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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경영신문/171호

동명 엔지니어링 탄생과 CEO

동명 엔지니어링 탄생과 CEO 15
국전 인수 동명의 설립

 

 


 신현주는 오랜만에 만난 자리에서 국전의 인수 의사를 물어왔다. 이제 늙어 기력도 쇠잔하니 회사를 맡아달라는 부탁이었다. 그 이면에는 사업 수행의 책임자 부재라는 문제가 있었다. 지난 10년간 사업 수행의 핵심 인물이었던 황해근이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독립을 선언하고 국전을 떠난 것이었다. 황해근의 공백으로 큰 충격을 받은 신현주는 ‘이제는 회사의 앞날을 위해 전도유망한 후배에게 물러주는 것이 순리’라고 판단하고 신동수에게 의향을 물어온 것이었다.
 갑작스런 제의에 신동수는 크게 당황했다. 일단 좀 더 생각해보겠다고 말하고 두 사람은 헤어졌으나, 신현주는 신동수의 국전 인수를 기정사실화시켰다. 며칠 뒤 신동수는 양화대교 설계 문제로 서울시청을 찾았다가 난처한 경험을 하게 된다. 담당 공무원이 ‘국전 사장님이 어쩐 일이냐’며 말을 건네 온 것이다. 사태를 파악해보니 벌써 국전에서는 ‘사장 신동수’란 명함을 만들어서 이곳저곳에 알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몹시 당황했으나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설계에 반영해보고 싶은 엔지니어로서 욕망이 일기도 했다. 그동안 시공업체에서 겪은 경험이 너무 힘들었던 것도 있었다. 서울교와 경부고속도로 현장소장을 맡으면서 별의별 사고를 다 경험해야 했다. 터널에서의 발파사고, 암반붕괴로 인한 압사사고, 홍수로 인한 익사사고, 휘발유가 덜 마른 작업복을 입고 모닥불을 쬐다 일어난 소사사고, 야간공사 중 실족사고, 굴착기 밑에서 비를 피하다 당하는 압사사고, 심지어 폭약을 가지고 모닥불을 쪼이다 발생하는 폭파사고 등 사고의 유형도 가지각색 천차만별이었다. 이런 모든 사고를 현장의 책임자로서 지켜봐야 하는 것은 한 마디로 큰 고통이었다.
 혹 사고가 날까봐 조바심을 내며 잠 못 드는 것이 고질병이 됐다. 결국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신동수는 현장 실무자보다는 기술인, 설계자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으며, 마침내 신현주의 제의를 받아들이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러나 그동안 각별하게 대해줬던 정주영에게 사표를 제출하려니 좀체 용기가 나지 않았다. 며칠을 끙끙 앓다가 끝내 마음을 가다듬고 정주영을 찾아갔다. 예상했던 대로 그가 크게 대로했다.
“지 멋대로 사표는 무슨 사표냐! 되지도 않을 용역회사 차려서는 어쩌려고 그러느냐!”
“...”
“어쨌든 잘해 보시오!”
“...”
“그리고 잘 안되면 또 오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