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호>[환경]총인설비 기술도 특허분쟁

[133호] 2011년 9월 7일 수요일 발행

 

총인설비 기술도 특허분쟁

중소업체 간 경쟁, 성능은 뚜껑 열어봐야

유천엔바이로와 그레넥스 섬유여과기 특허 갈등

 

그레넥스는 섬유디스크필터에 흡입장치를 부착한 아이디어 자체가 특허권 보호 대상이므로 타사가 어떤 형태의 흡입장치를 부착하더라도 특허권 위배라는 입장이다.(상-그레넥스의 디스크형섬유상여과기, 하-유천엔바이로의 섬유디스크필터)

 

내년부터 적용되는 하수방류수 수질기준강화로 전국 하수처리장의 총인설비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국내 총인처리시설 전문 중소업체들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총인설비 납품실적이 가장 많은 코오롱워터텍(대표 지철권)은 모회사의 든든한 지원과 뛰어난 영업능력을 통해 사실상 총인설비업계 최대기업으로 군림하고 있다. 주식회사 생(대표 강영배)은 오랜 노하우를 바탕으로 부산지역 최강 총인설비업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생과 더불어 30년 전통을 자랑하는 유천엔바이로(대표 문찬용) 역시 국산기술로 총인설비업체 중 코오롱워터텍과 더불어 우수한 납품실적을 자랑하고 있다. (주)그레넥스(대표 국중창)는 스위스 메카나사의 특허권을 바탕으로 한 우수한 품질로 시장에서 승부하고 있다.

 

여기에 우수한 순수 국산기술로 해외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는 미라클워터(주)(대표 최진낙)까지 가세해 총인설비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각자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승부하고 있지만 아직 기준강화가 적용되기 전이고, 각 업체설비들이 이제 막 들어섰거나 시공 중인 상황이라 결국 어느 제품이 우수한지는 향후 몇 년간 실제 운용이 이루어진 후에 평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최근 섬유여과기술을 동일하게 사용하고 있는 유천엔바이로와 그레넥스 사이에 특허분쟁이 일어나, 분쟁 결과에 따라 총인설비 시장의 판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유천엔바이로는 기술과 제품의 국산화로 가격경쟁력에서 가장 우위를 점하고 있는 중소업체.

 

마이크로디스크필터를 사용하는 총인설비는 대전하수처리장(일 90만 톤) 및 제2화도하수처리장(일 1만8천 톤) 등에, 섬유디스크필터 총인설비는 양주 신천하수관리센터(일 7만 톤), 평택 통복공공하수처리장(일 4만5천 톤)을 비롯한 30개 이상 하수처리장에 납품되는 등 상당수를 납품한 상태다.

 

특히 섬유여재를 사용한 중력여과 원리로 총인을 비롯한 각종 오염원을 제거하는 섬유디스크필터의 인기몰이는 상당하다. 섬유디스크필터는 여과조, 처리수 유출관(센터드럼), 디스크필터, 섬유여재, 분사/흡입 세척펌프, 이동식 세척장치 및 자동자가세척노즐로 구성된다.

 

이 제품의 차별화된 특징은 디스크필터가 100% 침수되지 않고 55~65%만 침수된 채 운전한다는 것과 고압세척장치를 이용한 분사세척과 흡입장치를 통한 흡입세척을 모두 이용한 다중세척방식으로 섬유여재의 손상을 최소화하는 것. 더욱이 섬유여재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자체 개발·생산하여 원가절감 효과가 크다는 것이 업체의 의견이다.

 

그러나 흡입세척을 위해 설치된 흡입장치에 대해 그레넥스가 특허등록된 자사의 디스크형섬유상여과기의 흡입장치를 도용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정공 출신 국중창 사장이 이끄는 그레넥스는 세계적인 여과기 생산업체인 스위스 메카나 움밸트테크닉 에이지와 특허권을 계약하여 세계적으로 공증된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그레넥스의 디스크형섬유상 여과기는 유천엔바이로와 달리 100% 침수하여 수중에서의 접촉식 흡입방식 역세척을 통해 여과면적을 100% 활용할 수 있어 최소 여과면적으로 최대 유량을 처리할 수 있다. 또한 최대 면적활용으로 디스크 개수도 줄일 수 있고, 250~300m/d 정도의 여과속도만으로 효율적 운영이 가능해 전력소비량이 적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우수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메카나사의 섬유필터는 긴 수명이 이미 공증된 상태여서 초기 설치비용은 저렴하지 않지만 유지비를 고려했을 때는 매우 효율적인 시설이다. 이런 이유로 단독 납품실적은 많지 않지만 턴키 계약 참여율은 높은 편이다.

 

그레넥스 섬유상여과기의 핵심은 여과기에 밀착형으로 부착된 메카나사의 고유 기술인 흡입장치이다. 이 흡입장치는 진공청소기가 카펫을 청소하듯 섬유 융털을 세척해 별도의 역세장치가 필요치 않다.

 

유천엔바이로와 그레넥스 간의 특허분쟁이 일어난 부분이 바로 이 흡입장치.

 

특허문제가 제기된 후 유천엔바이로는 새로운 구조의 흡입장치를 개발해 부착하였고, 분사세척을 통해 섬유를 세척하는 것이 핵심기술이므로 흡입장치가 부착돼 있다고 해서 섬유디스크 전체를 특허침해로 보는 것은 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그레넥스는 섬유디스크에 흡입장치를 부착한 여과장치 자체가 특허대상이므로 어떤 형태의 흡입장치가 부착되었더라도 특허침해라는 입장이다. 더욱이 역세를 통한 세척에는 한계가 있어 결국 유천엔바이로 여과장치의 핵심기술도 흡입장치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특허심판원 판결에서는 유천엔바이로가 신청한 ‘다중세척장치가 적용된 여과장치’에 대한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결은 8개 항목 중 3개 항목만 그레넥스의 특허범위에 속하지 않는 것으로 인정되었다.

 

또한 그레넥스가 신청한 ‘액체 여과법 및 액체 여과장치’에 대한 적극적권리범위확인심결도 그레넥스의 특허권이 인정돼, 판결은 사실상 그레넥스의 특허권이 보호되는 쪽으로 기운 상황.

 

그러나 유천엔바이로의 문찬용 사장은 실제로 현장에 적용된 적도 없는 해외제품의 특허권이 활발히 통용되고 있는 국산제품의 시장진출을 가로막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호소하고 있다.

 

반대로 그레넥스 국중창 사장은 오히려 타사의 특허권을 무시한 채 모방제품을 값 싸게 만들어 각격경쟁력에서 뒤질 수 밖에 없는 자사제품의 납품을 불가능하게 만든 것이 특허기술이 국내에서 제대로 사용되지 못하고 사장되어 버린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양측의 입장은 쉽사리 좁혀지지 않을 전망이다.

 

심화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