인간애적 사랑의 표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