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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 교육/환경경영

<128호>[연재] 외국의 수법(水法)과 물관리 제도(72)

 

[128호] 2011년 6월 24일 금요일

 

칠레 편

2005년 수법개정

 

 

칠레의 독점적 전력회사는 주로 수력 발전을 하기 때문에 많은 비소모적 수리권을 갖고 있었다. 1981년 수법은 발전회사가 비소모적 수리권을 획득하는 것을 사실상 보장하고 있었다.

 

비소모적 수리권은 물의 흐름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류에 발전회사가 댐을 세우고 비소모적 수리권을 갖게 되면 하류에서 관개농업을 하는 수리권자들은 악영향을 받았다. 그러자 물관리국이 발전회사가 신청한 비소모적 수리권을 거절하는 일이 일어나서 이 문제는 1995~97년간 복잡한 분쟁을 야기했다.

 

그러나 1996년 개정안도 기존 수리권자와 보수파 정치인들의 심각한 반대운동에 봉착하고 말았다. 특히 이들은 미사용료는 물 낭비를 조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수리권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물을 안 썼다는 이유로 미사용료를 내기보다는 물을 낭비해 버리고 말 것이라는 것이다.

 

보수적 법률가들은 수법이 개정되면 시장경제가 위협받을 것이며 물관리국이 지나치게 큰 권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1997년 8월 하원은 개정 수법안을 통과시켜 이를 상원에 회부했다. 그러자 이에 반대하는 의원들은 개정 수법안이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제소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두 달 후 이 소송을 기각했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법률가들은 이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들어갔다. 이에 따라 상원에서의 심의는 지연되었고 법안은 처리되지 못하였다.

 

이런 과정에서 수리권세(稅)를 도입하는 방안이 다시 논의 됐다. 수리권세는 ‘시카고 보이’들이 도입하자고 했던 것이나 행정적 준비가 부족하고 정치적 이유 때문에 거부된 것이다. 물관리국은 수리권세가 이론적으로 합리적이지만 집행하기에 너무 힘들고 비용이 많이 든다고 이에 유보적임을 밝혔다.

 

(3)2005년 수법 개정

2004년 11월 대통령 산하의 수법 특별위원회는 수법 개정안을 다시 작성해서 대통령에게 보고하였다. 대통령은 이 개정안을 의회가 신속히 처리해 주도록 요구하였다. 2005년 3월 16일 상·하 양원은 이 개정안을 승인하였고, 이에 따라 대통령의 서명·공포만 남겨 놓게 되었다.

 

개정법은 필요 이상 많은 수리권을 신청하여 획득한 후에 물을 사용하지 않거나 낭비하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다. 개정법에 의하여 수리권을 획득하고자 하는 사람은 실제로 사용할 수량을 명시하여 물관리국에 신청하여야 한다. 수리권 사용료를 도입하여 물이 부족한 북쪽지역에는 상대적으로 비싼 사용료를 물도록 하였다. 새 제도는 2006년 1월 1일부터 시행하되 물이 풍부한 남쪽의 10, 11, 12구역은 2013년부터 시행하도록 하였다.

 

또한 개정법은 2명 이상이 수리권을 신청한 경우 3개월간의 경매기간을 두도록 한 규정을 고쳐서 6개월간의 경매기간을 두도록 하였다. 지표수의 경우는 공개 경매에 회부하고, 지하수의 경우는 제한된 경매에 회부하도록 하였다. 또한 수리권 소유자는 실제로 사용한 수량을 보고하도록 하였다.

 

(4)물관리 제도에 대한 비판

물관리국은 1990년대 들어 ‘국가 물 정책’(National Water Policy : Politica National de Recursor Hidricos)을 발표해 왔다. 이 문서는 칠레 정부가 물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는데, 물이 공공적 목적에 쓰이는 국가재산이고 물이용은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해야 하며, 물은 경제적 재화이며, 물 정책은 사용자의 참여하에 이루어져야 하며 물 사이클이 갖고 있는 복잡한 속성을 참고하여 이루어져야 한다는 ‘더블린 원칙’(The Dublin Principles)을 따르고 있다. 그러나 칠레의 물 정책은 다음과 같은 면이 취약하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첫째는 사회적 형평과의 문제이다. 수법은 영세한 농부에게 특히 불리하다는 것이다. 영세 농민들은 시장경제적 수리권 제도에서 이득을 볼 것이 거의 없고 단지 수리권을 팔 수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칠레의 물 정책은 이 문제를 거의 다루고 있지 않다.

 

둘째 문제는 유역관리 제도가 미비하고 물 분쟁을 다룰 제도적 장치가 미비하다는 점이다. 특히 근래에 들어 비오비오 강과 마울르 강에선 댐 건설과 유역 변경을 두고 분쟁이 일어났다. 하류에 위치한 농장주들이 상류에 발전용 댐을 건설하려던 발전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인데, 이는 수법이 발전회사에 비소모적 수리권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칼 바우어는 칠레의 물 정책이 안고 있는 제도적 문제로서 다음을 지적하고 있다. 칠레의 물 정책은 주로 엔지니어들이 끌고 왔기 때문에 물 정책이 함축하고 있는 사회적 정치적 요소가 간과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칠레에서 물 정책에 관여했던 경제학자들은 순수한 시카고 학파로서 물 문제가 안고 있는 제도적 정책적 면을 잘 알지 못하며, 수법 법률가들은 순수한 법적 문제에만 집착해서 이런 분야의 법이 갖고 있는 정책적 함의(Policy implication)를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이라고 비판한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물이 갖고 있는 생태적 환경적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계속>
제공 | 한국수자원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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