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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경영신문/177호

지상간담회 국회녹취록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눈물의 모임
 
건강위해 설치한 전자제품이 죽음 불러
현대사회에서 발생된 최악의 제품
 
 
 가습기 구제방안의 일환으로 정부는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이하 화평법)이 국회를 통과하여 새로운 화학물질 관리제도가 만들어졌다. 이번에 제정된 화평법은 현행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서 관리하고 있지 못한 생활화학제품 중 일부 위해 우려제품을 정부가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화평법의 핵심인 ‘화학물질 위험정보 교환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아 당초 화평법의 목표였던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고’를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
 제도 자체가 허술함 속에서 지난 5월 국회 환노위 소회의실에서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가습기 피해자들과의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참석한 피해자들은 눈물범벅 속에서 말을 이었고 끝내 장하나 의원도 눈시울을 붉혔다.
 지나간 작은 모임이었지만 자본과 정치적 이슈보다는 어쩌면 우리의 생활 속에서 편리함의 추구로 인한 위험적 요소가 언제든지 닥쳐올 위기 속에 정치, 국민, 정부가 어떤 흐름으로 위기와 대처를 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 작지만 가슴 저미는 간담회 내용을 축약하여 정리한다.

-편집자주-

일시와 장소 - 5월 15일(수) 오후 2시, 환경노동위원회 소회의실 (본관 619호)
참석자 -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신계륜 위원장이 참석한 간담회는 심상정 의원(진보정의당)과 장하나(민주통합당)이 제안하여 마련되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10명,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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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로 23개월 아이를 잃은 아버지
 
 이런 모임은 기회도 없고 모이기도 힘듭니다. 저도 아이를 잃은 입장이지만 피해자 부모님들 특히 어머님들을 보고 있는 게 지옥 같습니다. 피해자 부모님들 중에서는 정신과 치료도 받는 분들도 있어요. 절망적인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폐에 이상이 생길 경우 살 수 있는 확률이 50%도 안 된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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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기를 단 살균제 피해자
 
 심상정, 장하나 의원을 처음 뵜을때에는 이분들이 언제까지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고 힘써주실까 의문점이 들었다.
 저도 제작년 5월 29일에 중환자실에 들어갔습니다. 임신 9개월째에 접어들고 있었습니다. 의사분이 아기를 위해 아기를 먼저 꺼내야 된다고 다급하게 말씀을 하시니,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 다들 걱정하시는 아기는 지금은 건강히 자라고 있다.
 처음에는 중대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산소치료를 받아야 하기에 아산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그때 제가 의식이 있어서 다행이지 만약 의식이 없었으면 이 자리에 있지 않았을 거에요. 제가 들어가기 바로 직전에 2~3명의 사망자가 먼저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원인불명 폐질환이라고 뉴스에 막 나오기 시작했고, 제가 있었던 병원에서도 원인과 이유를 모르겠다더군요. 사망자 뉴스가 막 나올 때 저보다 제 가족들이 너무 힘들어했습니다.
 제 몸 속에 산소가 86% 밖에 없어 온몸에 혈액을 돌리기에는 터무니없는 산소량입니다. 자주 일어나는 호흡곤란 등 너무 힘이 들었어요. 게다가 가족들은 제가 병원에 다닐 수 있게 일을 다녀 와야해서 낮 시간에는  아파도 돌봐주거나 도와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지금 폐기능은 21%밖에 사용을 못하고 있습니다. 피해자가 건강해야 그 부모와 자식들도 건강해지지 않겠습니까. 지금은 체력이 많이 떨어져서 폐이식도 안된다고 해요.
 여기 국회에 올 때 택시기사 아저씨가 제가 호흡기를 부착하고 타니까 여러 가지를 물어보시더군요. 그래서 지금 상황을 말씀드렸더니 기사 분께서 "그건 기업이나 나라에서 책임져줘야 되는 게 당연한 거 아닙니까?"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 네 맞아요. 상식이 통하는 나라. 지금 저희 입장에서 지금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어 보이네요. 그래도 다행히 이렇게 몇몇 의원분들이 관심을 가져주니까 너무 감사해요.
 
2009년 2월 아내를 잃은 피해자
 
 처음에는 감기증상과 비슷하여 일반 동네 병원을 갔지만 2주째 진료를 하더니 단순 감기가 아닌 것 같다며 다른 병원을 가보라 했고, 다른 병원을 갔더니 이번에는 천식 같다고 좀 더 큰 병원을 가보라고 해서 연세대 폐전문인 교수가 있다는 말에 찾아가보았더니 바로 폐이식을 말하더군요. 그리고 2주 뒤에 사망했습니다.
 사망 후에 교수도 원인을 모르겠다는 말만 했어요.
 저는 정말 가습기 살균제 때문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솔직히. 몇 달간 울면서 지내고 애 엄마를 잊으려고 사진도 다 없앴어요. 저희 아이들도 불안장애가 생겨서 혼자 절대로 못 있더군요. 삶이 너무 힘듭니다. 머릿속에서 잊을려 해도 잊혀지지가 않아요.
 애 엄마가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너무 배고프다고... 맛있는 것좀 사오라고....
 빌라에 살면 겨울철에는 환기를 자주 해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가습기를 사용한 것이었는데....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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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치료를 받는 아이 피해자
 
 제 아이가 지금까지 10년째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로 치료를 받고 있는데 아직도 숨 쉬기가 어렵습니다. 목을 뚫고 호흡기를 꽂아서 생활을 해야 해요. 심장도 가끔 멎어요. 그리고 한창 자랄 시기에 밖에서 뛰어놀지 못하고 누워 있다 보니 골다공증도 생겼습니다. 지금 애 몸을 보면 뼈들이 다 이상하게 붙어있어요. 뼈가 튀어나온 것도 있고. 아이가 처음 폐질환이 있었을 때 진단을 받고 나와서 일주일간은 살균제를 사용했어요.
치료는 8년 재활치료와 뼈 영양제를 같이 맞으면서 받고 있어요. 지금은 많이 나아졌는데. 애가 자꾸 긁는 게 몸이 가려워서 그래요. 아토피가 아니라 호흡기를 떼야 피부도 괜찮아진다고 병원에서 그래요. 그리고 이 아이도 정신과치료를 같이 받고 있어요. 아직도 누군가와 함께 자야 되고 항상 자기 옆에 누구와 함께 있어야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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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피해자 모임 대표
 
 정부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나와야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를 압박하고 감독하는 것도 국회에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세 무엇이라는 브랜드를 썼던 기업이 문을 닫는 바람에 소송의 대상도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다른 브랜드들도 소송을 하려면 영수증을 챙기고 다른 많은 것들을 해야 하기 때문에 피해자 부모님들이 소송할 여유도 없고 바깥으로 꺼내고 싶지도 않아하기 때문에 소송 과정을 밟는 다는 것은 두 번 죽이는 일이 됩니다. 이런 문제되는 제품도 정상적으로 정부에서 허가받고 판매했던 제품 아닙니까. 정부가 나서서 힘 써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정부가 관리하고 연구해서 유사 독성물질이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도 정부의 일인데 답답합니다. 개인적인 소견으로서는 청문회라도 열어서 철저하게 따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환경부에서도 정식적인 입장이 안 나와서 피해자 가족들 입장에서는 보건복지부나 환경부 모두 떠넘기기식의 일처리가 아닌가 하는 의문점이 들게 하네요.
 
2006년에 딸을  잃은 피해자
 
 저희 입이 되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이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역병이 돌았는데 임금이 다 묻어버려라 이런 조선시대가 아니거든요. 진단서, 소견서 다 있는데 왜 아무것도 못하고 있습니까. 현실적으로 돈이 많이 들어요. 가장 힘든 건 여기 눈앞에 있는 가습기에 살균제를 열심히 넣었단 말입니다. 자다가 일어나도 생각나면 넣었어요. 병이 걸렸을 때까지만 해도 몰랐어요. 정부에서 허가해준 제품을 제가 제 아이의 폐에 넣었단 말입니다. 아니 교통사고면 분노해야할 사람이 있잖아요. 근데 지금 이건 분노해야할 사람이 너무 커져버렸습니다. 이건 아니죠. 나라에서 책임져야죠. 의료품 카테고리에 포함되지 않았다. 참 이게 고의여야만 합니까. 피해를 입었잖아요. 일단 회사 책임이든 뭐든 치료를 해주어야죠. 지나가는 사람 한두 명이 죽은 게 아니에요. 어린아이까지 포함해서 100명이 넘는 사람이 죽었어요. 그리고 더 많은 사람이 고통스러워하고 있어요. 이건 충분히 정부나 기업에서 해결이 되었어야 하는 문제인데. 안 되고 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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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의원
 
 가습기 살균제 피해는 정부가 책임을 지고 힘써야 되고 국회에서도 도와줘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보건복지부와 대화를 해서 이미 보건복지부에서도 할 수 있는 최대한 하기로 되어있어요. 환경부 쪽에서는 이 문제와 관련한 대책을 마련하도록 해야 할 것이고 필요하면 국무총리도 만나고 지금 이 사건에 책임과 피해가 재발되지 않도록 법적 제도적 대책을 마련을 세우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정부는 피해자와 피해자가족들을 모두 껴안아 줘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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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나 의원
 
 국민의 한사람으로써 정부가 지금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아니 2년 동안 이런 일을 그냥 내버려두고 조치하겠다 처벌하겠다 이러고 있는데도 아직도 할당부서가 안정해진 게 말이 됩니까? 아니 2년 동안 부서도 정하지 못했어요. 말이 안 돼요.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의지가 있었으면 발 뻗고 나서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환경부 쪽에도 의사를 전달할거고요. 긴급구제를 먼저 해야 해요. 그런데 알아두셔야 할게 긴급구제는 이 문제의 빙산의 일각이고요. 이 문제 자체를 해결해야되요. 저도 정부에서 이 일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94년부터 800만개가 만들어진 제품인데. 피해자 보상과 치료를 해야 하기 때문에 천문학적인 예산이거든요. 환경부 쪽에서 만져보지 못한 큰 예산이기도 하기 때문에 환경부 쪽에서 어떻게든 이일에 대해 발 뻗고 나서야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일은 아무튼 환경부 쪽에서 맡게 될 거거든요. 환경부 쪽에선 대비를 빨리 하셔야 하는 게 나을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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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에서 열린 각종 좌담, 간담, 토론, 공청회를  막나하고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잔잔하게 가슴 밑으로부터 눈물이 흐르는 것을 ,함께 울어야 했던 모임은 가습기 피해자들과의 만남이었다. 장하나의원의 눈은 이미 충혈 되었고 신게륜위원장도 한마디 말이 없이 눈물을 삼켜야 했다.

<국회/문장수 전문기자
사진·정리 /김태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