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문(海門)을 넘나들며
-재난안전과 세월호
어느 시인은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경계의 문을 산문(山門)이라고 칭했다.
바다에서 이승과 저승의 숨고르기를 하는 경계에서 침몰한 세월호를 해문이라고 말하면 안될까.
어쨌든 세월호를 칭하여 던지는 말 한마디,단어 한나도 무척 조심스럽고 슬픔의 강도가 높다.
유리창에 부딪쳐 튕겨져 가는 물의 파편조차 살아있는 생명의 조각들처럼 예민해진다.
누구도 죽음의 불김함에서 온존히 자유스럽지 못하지만 살 수 있다는, 반드시 일어나 무언가 남길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이토록 절박하게 기다려지는 순간도 없었다.
팔순을 훨씬 넘긴 어머니가 –애야 네 애비가 죽었을때에는 눈물조차 나지 않아 내 육신에 눈물샘은 아예 말랐는가 했는데 저 아이들을 보면서는 왜 그리 눈물이 나오는지-
과연 저 세월호에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승선하여 저런 참극의 현장을 온 국민이 목격했다면 과연 온 국민은 저토록 비통해 하고 허망함과 절말감,그리고 자신을 꾸짖어가며 슬퍼할 수 있었을까.
목민관으로 국민을 섬기며 공복으로 살던 사람들이 세월호와 함께 침몰됐다면 무뎌진 오늘이란 역사에 이처럼 혼불을 짚힐 수 있었을까.
샘영이 약동치고 일찍 찾아 온 봄곁에 온갖 꽃들이 지천에 환장하게 피어나는 4월에 못다핀 꽃들이 무더기로 수장된 그 귀한 달디단 생명체들.
과연 세월호는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침몰한 것인가..
그러나 우리의 학생들은 죽음의 무게속에 우리나라를 깨어나게 했으며 마약과 술에 취한 어른들을 깊은 잠속에서 일어나게 했다.
참말로 고귀한 죽음의 생산력을 가동시킨 말 잘듣는 학생들이었다.
결코 이들은 헛되지 않았다.
그래서 2014년 4월의 전과 후는 확연히 달라졌다.
비틀거리는 현실에서 자신을 되돌아 보게 하고 미처 감지하지도 못한 미세한 속살까지 스스로 들여다보게 하고 고뇌하게 했으며 반성의 성벽위에 나신이 되어 서 있게 했다.
각자의 지나온 길을 되돌아 보게 했다.
듬성듬성 남 하는데로 갈팡질팡 헤쳐놓은 삶의 잔불들을 끄게 했다.
재난과 안전이란 단어가 곳곳에서 퍼덕이는 물고기처럼 요동치고 있다.
폐지처럼 창고 깊숙이 손자국조차 없이 묵혀 있던 안전관리 매뉴얼이 책상위로 끄집어 올려졌다.
그리고 종이와 활자크기만 달라져 다시 태어났다.
아직은 죽음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막막할 정도의 침묵속에서 잔 파장만 너울대고 있다.
저 학생들이 연꽃 속에 두둥실 떠 다니며 영혼의 소리로 던진 화두를 우리는 진정 깨닫고 반성하고 실행하고 있는 것일까.
공사현장에서의 실체는 매뉴얼대로 잘 이뤄지고 있는 것일까.
쇠파이프들이 날선 창끝으로 노동자들을 위협하고 있는것도 작금의 현상 그대로이다.
땅 속 지하에 묻히는 공사현장은 과연 죽음의 경계선에서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의 눈빛을 이겨내고 있을까.
완벽할 정도의 다짐공사는 제대로 한 것일까.
몇방울 빗줄기에 인공호수가 되지는 않는 것일까.
상수도 정수시설의 안전관리는 두려움속에 후배들에게 넘겨주는 땜질식 포장은 아니었는가.
환경정책은 예측 가능하게 지속적으로 발전적 변화로 탈바꿈 하고 그 기대와 가치속에 환경산업이 순항을 할 수 있을까.
제조공장은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자연앞에 떳떳할 수 있을까.
사람 몇 바꾼다 해서 말 한마디로 반성의 소리를 던진다해서 철저한 관리를 재삼 거론한다 해서 과연 고질적인 깊숙이 물들어 제 본연의 색깔도 잃어버린 우리들의 세상에서 진정으로 자식들의 눈 앞에 당당한 부모가 될 수 있을까.
세월호는 아직 잠들지 않았다.
수면아래 긴 긴 여행을 지속하고 있는 중이다.
세월호의 본체가 확연히 들어나지 않는 한 수심 깊숙이 묻혀 있을 뿐이다.
일순간의 경제성만 앞세워서는 그 누구도 진실의 도면위에 설계를 할 수 없다.
올 선거에서 당선된 시장도지사의 면면을 볼 때 소위 서울대,연대,고대출신은 새누리에서는 권영진,유정복,남경필,원희룡,홍준표,김기현등 6명이고 새정치연합에서는 이춘희,이성,안희정,송해진,이낙연등 5명으로 숫자상은 엇비숫하다.
반면 교육감에서는 서울시의 조희연교육감이 서울대, 경기도 이재정교육감만 고려대출신이고 대부분 교육대출신들이다.
학력이 이 사회를 재난의 공포에서 벗어나 안전한 사회로 물들이지는 못한다.
근본부터 변해야 한다. 사람만 바꾼다해서 사각지대가 안전지대로 항해하는 것은 아니다.
역사의 설움을 더 이상 흘리게 해서는 안된다.
폭력의 역사에서 평화의 역사로 가식의 역사에서 진실의 역사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자신이 행한 뒷끝부터 더듬어 봐야 한다.
근원적인 결핍은 무엇인지 허공속에 떠 다니는 민들레 꽃씨는 왜 자유로운지 심각한 고민과 반성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재난 현장에서 세월호와 동일한 현상을 수시로 목격하곤 한다.
적고 큼,많고 작음, 죽음과 상처만 다를 뿐 그 원인의 실체는 동일하다.
세월호가 던진 메시지는 허겁지겁,아둥바둥,갈팡질팡이 아니라 깊게 고인 고름을 쥐어 짜둣 말끔히 도려내야 한다.
그래야 저 아이들의 영혼의 종이배는 다시 긴긴 천상의 항해를 할 수 있다.
올 환경부 대통령 업무보고시 박근혜 대통령은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죽는다-는 속담을 예를 들며 잘못 만들어진 규제로 인해 기업들이 죽는다며 다시금 환경관련 법과 제도개선에 심각한 고민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속담은 무심히 던진 말 한마디가 상대에게는 엄청난 비극을 초래한다는 것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시인,수필가,환경국제전략연구소장,한국문인협회회원,한국작가회회원,한국펜크럽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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