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연산군 시리즈-1
흥청망청과 연산군 (1)
흥청망청이란 말은 연산군이 전국의 미인들을 강제로 징발하여 이들과 놀아나던 꼴을 꼬집은 데에서 유래된다. 말을 구하기 위해 파견된 관리를 채홍준사(採紅駿使)라 하는데 홍은 여자, 준은 말을 의미한다. 요즘 철도 등의 기반시설이 빈약한 미국은 경차 등 작은 차로 바꾸거나 자가용 출근을 자제하는 등 에너지절약에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싱가폴이나 홍콩등도 차량에 대한 과도할 정도의 세금으로 경제난을 이겨내려는 움직임이 관광객들에게도 쉽게 발견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경제난과는 무관하게 여전히 고급차가 선호되어 팔리고 도로는 출퇴근시간만큼이나 막혀 도무지 경제적 위기라고는 짐작할 수가 없다. 정말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로서는 쉽게 이해가지 않는 현실이다. 얼마 전에는 강남의 귀족이라던가, 기업화 된 계모임인 다복회 사건이 터져 나왔다. 다복회원만 언뜻 70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다복회 계주 윤씨는 "일반 사업하는 것보다 10배 이익이 있다" "낙찰금을 받을 때 이를 빌려주면 4부 이자를 지급하겠다."라는 말로 계원을 모집했다고 한다. 하지만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자금의 출처를 묻지 않는다는 것이 명품계의 가장 큰 흥행 요인이다. 경기는 불황인데 부자들의 주머니는 찰찰 넘치고 현금 30억 원을 잃어버려도 큰손 축에 들지 못한다. 다복회는 탈세의 통로이고 번만큼 세금을 내야 하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조차 무시하고 어둠의 돈으로 또 다른 부를 축적하는 탐욕의 보따리였다. 경기 침체가 깊어지자 잘나가던 명품계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계주 윤씨는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계원에게 사채놀이를 했다. 사건이 터지면서 이들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잘나가던 시절에는 명품 귀족계인 다복회에 진입하려고 애쓰던 사람들의 이면성도 떠오르게 한다. 계주 윤씨의 행각은 사업 실패, 외국 도주, 귀국, 그리고 월세방살이, 고급 명품 속옷장사, 그렇게 인간관계를 맺은 이후, 온몸에는 1억 원짜리 로비스트 린다 김의 다이아몬드와 2500만 원짜리 명품시계, 옷과 목걸이, 그야말로 온몸은 걸어 다니는 보석상점이다. 고급 식당과 80억 원짜리 건물, 지난 10월에는 충청도의 월 500톤 규모의 상하수도관을 생산하는 공장을 인수하려고도 했다. 문제는 소규모 2억 원 내외 투자자들은 다복회의 비리를 법정 수사로 밝혀내려고 하지만, 수십억, 수 백억 원을 털린 귀족중의 귀족들은 자신은 다복회원이 아니라고 발뺌을 한다. 영국 등 유럽형 귀족이란 단어가 우리나라에 와서 매우 흉측하게 굴절된 형상이다. 10여 년 전, 중소기업의 구두 제작회사들이 협동으로 설립한 공동 판매회사인 귀족 신발이 부도가 난 사건이후 우리나라의 귀족들은 단순한 돈의 높낮이로 평가된다. 우리나라 4대사화 중 하나인 무오사화를 일으킨 이후 연산군은 폭군이 되어갔다. 이성을 잃어가듯 초기 4년간의 치정과는 달리 정사에는 관심이 없고 밤의 정사 오로지 환락과 연회 그리고 주색잡기로 세월을 낚는다. 주변에는 간신배들로 누구하나 직언하는 사람이 없다. 여기서 그는 세기의 여인 장녹수의 향기에 묻혀 버린다. 장녹수가 누구인가 예종의 아들인 제안대군의 계집종이지 않았는가. 환경부가 유수율 제고사업의 민간 투자유치나 지자체들의 대규모 사업들이 비상이 걸린 시점이다. 물론 돈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복회에서 드러나듯 돈은 흥청망청 쓰이고 있고 서민의 봉급은 고스란히 세금으로 바쳐지지만 큰손 귀족 명품계 회원들은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고급 외제 승용차를 몰고 오늘도 서울의 하늘아래 비웃듯 달려간다. 사채놀이와 계를 통해 은밀한 자금축적을 해온 우리나라 유명 인사들이며 있는 자들의 횡포나 계집놀이로 국가 재산을 탕진한 연산군이나 무엇이 다른가. 조선의 10대 왕이며 12년을 통치하다가 폐위되어 강화 교동도에서 죽음을 맞이한 연산군이 새삼 떠올려지는 이시대의 조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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