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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호>[환경]환경정책평가원 돈도 없고 땅도 없는데

[128호] 2011년 6월 24일 금요일 발행

 

환경정책평가원 돈도 없고 땅도 없는데

세종시 이전 앞둔 KEI, 가슴만 졸여

내년 6월이면 불광동 떠나야

맞벌이 부부, 계약직은 직장 떠날 수밖에

 

 

청사 이전을 앞두고 있는 KEI

 

 

2010년도 국무총리실 산하 연구기관 및 기관장 리더십 평가에서 2관왕을 차지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원장 박태주)이 세종시 이전 문제로 근심에 휩싸였다.

 

불광동에 위치한 KEI의 청사는 자체 부지가 아닌 관계로 현재 부지를 팔고 자체적으로 세종시에 새 부지를 구입할 수 없는 실정이다. 결국 24~30억 정도 되는 임대료를 지불하고 건물을 구해야 하지만 환경부에서는 마땅한 지원 대책이 없다.

 

오히려 환경부는 현 부지에서 하루빨리 나갈 것을 독촉하고 있다. 애초에 현 부지는 90년대 말 갈 곳 없는 평가원의 부탁으로 환경부가 2년 간 사용할 수 있도록 내준 자리다. 그곳을 10년 이상 사용하고 있으니 환경부 독촉도 이해 못할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예전에 비해 연구 인력과 시설이 월등히 늘어나 지금 현 연구 부지도 턱없이 비좁은 상황임을 감안하면 오히려 당국의 지원이 부족하다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세종시로 내려간다 해도 연구원이 배정받을 수 있는 부지는 늘어나지 않는다. 세종시 이전 시 배정 부지는 ’06년도 180명의 직원을 기준으로 산정한 13,200㎥이다. 그러나 그 사이에 직원 수는 이미 33%나 늘어나 ’11년 현재 240명. 현 직원수를 기준으로 한다면 적어도 17,000㎥는 배정받아야 한다.

 

기관평가나 재정 면에서 늘 중·하위권을 맴돌던 과거에 비해 현재는 총리실 산하기관 중 기관평가 1위, 재정랭킹은 5위까지 끌어올리며 환경정책의 핵심기관으로 자리 잡았지만 오갈 데 없는 처지에 놓인 것이 KEI의 현실이다.

 

이는 비단 KEI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토연구원, 개발연구원, 조세연구원, 법제연구원 등 몇몇 기관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총리실 산하기관들은 자체 부지가 없어 정부 지원 없이는 이전이 쉽지 않다.
지원을 받아 세종시로 이전한다 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고급 연구인력 수급에 큰 차질이 생겨 자칫 기관들의 연구력 저하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도 연구원들의 공통적인 고민거리다.

 

충청권 소재 대학에서 교수 및 석박사급 전문인력을 수급하는 것은 서울에 비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연구용역을 위해 서울에서 세종시까지 내려갈 전문인력이 얼마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직원들의 복지문제다. 직원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녀교육 문제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 국가 정책을 연구하는 신분을 떠나 부모로서 당연한 고민이다. 세종시의 교육 여건 개선에 대한 보장 없이는 삶의 터전을 쉽게 옮기기 어렵다.

 

또한 현재 세종시에서 분양하고 있는 아파트가 서민들이 입주하기에는 지나치게 크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30평 이하의 서민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태에서 공무원도 아닌 연구원의 계약직 직원들이 거주지를 구하는 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현실적으로 세종시로 내려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배우자와 본인 중 한 명은 희생을 감수해야만 한다. 특히 남편이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아이를 키우는 여직원들에게는 충남권으로의 연구원 이전은 직장을 그만두라는 선고와도 같다.

 

KEI 박태주 원장은 현실적으로 ’12년 말 이전은 불가능하고 ’13년 말에나 진행할 수 있으며, 그것도 직원 복지문제와 명확한 지원 계획이 나와야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불광동 환경단지를 환경부가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환경인력개발원이 입주하기 위해서는 내년 6월 전까지 사옥을 비워야 한다.

 

심화섭 기자(shs@e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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