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 이슈/뉴스

<129호>[환경]환경분쟁조정위, 법원과 상생

[129호] 2011년 7월 8일 금요일 발행

 

환경분쟁조정위, 법원과 상생

조정위 20주년 국제 심포지엄 제주서 개최

美 EPA 법관, 日 공해조정위원장 등

한 자리에 조정위의 존재 각인 새롭게

 

 

김원민 위원장(앞 열 우측 7번째)은 학계, 법원, 변협, 해외 환경분쟁 관련 전문가들을 초청, 토론을 통해 분쟁조정위원회의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위원장 김원민)와 법원이 상생의 길을 모색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간 법원에서 조정위의 재정결정을 뒤집는 판결이 자주 일어나 조정위의 신뢰성에도 금이 가고, 법원 역시 환경 분쟁사건에 있어서는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김원민 위원장은 조정위 설립 20주년을 맞아 지난 6일과 7일 양일간 「환경분쟁조정 20주년 기념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국내 환경사건 대부분을 전담하고 있는 서울고등법원의 김창보 부장판사와 이영창 환경사건 전담판사를 초청해 토론회를 가졌다.

 

법원과 토론회를 벌인 학계 대표에는 서울대 법학과 조홍식 교수, 변호사협회 대표이자 위원회 대표로는 조정위 비상임위원인 김&장 법률사무소의 박상열 변호사가 나섰다.
김창보 부장판사는 축사에서 “법원 내부에서도 판결보다는 ADR(대안적 분쟁해결)을 통한 화해가 강조되고 있기에 조정위의 전문성이 더욱 강조된다”고 당부했다.

 

이영창 판사는 조정위의 재정결정이 법원판결에서 뒤집힌 소음사건 8건에 대해 번복사유를 설명하며 조정위 인과관계 조사의 오류를 지적하였다. 또한 현행대로 조정(調停)이 아닌 재정(裁定) 중심의 결정을 지속한다면 행정부가 법원만이 할 수 있는 재판을 하는 것으로 권력분립주의에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현직 조정위 위원들은 부담스러운 소송비용과 인과관계 규명의 어려움 때문에 서민들에게 조정위의 존재가 절실한 상황에서 경직된 해석으로 계속 조정위 결정을 뒤집는다면 당사자는 매번 결과에 불복하고 재판에 맡길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국민이 거대조직을 상대할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98%에 이르는 재정건수는 합의가 아닌 시비를 가리길 원하는 국민정서로 인한 것이지 위원회의 결정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20년간 2,416건의 처리사건 중 조정처리는 51건밖에 되지 않았다.

 

강원대 박태현 교수는 “현재 한국의 분위기에서는 조정위의 과학적 인과관계를 밝히는 능력보다는 담당조정관의 인간적인 설득능력이 더 중시되는 상황이다”라고 현실을 꼬집었다.

 

김원민 위원장(우)과 일본 공해등조정위원회의 오오우치 카츠지 위원장(좌)은 향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긴밀한 협조를 유지하기로 약속했다.

 

김원민 위원장(우)과 일본 공해등조정위원회의 오오우치 카츠지 위원장(좌)은 향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긴밀한 협조를 유지하기로 약속했다.

 

박상열 변호사는 나아가 위원회의 원인재정 권한과 중재 권한을 법적으로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일본 조정위처럼 독립성과 전문성을 보장받길 원했다. 일본 조정위는 환경성이 아닌 총무청 산하로, 전직 고등법원장 등의 고위 법관 출신들이 위원장을 맡고 현직 판사들이 심사관으로 파견근무한다.

 

이에 대해 학계 대표로 참석한 서울대 조홍식 교수는 “법원의 판결은 국민이 예측력을 가질 수 있도록 보수적이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대신 판사들이 재판에 앞서 ADR제도를 적극 활용해 소송을 줄이는 것이 국민에게 이익이다”라고 말해 양측의 합의점을 마련했다.

 

미국과 일본의 사례발표를 통해서도 양측은 조정위의 독립성의 중요성을 재차 확인했다.
계속된 심포지엄 둘째 날에는 美 EPA(환경보호청)의 케이시 슈타인 법관, 일본 공해등조정위원회의 오오우치 카츠지 위원장과 요시다 미츠히사 심판관, 필리핀의 보니파시오 변호사 등 해외 전문가들이 참석해 각국 환경분쟁조정제도를 소개하였다.

 

특히 미 EPA의 독립성과 조정 결과에 대한 법원의 존중은 국내 관계자들의 부러움을 샀다. 미국은 ADR 사용을 촉진하도록 법으로 재정돼 있어 소송 전에 대부분 EPA의 조정을 거치며, EPA의 판정은 법원에 항소되더라도 판사들로부터 엄격히 존중된다. EPA 판정에 대한 법원의 번복률은 40%대로 낮다.

 

슈타인 법관은 “EPA의 판정이 법원과 국민들로부터 존중받을 수 있는 것은 조정위의 우수성을 조정 실적이 아닌 조사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오래 걸리더라도 철저하게 과학적 사실을 증명하면 이후 같은 유형의 사건들은 모두 판례를 따르기 때문에 국민들이 예측력을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환경운동연합 김혜정 前사무총장은 “법원에서 판결이 번복되는 것은 진취적 해석과 새로운 선례를 만드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것이므로 꼭 잘못된 것은 아니다. 앞으로 서민의 편에 항상 서 달라”고 당부했다.

 

박상열 변호사는 토론을 정리하며 “많은 사람들이 공정거래 분쟁이 생기면 공정거래위원회를 떠올리지만 환경분쟁조정위원회의 위상은 아직 그렇지 못하다. 환경분쟁 발생 시 국민들이 가장 먼저 본 위원회를 떠올리고 찾아오게 하는 것이 향후 위원회의 과제다”라며 스스로 과제를 던졌다.

 

13대 김원민 위원장은 이번 심포지엄 개최를 통해 법원과의 상생적 협력의 가능성을 매우 높였다. 앞으로 환경사건에서 ADR제도가 정착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함으로써, 20세 성년이 된 환경분쟁조정위의 새로운 출발점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심화섭 기자(shs@elnews.co.kr)

 

 

ⓒ 환경노정신문 & elnew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