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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이슈/칼럼

밸브의 혁명은 요원한가

밸브의 혁명은 요원한가

 
 
 

 

발행인 칼럼

김동환

약력: 시인/수필가, 환경ISI소장, 한국작가회회원, 한국문인협회회원, 국제펜클럽회원, 환경부중앙환경자문위원, 소비자시민의모임 운영의원, (사)한국수도산업발전회 부회장, (사)한국환경계획 조성협회 자문위원 저서 : 시집 「날고있는 것은 새들만이 아니다」 칼럼집「우째물꼬를 틀꼬」 논문 「황금시장 물산업의 경쟁력」

 
10여 년간의 평화시대를 마감하고 요즘 밸브업체들의 난투극이 극성이다.

동일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제수밸브 중 재질에 대한 상호 과학적이지 못한 비방전이다.
발단은 또다시 서울시가 밸브에 대한 구매 시 ‘특정 제품 구매 요구에 대한 사유서’를 제출하라는 지시 공문이 상대 업계에 직격탄으로 작용한 것이다.

90년대 중반에도 서울시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 일부 기업은 서울시에 밸브 납품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사태를 빚은 바 있다.
당시는 배수지나 관로 매설시 감초처럼 따라 붙는 각종 밸브가 작동이 되지 않거나 누수가 심하고, 심지어 새로 매설한 밸브가 두 동강이가 나는 등 품질이 조악했다.

이런 심각한 수준이하의 품질에 대해 서울시는 외국산을 구입하고 고가의 밸브를 구입하더라도 국내 밸브기술이 향상되지 않으면 구입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명을 업계에 전달했다.
조합이란 우산 속에서 품질보다는 로비에 의한 판매가 성행, 품질은 뒷전이었기에 그 실상은 한숨만 나오던 시절이다.
 
그 정책 드라이브는 행정직인 수도본부장이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여 밸브업계는 비상이 걸렸고 기술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밸브는 70년대 국가 경제개발과 광역상수도공사를 시작하면서 국내에서 생산되기 시작했다. 수도용으로는 연합밸브가 미국 도면을 훔쳐와 국산화한 것이 효시이기도 하다.
하지만 밸브산업은 과감한 선도기술의 도입과 연구가 도외시 되어 수량의 확산에 비해 기술은 걸음마에 머물렀다.

 구매부서의 품질에 대한 강력한 주문에 의해 밸브의 품질은 좋아지기 마련이다. 물론 그에 걸 맞는 값을 쳐줘야 한다.
하지만 이번 서울시의 공문은 소프트, 스텐레스, 메탈시트 등 다양한 밸브가 생산되고 있지만 이들 모두가 품질과 위생면에서 합격된 제품으로 품질 면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지방제정을 아끼는 차원에서 가장 저가의 밸브를 구매하겠다는 내용이다.

지금도 국내 밸브는 수출의 부가가치가 비교적 높은 자동제어식 밸브나 전기작동식 밸브 등은 제대로 생산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고급기종의 밸브들은 아직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수도분야에서도 영등포정수장등에 설치되는 막공정에 소요되는 밸브들은 수입품에 의존해야 하는 형편이다.

원자력에 사용되는 밸브나 석유화학 등에 이용하는 밸브 등은 부가가치가 높고 기술력도 뛰어나다.
외형적으로 재질만 변경하여 밸브를 제작한다는 것은 매우 기초적인 수준이다.
땅속에 묻혀 있다고 해서 일 년에 한두 번 열까 말까 한다고 해서 품질에 등한시 하는 작태는 진정한 기업인이 아니고 기술자도 아니다.

밸브 설계의 구조적 타당성, 구조강도의 입증, 밸브용 재료에 대한 철저한 이력관리, 생산 중요 과정에 대한 품질 관리, 시험 및 검사를 통한 체계적인 품질 인증 등, 모든 품질 요소들이 문서화 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물의 흐름 분석에서 밸브의 각부 재질이 선정되고, 흐름량(압력, 온도, 유량)의 분석에서 밸브의 크기가, 제어의 목적에서 밸브의 형식이 결정되고 제어방법에서 밸브의 조작방법이, 그리고 시스템의 안전과 신뢰성 확보에서 밸브의 안전등급이 결정되어야 한다.

밸브는 인체의 심장과 같은 구실을 한다. 땅 속에 묻혀 보이지 않는다고 쉽게 넘겨서는 안 된다.
수도자재를 구매하는 서울시 등 지자체들도 무조건 저렴한 제품을 선호한다면 기술수준의 발달은 바라볼 수 없다. 기업들도 현재의 재품이 만족스럽다고 주저앉을 일이 아니다.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실시간 관측이 되어야 한다. 일 년에 단 한번 작동을 한다 해도 원활하게 개폐가 이뤄져야 한다.
화학시험소 같은 연구소에서 분석한 자료로 제품의 수준을 인정받는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최저치의 하한선일 뿐이다.

논리가 부족하면 탐색을 하고 새로운 사고로 처음처럼 출발해야 한다.
철학자 화이트헤드는 ‘기업인들이 그들의 기능을 위대하게 생각하는 사회는 위대하다’고 말하고 있다.
제품의 가치를 높이는 능력은 창조성이다. 구매자들은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정진할 수 있게끔 당근과 채찍 그리고 다양한 구매의욕을 던져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