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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이슈/칼럼

이 땅에서 사라져 가는 고향의 물 맛

샘물 1호 다이아몬드 너마저도

 

우리나라 최초의 중소 샘물회사로 정통의 물맛을 유지하던 다이아몬드샘물이 결국 11월이면 대기업인 엘지생활건강으로 넘어간다.

올곧게 독자적으로 생산과 유통을 하면서 우리나라 샘물의 매운 고추로 험한 세파를 견디어 온 기업이다.

72년 당시 서초동 칠성음료 마당에서 시작된 샘물사업. 이후 다이아몬드 출신들이 이동크리스탈, 크리스탈이란 상호를 달고 독립회사를 설립 국내 샘물사업의 원조로도 조명된다.

그런 기업이 결국 손을 털고 창립 40년을 눈앞에 두고 대기업인 엘지생활건강에 120억원이란 저렴한 가격으로 넘겼다. 40여 년간 국민에게 신뢰와 정직을 심어온 기업정신과 샘물의 수질적 가치로는 매우 헐한 값이다. 몇 년 전 롯데칠성에 넘어간 산정음료가 90억 원에 넘어갔으니 상대적 비교가 된다.

다이아몬드는 한때 사파이어라는 상표를 달고 경남 경산에 계열사를 차리고 중소기업으로는 유일하게 동일한 샘물회사를 2개사나 운영하기도 했다.

오로지 샘물사업만을 고집하며 튼실한 뿌리를 내린 기업 다이아몬드.

서초동에서 시작하여 벽제, 장흥 그리고 강원도 철원으로 40년간 4번에 걸쳐 공장을 이전하면서 물 좋은 지역을 찾아 안전한 샘물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대기업들이 2000년대 초반부터 중소기업 샘물을 쌍끌이 저인망으로 바다 속까지 훑어 고기를 잡듯 OEM이라는 법의 보호아래 마구잡이식 흡수 통합을 하더니 생산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과당 경쟁을 통해 국내시장에서 중소기업들이 영업행위를 할 수 없게끔 시장을 어지럽게 하였다.

대기업들이 석권하고 있는 음료시장에서 다이아몬드는 그만한 노력이 없었던 것일까

리엔지니어링의 창시자마이클해머는 그의 저서 <리엔지니어링 기업혁명>에서 변화를 두려워하고 현재 상황을 유지하려는 사람들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내부의 적이다 고 밝힌다.

샘물 다이아몬드는 세상의 변화에 민감하지 않아 이런 결말을 얻었는가. 비판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중소기업들이 자생할 수 있는 터전이 사라져 더 이상 토종 먹거리를 제공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화분에 심은 꽃들에게는 물을 많이 주어도 썩어 죽고, 물을 주지 않아도 말라 죽는다.

중소기업들이 주축이 되어 활동하던 샘물협회도 이제 대기업의 친목단체로 탈바꿈하였다.

정부는 건전한 중소 샘물회사를 보호하는 샘물공장 지역의 보호보다는 지역상황을 보지 않고 무조건적인 허가와 대기업이 부족한 생산량을 확보하기 위해 밀월정책을 통해 OEM 제도를 도입 결국 중소기업을 송두리째 대기업의 먹이로 갖다 바친 행정을 펼쳤다.

다이아몬드는 이런 불합리한 시장구조 속에서도 국내에서는 최초로 미국의 식품위생국인 NSF의 인증을 받아 수질에 대해서는 최고 안전한 수질을 세계적으로 입증했다.

그래서 30여년 이상 미8군에 독점적으로 생수를 공급한 유일한 회사라는 점으로도 확인된다. NSF를 받은 국내 기업은 몇 되지 않는다.

최근 샘물용기 소독으로 사용되는 오존을 통한 2차 오염물질인 브롬산염이 새롭게 검출되면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지만 다이아몬드는 검출되지 않았다. 수질과 처리공정에서도 과학적인 생산을 한다는 것이 입증된 기업이다.

그렇다고 다이아몬드의 경영이 부동산이나 증권 등 어설픈 사업에 기업운영자금을 빼 돌려 이 지경에 온 것도 아니다. 다이아몬드는 국내에서는 특이하게도 정진화, 유덕재 두사람이 50대 50의 주식을 보유하면서 출발부터 마감까지 이인체제 기업이다. 상호 합의 속에 다른 기업보다는 늦은 결론은 있지만 매우 신중한 산업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온 기업이다. 그렇게 강심장으로 40년을 버텨온 품질 면에서는 단연 일등 샘물회사가 결국 대기업으로 넘어간 것이다.

과거 모그룹의 식품부를 운영하던 대표이사도 정부의 OEM제도 등 샘물정책은 대기업 보호정책이라며 술좌석에서 솔직한 심경을 토로한 적이 있다.

우리는 뼈대 있는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참신하게 독자적인 샘물 몇 개사만은 살려 볼 수는 없었을까.

이제 뼈있는 샘물 하나만을 고집하며 오로지 소비자에게 맛있고 질 좋은 샘물을 공급하려던 중심기업이 대기업으로 넘겨졌다.

샘물사업도 이제는 대기업 판으로 완전 돌아섰다.

대기업이라고 우수한 양질의 생수를 생산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러나 한정된 지역의 지하수량으로서는 그만한 판매량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를 위해서는 똑같은 수질을 지닌 양질의 지하수가 함유된 공장을 판매 양만큼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형마다 수질이 다르고, 그 마다 맛과 품격이 다르다.

그래서 언젠가는 우리나라 양질의 지하수가 변질되어 네츄럴이란 용어가 사라지고 오존처리등 다양한 처리로 위장한 인공적인 물이 생수시장을 지배할 날이 멀지 않다고 본다.

그럴 바에야 수돗물을 한 번 더 고도처리한 물로 향수를 달래는 것도 지혜로운 생활이다.

대기업에게는 고향의 물맛이 어려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맹인으로 태어나는 것보다 더 불행한 것이 뭐냐고 나에게 물으면 나는 시력은 있으나 비젼이 없는 것이라고 답한 위대한 미국의 교육자인 헬렌켈러.

독특하고 시린 정겨운 고향의 물맛, 그것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 불행한 일이다.

보기 플레이로 18홀을 끝내고도 언젠가는 나도 버디를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에 골프채를 구석에 처박아 놓지 않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